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세계적인 명품으로 변신한 한국의 보자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세계적인 명품으로 변신한 한국의 보자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10.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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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는 사전적으로 물건을 싸거나 덮어두기 위하여 천을 가지고 네모나게 만든 피륙이라고 풀이된다. 보자기에 물건을 싸서 꾸린 뭉치는 보따리라고 부른다. 가로 세로 크기는 보통 1m 정도이며, 팔 너비를 넘지 않는 편이다. 보자기는 개폐에 따라 용적의 신축이 자유로워 공간 협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생활도구로 널리 활용되었다. 보자기가 언제부터 어떤 용도로 처음 쓰이기 시작하였는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이 물건을 가지고 다니거나 보관하여 둘 때, 물건을 보다 안전하고 간편하게 간수하고자 하는 필요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의 습속이나 생활양식에 따라 점차 다양한 용도와 기교를 구사하게 되고 독특한 생활문화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겉모양은 그럴듯하게 번드르르하나 내용은 흉하거나 추잡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비단 보자기에 개똥’이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안반 이고 보 마르러 가겠다.’ 즉 네모난 안반(案盤-흰떡이나 인절미 등을 치는 데 쓰이는 받침)을 이고 보자기를 마르러(옷감 등을 치수에 맞게 자르러) 가겠다는 뜻으로, 바느질 솜씨나 일솜씨가 어지간히도 없는 경우를 놀림조로 이르는 속담도 있는 것으로 보아 보나 보자기가 우리 민족의 삶에 오래 전부터 두루 쓰였음을 짐작케 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보자기로 알려진 것은 전주시립박물관에 소장된 수보(繡褓)로 그 제작연대는 고려 말로 추정된다. 이 보자기는 불경을 싸던 ‘경전보’로 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1752년(영조 28)에 간행된 ‘상방정례 (尙方定例)’는 보자기 관계의 귀중한 문헌으로 꼽힌다. 이것은 왕실 일가의 의대·일용품·의물 등을 조달하는 일을 맡았던 상의원에서 펴낸 책으로 당시 궁중에서 사용하던 보자기에 관한 소상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보자기의 용도는 매우 넓으며 이것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고 상술하고 있다. ①상용보(常用褓) 전대보(纏帶褓)·보부상보(褓負商褓)·상보·이불보·빨래보·버선본보·받침보·덮개보·책보·횃대보·채찍보·간찰보(簡札褓)·서답보·경대보·함보(函褓)·반짇고리보·목판보 등이 있다. ②혼례용보 함보·기러기보·사주단자보·예단보·연길보(涓吉褓)·폐백보 등이 있다. ③불교의식용보 마지보(摩旨褓)·공양보·경전보 등이 있다. ④특수용보 명정보(銘旌褓)·영정봉안보(影幀奉安褓)·기우제보·보쌈보·제기보 등이 있다.

또한 보자기는 사용 계층·구조·색상·재료·문양 등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①사용계층에 따라 민보(民褓)·궁보(宮褓), ②구조에 따라 안감을 대지 않은 홑겹의 홑보, 안감과 겉감 두 겹으로 된 겹보, 솜을 두어 만든 솜보, 조각 천들을 이어서 만든 조각보, 일부 혹은 전체를 기름종이로 만든 식지보, 누벼서 만든 누비보 등, ③색상에 따라 청보·홍보·청홍보·오색보·연두보·아청보 등, ④재료에 따라 사보(紗褓)·명주보·항라보·모시보 등, ⑤문양에 따라 화문보(花紋褓)·수목문보(樹木紋褓)·용문보(龍紋褓)·운문보(雲紋褓) 등이 있다.

이렇게 생활 속의 친숙한 도구로 널리 쓰였던 보자기는 근대화의 진행에 따라 넓었던 그 사용 영역이 점차 축소되어 왔고 스스로 만들어 쓰곤 하던 전통도 점차 잃어가고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여성 핸드백 하나의 가격이 자그마치 100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명품을 만들어내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는 지난 2019년 봄 스카프 신제품을 내놓으며 ‘보자기의 예술(L‘artdu Bojagi)’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실제 보자기 사이즈처럼 넉넉한 가로·세로 140㎝의 숄 형태로, 무늬 역시 보자기의 특징을 그대로 살렸다. 천이 삼각·사각으로 다양하게 접히는 모양을 패턴으로 삼고, 보자기 매듭 역시 그대로 담아냈다. 에르메스 측은 한국 전통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한 스카프 제작을 제안했고, 이를 위해 파리 본사 디자인팀이 한국 자수 박물관을 방문, 소장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제품에 반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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