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소나무재선충에 대한 시각 새롭게 논의해야
[경일포럼]소나무재선충에 대한 시각 새롭게 논의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2.11.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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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단풍인 줄 알았다. 온 산이 불그죽죽 단풍처럼 발갛게 타들어 가는 나무들 때문이다. 아무래도 단풍철이니 나무에 단풍이 든걸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단풍이라면 아름다운 색으로 밝고 영롱할텐데 그렇지 않다. 죽음의 색이다. 같은 붉은 색이라도 죽음이 깃들인 색은 힘이 없다. 음울하다. 보는 이의 기운을 빼앗아 가는 색이다. 아주 깊게 시든 것 같은 힘없는 색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들이 시름겨워하는 색이다.

수십 년을 소나무재선충병을 완전히 방제하지 못해 해마다 이맘때면, 때만 되면 소나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처럼 마음 아픈 것도 없다. 금수강산이라는 말을 무색할 정도로 숲이 불그죽죽 시들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재선충병에 시름시름 하는 소나무들을 보면 마음도 시름시름 앓는 것 같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본 나무는 38만 그루로 작년 31만 그루에 비해 22.6% 증가했다고 한다. 5월 이후 피해는 정확한 집계가 없지만,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따르면 올해 전체 피해 나무 수가 200만 그루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소나무가 피해를 본 거다. 한 번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리면 여지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병에 걸리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어떤 업체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를 90% 이상 살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약액의 가격이나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번 새롭게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상징나무이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한 여론 조사기관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40가지’란 주제로 한 조사 결과 소나무(43.8%)는 은행나무(4.4%), 단풍나무(3.6%), 벚나무(3.4%), 느티나무(2.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산림청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여러 번 시행한 조사 결과와 다르지 않다. 지구상에는 100여 종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소나무는 다양한 환경 조건에 적응하며 살 수 있어 생육환경 조건이 좋지 않은 암석 지대나 척박한 곳은 물론이고 가끔 범람하는 하천가에서도 자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활엽수와 경쟁하지 않는 조건이면 양분이나 수분 조건이 좋은 산기슭이나 계곡에서 훨씬 더 잘 자란다. 50년이나 100년 후에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한반도에 소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는 내용들이 발표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수목 생육상황도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우수한 강원도 소나무 등의 보존과 보호와 더불어 열악한 소나무 숲을 병충해에도 강한 우수 경제수종으로 갱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은 일명 소나무에이즈로 한 번 감염되면 제대로 된 치료 약이 없어 죽게 되는 심각한 소나무 병충해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감염되는데, 먹이 조건이 좋을 때는 100m 이내도 이동하고, 강한 비산능력이 있어 부적절한 조건에서는 장거리도 이동하며, 감염나무의 무단반출 및 불법 이용으로 그 확산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1905년 발생해 북해도 지역을 제외하고는 소나무가 전멸 위기에 놓여있고, 중국 등 동북아 국가도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

관계 당국에서는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피해목을 제거하고, 예찰 진단을 강화하며, 감염나무 이동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예산도 막대하게 든다. 항공방제, 소나무재선충에 관한 특별법까지 공포해 재선충병 감염나무 및 우려목의 이동을 차단하고,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돼 고사하는 나무를 신고하면 포상하는 제도까지 시행한 일도 있지만, 이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무엇보다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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