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파란 가을 하늘 아래 초록의 숲을 거닐자
[경일포럼]파란 가을 하늘 아래 초록의 숲을 거닐자
  • 경남일보
  • 승인 2022.10.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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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태풍이 지나가고 드러난 하늘은 가을을 만끽하는데 하나 모자람이 없다. 공기는 맑고 피부에 닿는 시원한 바람은 쾌적하고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여름내 짜증스러울 정도로 괴로웠던 더위와 끈적한 피부는 순식간에 뽀송뽀송한 아기의 피부로 돌아간 듯하다. 이럴 때 잠시 시간을 내 숲으로 걸어가 보자. 상쾌한 나뭇잎들이 반겨줄 것이다. 나뭇잎들이 속삭이는 소리는 귀를 청량하게 하고,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돌려놓는다. 숲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잎들 사이로 펼쳐진 파란 하늘이 기분을 좋게 한다. 이런 것들이 몸을 가뿐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 이런 기분은 봄이 한창인 시절과 이때 누릴 수 있는 자연의 호사이기도 하다.

가까운 동네 산으로 가도, 주변에 공원으로 나가 걸어도 나무와 풀이 무성한 곳이라면 모기도 달아나고 피부는 상큼한 공기와 맞닿아 쾌적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이것이 자연 치유다. 특별한 것 없는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 거기에 아직 낙엽지지 않은 나뭇잎들이 초록빛으로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은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그로 인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까지. 온통 마음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한다. 이럴 땐 굳이 높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산책하듯 소소히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에 젖는다.

우리나라가 좋은 건 조금만 나가도 산과 숲이 가까이 병풍처럼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는 거다. 가까이 다가가 동네 산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복의 개념처럼 산꼭대기까지 기를 쓰고 오르지 않는 수평 산행을 잘 실천하는 사람들은 그저 적당히 갈 수 있는 곳, 가고자 하는 곳까지 천천히 숲의 기운을 마시고 느끼면서 산책하듯 걷고 쉬고 하면서 숲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산꼭대기까지 반드시 올라야 한다는 정복 개념의 산행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 이제 수평 산행을 실천하면서 산의 높이와 관계없이 적당히 가는 것으로 시간의 여유를 즐기며, 몸과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으로 만족하는 산행이 정착되고 있다.

숲이 치유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숲 치유 프로그램 체험을 한 1180명의 요보호 아동들의 심리, 자립역량변화분석 결과에 따르면 프로그램 체험 후 아이들의 우울 수준이 7% 감소했고, 대인관계는 4%가 좋아졌으며, 자아존중감은 2.7% 높아진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더구나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한 실험용 쥐에 4주간 국내산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편백나무 판재를 각각 노출시킨 결과 피부질환 증상이 현격히 완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유발인자인 혈중면역글로불린 E 농도가 크게 낮아지는 등 목재의 항아토피피부염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즉,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편백나무는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한 실험용 쥐의 혈중면역글로불린 E 농도를 약 32%에서 51%나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아이들이 이러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에서 걷고 뛰어다니며 놀면 아토피피부염 등이 현격히 좋아진다는 것이며, 또 이러한 목재를 재료로 방을 꾸며줘도 그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숲은 치유의 효과뿐만 아니라 산림문화를 고양하는 효과도 있다. 숲에서 산책하듯 걸으며 이 나무는 어떤 나무고 저 풀은 어떤 풀인지를 아는 것도 숲의 문화를 알게 되는 것이고, 사색을 통해 숲에서 놀았던 기억을 되살리며 에미상을 수상한 오징어 게임처럼 재미난 드라마의 줄거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숲의 문화를 현실로 끌어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도시 생활과 빠듯한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와 답답함에 갇히기도 한다. 이러한 몸과 마음의 힘겨움을 풀어내기 위해 공원과 숲으로 나가길 원한다. 쉬는 날, 네 방 골을 매고 빈둥거리는 것보다 가까운 숲으로 나가 자연과 동화되어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맑은 숲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잘 왔구나 싶은 마음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숲은 자연의 일부고 자연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숲은 그 자리에 있지만, 사람은 좋은 숲을 찾아갈 수 있는 능동적 활동자다. 그렇기에 가을의 맑은 숲에 들어 자연을 만끽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통해 에너지를 축적하자. 이를 통해 더 많은 창의적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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