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은 지난 9월 26일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과 2조 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 1억 443만주를 사들여 지분 49.3%를 보유한 대주주 지위에 오르게 된다. 신주 가격은 주당 1만 9150원으로 책정됐다. 신주 발행에 따라 산은의 지분율은 55.7%에서 28.2%로 낮아진다.
문제는 이번 인수가 마무리 될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는데 있다. 당장 이번 매각을 ‘밀실·특혜 매각’으로 규정하며 전면투쟁을 예고한 노조의 반발을 무마시켜야 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인수를 반대하는 노조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 전 실사조차 하지 못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까다로운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넘기 위한 사전작업도 해야 한다. 지난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다가 EU의 반대로 포기했던 현대중공업의 사례는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최근 조선업계는 초호황기에 접어드는 분위기지만 당장 흑자전환은 어려운 상태다. 조선사들은 주로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인 헤비테일 계약을 맺어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1~2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은 얼마든지 닥칠 수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 고질적 관행으로 쌓여온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취약한 임금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는 올해 여름 51일간의 하청 노동자 파업에서 단적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다행이 매각에 대한 지역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장기간 지속된 ‘주인 없는 기업’이 주는 피로감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 2000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지난 21년 동안 주인 없는 설움에 부침을 겪어왔던 대우조선해양. 이번 매각에 첫 단추를 잘 꿰어 험난했던 구조 조정 여정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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