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불안과 위축 속에서 강화된 한국인의 역경지수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불안과 위축 속에서 강화된 한국인의 역경지수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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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는 내란과 외구(外寇-외국으로부터 쳐들어오는 적)와 민란으로 물들인 역사이다. 우선 서력기원 이후만 따져보더라도, 서기 6년에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마한의 땅을 침범하고, 동 13년에 부여가 고구려를 침범한 것을 비롯해 몽고의 침략은 1231년부터 1273년에 이르는 40여년에 걸쳐 전후 7차나 되고, 고려가 강화의 작은 섬에서 항전을 하다가 수도인 개경(개성)에 돌아온 것은 강화에 천도한 지 39년만이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1592~1598년에 이르는 양차에 걸친 약탈(임진왜란-정유재란)은 그로부터 300년 후에 있을 일본의 한국 병탄의 전초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왜란의 경우, 그 피해는 일일이 적기할 수 없을 정도니 이로 말미암아 문란하던 사회는 완전히 붕괴 직전에 이르렀고, 경제적으로는 거의 파탄 사태로 들어갔다. 전화로 인한 인명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고, 전야(田野)의 황폐는 거의 전국적이었다.(중략) 그 뒤를 이은 병자호란(1366~1637)은 황폐를 더욱 가속화하였던 것이다” 전 문교차관, 숙명여대와 경남대 총장을 지낸 윤태림교수가 쓴 ‘한국인의 성격’에서 기술한 내용이다.

“기를 펴보지 못하고 살아온 세상/ 항시 파르르 떨고 살아야 했고/ 남의 이목 속에 예절 속에 법도를 지키고 살아야 했던 세상/ 예절로 들볶는 세상/ 어른 하나를 받들기 위해 숨을 죽여야 하는 세상/ 웃음도 울음도 없는 소리 없는 살림이었다/ 보고도 못 본 체 눈을 피해야 하고/ 듣는 것만으로 강물에 몰래 띠워야 했다/ 조용하기가 오경 산사(山寺)와 같았다/ 입술은 꼭 잠긴 함이고 자물쇠이었다/(중략)은쟁반에 물그릇 받들 듯 떨리는 조심뿐이었다/ 기댈 곳도 안길 곳도 없었고/ 법에 묶인 오솔길을 받들고만 살으렷다. 해남 출신의 시인 이동주(李東柱)가 어머니의 삶을 묘사한 시의 일부이다.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분야 컨설턴트이자 교육훈련 전문가인 폴 스톨츠(Paul G. Stoltz)는 그의 저서 ‘장애물을 기회로 전환시켜라(Turning Obstacles into Opportunities)’에서 사람들이 역경에 대처하는 스타일을 등반에 비유해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는 퀴터(Quitter) 즉 포기자인데, 이들은 힘든 문제나 역경이 다가오면 도망가거나 포기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둘째는 역경 앞에서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현상유지 정도로 적당히 안주하는 사람이 60~ 70% 정도인데, 이 사람을 캠퍼(Camper), 즉 안주자라고 했다. 셋째는 클라이머(Climber), 즉 극복자로, 온 힘을 다해 당당히 역경에 맞서 헤쳐 나가는 경우이다. 클라이머의 주요한 특징은 자신만 역경을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을 격려하고 북돋우면서 함께 정복한다. 폴 스톨츠는 이 세 번째 유형의 사람을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수많은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목표를 성취하는 능력을 IQ처럼 지수화 하여 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라고 명명했다.

“한국 백성은 난리 속에서 태어나 난리 속에서 끝을 맺는다. 포화와 아우성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살림을 몇 번인가 뒤집어 엎어버리고 또다시 집터를 닦고, 그러다가는 또다시 이를 불태워버리고 이를 엎어버리고, 이렇게 되풀이 하여야만 하는 생활이었다. 불안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 위축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외구와 국정의 문란에서 오는 내란, 민중폭동, 왕정의 탄압, 전제정치 등은 우리들의 마음을 불안 속에 떨게 하였다.” 윤태림 교수의 지적대로 지정학적으로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끊임없는 불안과 위축그리고 역경에 시달리면서도 ‘은근과 끈기로’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역경지수로 말하자면 한국인이 세계 최고임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주요한 근거가 있다. 해발 8000미터 이상의 히말라야 14좌를 완등 한 44인 가운데 한국인이 7명으로 이탈리아와 함께 제일 많고, 엄홍길대장은 인류 최초 16좌 완등자이고, 14좌 역대 최단기간 완등자는 김창호 대장, 인류 최초 14좌+7 대륙 최고봉+남/북극점 도달자는 박영석 대장이며 장애인 인류 최초 14좌+7대륙 최고봉 완등자는 김홍빈 대장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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