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KAI 날다
[현장칼럼]KAI 날다
  • 문병기
  • 승인 2022.10.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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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세계 최초의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가 1903년 만든 ‘플라이어호’란 사실은 대부분이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기는 1922년 안창남 씨가 만든 ‘금강호’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항공기’는 무엇일까. 한국전쟁이 터진 이후 북한의 공군력에 자극받은 우리나라는 전투력을 가진 비행기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그때 만들어진 것이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한 2인승 경비행기 ‘부활호’로 1953년 10월 사천 공군기지에서 제작됐다. 부활호는 당시 소령이었던 이원복 씨의 설계로 개발됐다. 중량 380kg에 상승고도 4900m, 최대속도는 시속 180km로, 시험비행이 성공하자 국민들은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부활호가 건네는 메시지는 참으로 대단했다. 전쟁 후 제대로 된 엔진 하나 만들지 못했던 시대에, 우리 기술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가슴 벅찼겠는가.

그런 희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 변변한 엔진 하나 만들지 못하던 나라가 항공기를 수출하는 국가로 우뚝 서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다. 1999년 탄생한 KAI는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했으며, KT-1 기본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기동헬기 등의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KAI는 최근 폴란드와 엄청난 일을 성사시켰다. 자체 생산하는 FA-50 전투기 48대, 30억 달러(4조 1760억 원) 규모의 수출 이행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이자, 유럽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슬로바키아 등 인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뿐만 아니라 비회원국인 아일랜드도 FA-50 도입을 검토하는 등 유럽 전역으로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항공 선진국인 유럽 하늘에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전투기가 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상상도 못한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018년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미 해군·공군 전술훈련기사업 수주도 가시권에 있다. 500대 규모로 예상되는 이 사업은 최근 록히드마틴과 협력합의서(TA)를 체결하면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 성공 시 FA-50이 고등·전술입문·경공격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 경공격기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는 수많은 악재들을 극복하고 T-50 계열의 완제기 72대를 수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납품 및 생산, 계약된 T-50 계열 항공기(FA-50 포함)는 280여 대에 달할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도네시아와 이라크, 필리핀, 태국 등이 주도했지만, 이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동유럽 국가들이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항공기 1000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KAI가 전 세계 하늘에 국산 전투기를 띄울 날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KIA는 30여년 ‘눈물 젖은 빵’을 삼기며 그들만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쌓아왔다. 효자상품인 T-50계열 전투기에 이어 4.5세대인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도 첫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이 또한 전투기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 중형위성과 국방위성 개발 사업에 이어 한국형 발사체 총 조립까지… 항공 사업을 넘어 우주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KAI의 ‘비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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