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남명사상과 기업가정신
[아침논단]남명사상과 기업가정신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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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지난 9월 27일 진주시 지수면 K-기업가정신센터에서는 경상남도, 진주시, 경상국립대를 비롯해 11개 기관 관계자가 모여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참여 기관들은 진주시를 기업가정신 수도로 구축하고 K-기업가정신을 전 세계에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9월 초에는 서울경제신문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1박 2일 동안 의령, 진주 지수의 기업가정신센터, 산청의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기업가정신과 남명사상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한국경영학회, 진주시, 경상국립대,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 등은 2018년 7월 진주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수도(首都)로 선포했다. 이날 발표된 기업가정신 수도 선언문에서는 ‘진주시는 남부지방의 중심지이자 천년이 넘는 유서 깊은 도시로서 예로부터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명문 도시다. 근대에 와서는 LG, GS, 삼성, 효성 등 우리나라 최고 기업그룹의 창업주 등 30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들을 배출한 도시로서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유서 깊은 지역’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4년 동안 기업가정신 수도와 관련해 많은 일이 있었다.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진주 지수초등학교에 K-기업가정신센터도 건립했다. ‘기업가정신 수도는 진주’라는 인식이 경남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 널리 확산되도록 노력해 왔다.

그러면 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업가정신이라는 개념이 확립돼 왔다.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새로운 생산 방법과 새로운 상품 개발을 기술 혁신으로 규정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 앞장서는 기업가를 혁신자로 보았다.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조선 중기의 실천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과 철학을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의 뿌리로 내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남명의 경의사상과 실천정신 속에는 오늘날 기업가정신과 그 맥을 같이하는 요소가 매우 많다. 자기성찰과 통찰력, 비판적 사고, 소통과 협업 중시 사상, 개척과 도전 정신, 실용주의와 실천주의, 인재양성과 우국애민 등이 그것이다.

남명이 살았던 조선시대에 기업가라는 개념이 있을 리 없고 더구나 기업가정신이란 말은 아예 없었다. 그렇지만 남명 선생이 제자를 가르치고 스스로 실천한 여러 행적을 되짚어 보면 오늘날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를 만한 요소가 속속 드러난다. 남명의 정신과 사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임진왜란 때 남명의 제자·손자 제자 50여 명이 의병장이 된 것이다. 남명의 경의사상과 실천정신은 항상 그 시대에 부합하는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정신, 근대에는 실학, 구한말에는 핍박받는 백성의 저항과 형평운동, 근현대에는 일제에 대한 독립운동, 일제말기와 한국전쟁 이후에는 기업가정신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진주 출신 1세대 기업가들의 경영철학은 창업과 도전, 인재육성과 개척정신, 사업보국과 기술자립 등 전통적인 기업가정신 외에 또 다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인화·정도 경영, 소통과 화합,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부문화이다. 이는 요즘 회자되고 있는 ESG 경영과 맥을 같이한다.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구축을 위한 협약식에서 제시된 여러 사업 가운데 남명사상과 기업가정신의 뿌리를 역사적·학술적으로 발굴하여 확립하고 이를 후세들에게 교육하는 일,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소양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남의 국가거점 국립대학인 경상국립대학교가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과 철학이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정신으로 거듭나게 하는 학문·교육적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경남지역사회와 국가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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