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래길을 가다[15]바래오시다길(1코스)
남해바래길을 가다[15]바래오시다길(1코스)
  • 김윤관
  • 승인 2022.10.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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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산길·도로길로 걷고 걸어 온 바래길의 본색은 결국 바다
바래오시다길은 1코스라는 명성답게 남해읍으로 입성하는 길이다. 남해바래길 첫 출발지로 ‘어서 오세요’의 남해 토속어인 ‘오시다’로 이름을 지었다. 취재팀은 이동면행정복지센터에서 출발해 해안 길을 따라서 남해읍으로 들어왔다.

앞선 비자림해풍길이 호구산 그림자와 함께했다면 이번에는 남해읍을 품안에 안고 있는 형상의 망운산을 벗 삼아 걷는다.

주로 남해의 아름다운 해안 길을 따라 걷는 코스이지만 남해읍에서는 어시장의 다양한 맛집과 디저트숍이 위치한 청년 창업거리와 유배문학관이 포인트이다.

유배문학관에는 고려·조선시대 조정에서 입바른 소리에 미움을 사거나 권력다툼에서 밀려나 억울하게 남해로 귀양 온 사람들의 한 서린 문학작품 및 삶의 흔적을 전시해놓았다. 국내 최대 문학관으로 유배문학을 연구하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010년 11월 개관했다.

과거 바다였던 지역을 막아 습지생태탐방로로 조성한 곳도 있다. 갈대와 호수, 백로와 청둥오리, 가끔 날아드는 물떼새, 나그네새 길잃은 미조의 디테일한 먹이사냥과 은밀한 행동을 대형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해안로 바다 위 돌출형으로 설치한 전망대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남해읍 선소리 해안가 전망대에 올라서면 가슴이 활짝 열린다.
▲이동면행정복지센터 출발→쇠섬입구→해안로→습지 생태탐방로→남해유배문학관→청년창업거리→남해 어시장→남해공용터미널(총거리 12.5㎞, 4시간 안팎, 난이도 별 1개)



▲이동면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출발한다. 무심코 이동초등학교 쪽으로 조금 더 진행했더니 ‘바래길 앱’이 경로이탈 경고음을 울렸다. 되돌아와 남해고등학교 부근에서 바다쪽으로 꺾어 터널을 통과한 뒤 곧장 해안 길에 올라선다.

외투를 펄럭이게 할 정도로 강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르던 청둥오리가 바람에 밀릴 정도의 바람이다. 요즘 어디를 가도 텃새화 된 가마우지를 만날 수 있다. 세력다툼이라도 하는 양 백로서식지 지근거리의 섬 한 곳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먹이사냥에 여념이 없다.

해안길 1.2㎞정도 지나면 갯마을 비치텔을 만난다. 황토색 2층 건물로 펜션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 펜션을 지나면서 2㎞ 해안길 구간의 왼쪽 산기슭은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전답이 많다. 남해읍 동북쪽 심천리와 함께 이곳 초음리는 남해 최대 곡창지대라고 할 수 있다. 월구산 아래 장평 초음 초양 광두저수지 등이 곡창지대에 수원을 공급한다. 육지의 끝에 작은 산이 봉긋하게 솟아 있고 바래길은 이곳을 가로질러 간다.

 
 
초양방파제 섬호방파제를 지나 쇠섬 입구에 닿는다. 쇠섬은 예전엔 섬이었다가 지금은 방파제로 연결돼 있어 육지가 됐다. 소도라고도 불린다. 여수 오동도의 미니어처 같다고나할까, 앙증맞다. 방파제는 250m정도인데 차량통행이 제한돼 나들이 길 산책을 하거나 낚시를 하기에 좋다.

입구에 쇠섬스토리펜션이 위치해 있다. 벽면에 새겨진 시구가 눈길을 끈다. 바다가 ‘바다’가 된 이유가 이것 저것 재지 않고 무한정 받아주기 때문이라는 문무학 시인의 시다. 그래서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사는 ‘어머니가 바다’라는 얘기가 압권이다.

 
앙증맞은 쇠섬을 배경으로 조성돼 있는 바래길을 걷고 있는 취재팀
하이얀 굴 껍데기가 깔린 해변도 앙증맞다. 화장실 산정(?)의 벤치, 주민들을 위한 운동시설이 위치해있다.

요즘은 보기 드문 3바퀴 승용차가 길가에 서 있어 다가갔더니 지역주민들이 타고 온 1인용 차량이었다. 어르신들은 며칠 전부터 물고기 사체가 떠오르고 있다며 걱정을 앞세웠다. 진해만에서 온 정어리 사체인지 물었더니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악취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르신들은 “어제 사체를 많이 건져 냈다”며 당시 촬영한 사진을 보여줬다.

남해읍 구역 선소리 해안가 바다 조망대는 바다와 먼 산을 조망하며 짭짜름한 해풍을 맞을 수 있는 휴식처이다. 몇개의 계단을 올라서면 가슴 뚫리는 전경이 펼쳐진다.

습지생태탐방로로 향한다. 과거 바다였으나 방파제를 설치해 육지가 된 땅이다. 남해읍과 바다를 이어주는 완충지대로 각종 바다생물들이 서식하는 습지이다.

이곳에서 만난 어르신은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어르신, 무슨 고기예요?”, “문저리…” “많이 잡으셨나요?”, “좀 잡았어, 비린내가 안나는 고기라 즐겨 먹는다오.” 문저리는 ‘문절망둑’의 토속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 하구 모래나 뻘 바닥에 서식한다.

데크탐방로와 징검다리를 건너서 강둑을 걸어 남해읍으로 들어간다. 남해읍을 품은 망운산이 새롭게 보인다. 남해의 진산으로 여름철 바다에서 형성된 구름이 산자락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구름을 기다린다’는 뜻에서 망운산이라고 불렀다 한다. 2018년 망운산 스카이라인에 풍력발전소를 건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의령의 자굴산처럼 바닷바람이 센 남해의 바람을 활용하려는 의도였지만 산림훼손 환경 생태계 파괴, 저주파 발생을 우려한 풍력발전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와 산악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남해읍으로 들어가는 바래길, 뒤에 산이 구름을 기다린다는 망운산이다.
남해유배문학관
남해읍 유배문학관에 닿는다. ‘6·25 & 월남전 참전 유공자 흔적 남기기 전’이 열리고 있었다. 앞뜰에 서포 김만중의 커다란 동상이 인상적이다. 남해 유배인들의 상징인 책자형 시비도 세워져 있다. 남해 유배객은 고려시대 때 7명, 조선시대 137명을 합해 144명 정도이다. 대표적인 유배인은 서포 김만중. 그는 명가의 자손으로 조선시대 서인에 속했다. 공조판서, 대제학에 올랐지만 숙종과 희빈 장씨 사이에 난 아들의 세자 책봉 문제를 둘러싸고 남인과 당쟁이 벌어져 서인이 실각하자, 숙종 15년(1689)관직이 박탈됐다. 한양에서 가장 먼 남쪽, 거기에서 또 바다를 건너 남해, 그중에서도 1㎞ 더 떨어진 바다 위 외로운 섬 노도의 탱자나무 울타리집에 갇힌 채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구운몽’으로 숙종 때 소설문학의 선구자가 됐다.

남해 유배객 중 가장 많은 한시를 남겼다는 겸재 박성원(朴聖源, 1697~1767), 1744년 지평(持平)으로 있을 때, 영조가 기로소(문관 정 2품 이상 노인 우대소)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다가 송인명에 의해 남해에 위리안치됐다.

소론의 거두 약천 남구만(1629~1711)은 1679년 거제도와 남해로 유배됐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소 칠 아이는 여태 안 일어났느냐/고개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누구나 한번쯤 되뇌었을 작품이다.

농촌의 서정적인 풍경을 그린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숙종의 귀를 어지럽히는 노고지리, 복지부동하는 관리들, 나랏일은 팽개친 책임 있는 자들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남해읍의 어시장이 코스에 들어 있다. 남해지역에서 출하하는 참돔 쥐치 농어 우럭 숭어 멍에 해삼 등 해산물은 기본이고 시금치 마늘 등 육지에서 수확하는 남해특산물도 판매되고 있다.

남해바래길 본선 1코스 ‘바래오시다길’이 끝나면서 사실상 총거리 218.2㎞ 7개월 대장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 4월초 15코스 ‘구두산목장길’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남해바래길은 본선 16코스만 남은 셈이다. 2주후 전 구간 16코스 대국산성길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김윤관기자



 
이름모를 가을 열매
이동면의 터널을 통과하는 바래길
청둥오리 날다.
세바퀴 미니자동차
남해읍과 남해의 완충지대에 있는 습지생태탕방로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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