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특별연합과 행정통합 사이에 놓인 ‘부·울·경’
[경일시론]특별연합과 행정통합 사이에 놓인 ‘부·울·경’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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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논설위원


특별연합이냐 행정통합이냐.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현안’이 새 국면을 맞았다. 경남이 더 이상 검토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 울산 쪽도 진작부터 적극적이지 않았다. 부울경특별연합이 속된 말로 물건너가는 형국이다. 이렇게 되자 그간 적극적이던 부산 쪽이 요란하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한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경남의 바닥 정서는 그와 다르다. 일부 지역 도의원 몇몇 말고는 도의회에서도 대체로 도가 내린 결론에 찬성이다. 이에 힘입은 건지 경남도는 지난 26일 간부회의에서도 특별연합 중단의 뜻을 거듭 밝혔다. 대신 ‘행정통합’을 주창하고 나섰다. 특별연합론과 행정통합론이 새로운 지역 관심사가 되고 있다.

경남도가 대안으로 내놓은 행정통합은 뭘까. 시장이든 도지사든 한 사람이 통할(統轄)하는 자치단체를 말한다. 과거 창원 마산 진해, 진주 진양, 삼천포 사천이 합친 것과 같은 형태의 통합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내년까지 각 시·도가 조례를 정비하고 25년까지 주민투표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자고 했다. 이어 26년 지방선거 때 통합 단체장을 뽑자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번도 없었던 광역지자체 통합이 말처럼 쉬울지는 알 수 없지만 눈길 끄는 제안인 건 분명하다.

특별연합 규약안이 지난봄 정부 승인을 받고 내년 출범을 앞두고 있던 터다. 경남은 왜 특별연합을 반대하는가. ‘지붕 위에 짓는 집’처럼 쓸데없이 덧보태는 조직이라는 거다. 거대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역 발전 전략이라지만 그런 효과가 없다는 게 용역 결과였다고 한다. 특히 경남에는 별 이익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거다. 지역에 실익이 없다면 반대는 너무나 당연하다. 경남도는 부울경특별연합 실효성 분석 용역을 지난 7월 경남연구원에 의뢰했었다.

도가 적시한 특별연합 탈퇴의 이유는 구제적으로 크게 세 가지다. 경남 18개 시군 중 2~3곳을 뺀 대부분은 특별연합 혜택에서 소외된다는 게 첫째다. 연합 3개 시·도가 공동 대응할 인프라 구축의 경우, 혜택은 부산과 그에 인접한 경남 두세 개 시군만 받게 된다. 서부경남을 비롯한 대부분 지역은 혜택이 별로 없다. 여기에 도 재정을 쏟을 수 없다는 거다. 옳은 논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남의 4차 산업 경쟁력과 산업구조 고도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R&D(연구·개발) 관련 인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부산으로 투자가 쏠릴 거라는 예측인 거다. 이 결과로 지역소멸 위기란 섬뜩한 우려마저 제기된 모양이다.

또 하나, 기본적으로 특별연합의 설치 근거만 있고 실질적 내용이 없다는 거다. 특별연합 공동사무에 대한 재정지원 특례와 권한 이양의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 그렇다면 굳이 청사를 지어 147명의 공무원을 둘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다. 하물며 연간 161억원의 예산이 드는 일이다. 공신력 가진 연구기관이 도출한 이런 이유들을 제치고 경남도가 특별연합을 추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리라.

부산 여론은 경남의 탈퇴를 비난한다. 특별연합을 어서 포기하지 않으려 할 거다. 그러나 부울경은 행정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경남도의 제안을 턱없는 걸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특별연합의 목표도 궁극적으로는 행정통합이라는 소리도 없지 않다. 경남도에서도 행정통합에 울산이 손사래친다면 우선 부산과 협의를 하겠다는 의지다. 전향적이고 열린 자세라 할 만하다.

어찌됐든 이제 ‘부·울·경’은 특별연합과 행정통합이 다툴 새로운 논의의 서막이 올랐다. 마치 동남권 신공항 건설 이슈처럼 결론내기 어려운 지루한 말싸움이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민선 8기 박완수 지사가 첫 도정 어젠다로 내건 행정통합인 만큼 도민 지지와 기대 또한 클 것으로 본다. 여기에 부응하는 일은 박 지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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