[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미국의 러스트 벨트와 디트로이트의 부활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미국의 러스트 벨트와 디트로이트의 부활
  • 경남일보
  • 승인 2022.11.0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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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를 비롯해 미국 철강 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 그 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멤피스 등을 러스트 벨트(Rust Belt) 즉 과거 산업도시였다가 쇠락해 ‘녹슨 지대’라고 표현한다. 이 지역은 1870년대 미국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중심지였으나 제조업의 사양 등으로 인해 불황을 맞은 지역이다. 20세기만 해도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헨리 포드 식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산업 표준’과 더불어 ‘대량생산’의 상징과도 같은 제조업 국가였다. 특히 철강의 경우는 미국의 철강 생산량이 소련을 포함한 유럽 전체 생산량을 넘을 정도라고 불렸던 독보적 제조업 중심 국가였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제2차 세계 대전의 패전 국가였던 독일과 일본이 다시 경제대국이자 제조업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제조업은 자국 시장 내에서도 일본제와 독일제에 비해 경쟁력에서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에서 탁월한 비교우위를 갖는 한국과 대만 등, 이른바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국가들마저도 미국 내수시장을 잠식하면서, 미국 제조업은 전반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로 말미암아 러스트 벨트 지역의 고용은 크게 축소됐고, 수많은 실업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연비가 나쁘고 비싼 미국제 자동차 대신, 연비가 좋고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독일제 자동차와 일본제 자동차의 대량 수입으로 인한 미국의 포드, GM, 크라이슬러를 지칭하는 이른바 ‘빅 3(Big Three)’의 본산이자,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미국 중공업 쇠퇴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이 인구 기반을 이루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1910년대부터 상승폭이 늘어 1920~1940년대까지 전미 도시인구 순위에서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1950년에 185만 명이었던 인구는 2013년에 70만 1000 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실업자가 늘면서 도시가 슬럼화 되었고 빈곤층이 급격히 늘어났다. 2009년 GM의 파산보호 신청에 이어 2013년 디트로이트 시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자체 파산을 선언했다. 후기산업혁명의 중심이었던 이 도시는 미국에서 최대 규모로 파산한 ‘몰락한 도시(Broken City)’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파산 상황은 2014년 12월 10일에 끝났으나, 디트로이트의 빈곤과 범죄, 그로 인한 도시문제들은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3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비참한 도시 1위’(포브스)에 꼽혔다.

그런데 북미 자동차 생산량이 점진적인 내수회복과 저유가·저금리, 할부금융 확대를 통해 2016년 기준 1800만대 수준까지 생산량이 증가하며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그러자 2018년 6월에 포드사가 1913년에 건립돼 미국 제조업의 번영을 보여주다가 자동차산업의 퇴조로 디트로이트의 쇠락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건물로 오랫동안 방치돼오던 미시간 중앙역을 구입하고 자율 주행차 연구소로 활용한다고 밝히면서 디트로이트 시의 부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다. 자동차 산업 도시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아직도 디트로이트에서 개최되는 미국 최대의 모터쇼이자 독일 프랑크프루트 모터쇼,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와 함께 세계 3대 모터쇼로 꼽히는 북미국제오토쇼(NAIAS)가 매년 1월에 열리기 때문에 자동차 최신 트랜드를 읽을 수 있는 전시회로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1970년대부터 쇠락의 길을 걷던 디트로이트가 최근 ‘전기차 천국’으로 변신하고 있다. GM과 포드가 2025년까지 각각 350억 달러, 250억 달러를 들여 모든 생산라인을 전기차로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편 글로벌 4위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새 공장을 완공함으로써 30년 만에 신설된 공장 사례가 되었다. 자동차 부품기업들도 내연기관용 대신 전기모터와 배터리용 부품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미래차 육성과 함께 글로벌 업체의 투자를 유치하며 지원을 늘리고 있다. 그러자 디트로이트는 일자리가 늘어남과 동시에 다시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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