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꿀벌 이야기
[농업이야기]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꿀벌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6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릴적 농촌에서 자란 장년 이상의 성인이라면 으레 벌에 한번쯤은 쏘여 보았을 것이다. 어린시절 벌은 무서운 곤충으로 생각하고 피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벌에 대해 조금만 더 안다면 벌처럼 소중한 곤충은 없을 듯하다.

꿀벌은 언제나 가족처럼 집단생활을 한다. 벌집에는 여왕벌, 일벌, 수벌이 함께 살고 있는데 여왕벌은 평생 알만 낳고, 일벌은 애벌레 키우기, 집짓기, 꿀 만들기 등의 일을 하며, 수벌은 처녀여왕벌과 짝짓기를 한다. 독일의 목수이자 양봉가였던 요하네스 메링(Johannes Mehring, 1815-1878)은 “꿀벌 군락은 하나의 생물이다. 그것들은 척추동물이다. 일벌은 생명 유지와 소화를 담당하는 몸이고, 여왕벌은 여성의 생식기이며, 수벌은 남성의 생식기이다”라고 노골적인 비유를 했다. 꿀벌 군락 전체를 하나의 동물로 파악하는 이러한 시각은 꿀벌 군락을 쪼갤 수 없는 전체로서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모튼 윌러(William Morton Wheeler)가 개미 연구를 토대로 1911년 이러한 형태의 생물체를 ‘초개체’라고 명명했다.

꿀벌은 1회에 30~60mg의 꽃꿀을 운반하는데, 1kg의 꿀을 모으기 위해서는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인 약 4만㎞를 비행해야 한다. 애벌레를 키우기 위해 하루에 1300회 이상 애벌레 방을 방문하며, 꿀벌 한 마리를 기르는데 약 2800마리의 일벌이 참여한다.

성충 일벌은 나이별 역할이 분담돼 있어 청소, 먹이공급, 집짓기, 꿀 수집 등의 역할을 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다. 꿀벌들은 몇 번만 비행해도 주변 환경을 익히고 몇 번밖에 훈련받지 않았는데도 색과 형태를 알아챌 수 있으며, 몇 시쯤 특정 장소에 먹이가 있는지도 알 수 있는 학습능력과 인지능력이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로 볼 때 우리는 꿀벌을 곤충이라고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추분도 지나고 들판에는 노란 알곡과 나무에는 탐스러운 과일이 익는 결실의 시기이다. ‘농사의 반은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사람과 자연을 제외한 결실의 숨은 공신을 꼽자면 첫 번째로 꿀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의 71%가 꿀벌의 수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식물이 수정을 하지 못하면 작물과 목초의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식량과 가축 생산이 줄어들어 결국, 인류의 식량수급에 위기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꿀벌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 보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꿀벌이 농작물 수분작용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5조 9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벌꿀, 화분, 로열제리, 프로폴리스 등 직접적인 1차 생산물 생산액인 4770억원의 12배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공익적 가치를 지닌 꿀벌을 보호·관리하기 위해 2019년에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올해 6월에는 ‘양봉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우리 모두가 꿀벌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꿀벌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양봉가들이 좀 더 웃을 수 있는 날들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백상훈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농촌지도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