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불꽃쇼의 40년 비밀이 풀리다
[경일춘추]불꽃쇼의 40년 비밀이 풀리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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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설 (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정은설 숲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2022년 남강유등축제가 10일 시작됐다.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의 역사적 의미와 전통을 유등으로 재현해 야간축제로 특화시킨 물·불·빛의 축제의 서막이 올랐다.

환상적인 전야제 행사인 드론라이트쇼와 불꽃쇼를 보기 위해 진주성과 남강유원지 일대에 자리를 잡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가을답지 않은 칼바람을 견디면서 환상과 기대 속에 다들 즐거운 표정들이다.

나도 남강교 난간에 아이와 자리를 잡고 하늘만 보고 있는데 7시 40분에 시작한다는 드론 라이트쇼는 8시가 넘어서야 시작됐고 그 기다리는 시간에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됐다.

드론이 하늘에 떠오르자 남강교를 달리던 차들이 그 자리 멈춰서 동승자들과 함께 내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선을 넘나들며 동영상을 찍는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한 두 대가 아니다. 불꽃 터지는 소리와 차량 경적소리로 주위는 엉망이 됐다. 평소에는 상상 못할 일이다. 남강교는 교통의 최중심지로 진주시내의 관문이다. 그 곳이 30여분 이렇게 정지돼 버리면 진주 시내 교통이 어찌 되겠는가? 약속시간이 촉박해 초조한 이들이 버스에 가득할 것이고, 배차 시간을 못 맞춰 휴식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운전기사들과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승객들, 불꽃쇼를 보기 위해 타지에서 오는 관광객, 또는 위급상황에 처한 시민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리 한가운데 차를 대고 사진을 찍어대는 시민의식이 부끄럽다. 철저한 준비와 혼잡 예상지역에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진주시의 행사진행도 아쉽다.

축제기간에는 대부분의 시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우측통행을 암묵적으로 지키면서 혼잡한 상황을 줄이고자 서로 노력한다. 그럼에도 왜 불꽃쇼 시간에는 차가 꿈적도 하지 않을까? 주약동부터 밀리기 시작하는 차량 행렬 속에서 궁금했던 40여년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다. 비단 진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틀 전 열린 여의도 불꽃 축제에서도 마포대교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일대가 쓰레기장이 됐다고 한다.

불꽃이 터지는 찰나의 순간. 지금 아니면 또 보지 못 할 것 같은 그 환상의 장면을 보기 위해서 도덕적 양심과 사회적 합의, 이타심을 잠시 내려놓는다고 세상이 무너지기야 하겠냐마는. 시민들에게 희망과 환상의 메시지를 주는 가을밤 보름달보다 강렬한 빛의 향연아래, 무질서한 차량과 인파는 오래된 관습처럼 시민들의 묵과 속에 언제든 대형 사고에 노출돼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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