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소프트 파워와 아름다운 문화국가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소프트 파워와 아름다운 문화국가
  • 경남일보
  • 승인 2022.11.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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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 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 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가 그의 자서전 ‘백범일지’에서 ‘아름다운 문화국가’를 염원하며 쓴 내용의 글이다.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1990년에 출간한 ‘주도국일 수밖에 없는 미국:미국 국력의 변화하는 본질(Bound to Lead:The Changing Nature of American Power)’이라는 저서에서 소프트 파워(Soft Power)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2004년에 출간한 ‘Soft Power:The Means to Success in World Politics’에서는 그 개념을 더욱 심화 발전시켰다. 그가 제시한 ‘소프트파워’란 군사력 혹은 경제력으로 대변되는 하드파워(hard power)의 반대 개념으로 “강제나 보상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소프트 파워는, 국제적 차원에서 한 나라의 인권, 이데올로기,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독창적인 문화와 예술이 다른 나라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매력이 되어 다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 곧 ‘부드러운 힘’이요 ‘보이지 않는 힘’으로 한 국가의 새로운 경쟁력이다.

한 국가의 소프트 파워는 단기간에 축적되거나 형성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특정 민족이나 국민의 감성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정체성과 유구한 문화적 전통, 사상 등이 어우러진 개별적 특성이자 고유한 매력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한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 속에 담긴 민족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K 소프트 파워’다. 한류는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전통을 토대로 고유한 가치를 담은 문화 컨텐츠를 새롭게 가공하고 재창출함으로써 이미 보편화되어버린 서구문명이나 문화에 새로운 바람과 혁신을 주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원조를 받아오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하면서 공적 원조를 대외정책의 기치로 내세운 이후, 세계 곳곳에서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또는 새마을사업의 전도사로, 종교적으로는 선교사 파송 사업을 통한 한국문화를 해외에 전파하는 다양한 계기들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회의 주요한 일원으로서의 국가적 책임을 비롯해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 ESG 경영과 같은 공적 의무 등을 다하는 신뢰 국가로서의 위상까지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빈곤퇴치·기후변화·방역 등과 같은 지구촌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 나눔 정신을 실천하는 등의 당당한 소프트 파워를 발휘해 나가야 한다. 그 동안 한국 기업들의 세계적 선진화와 함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성장을 통해 한류는 더욱 빠르게 전파되는 시너지효과를 얻게 되었다. 특히 IT와 디지털 기술 강국의 면모와 창의적이고도 개성적인 문화정체성과의 절묘한 결합은 한국적 소프트 파워의 진면목이라 할만하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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