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래길을 가다[13]동대만길(3코스)
남해바래길을 가다[13]동대만길(3코스)
  • 김윤관
  • 승인 2022.09.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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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숲으로…왕후박나무까지… 초록에 빠진 길
동대만길 대벽리에는 수령 500년이 넘은 왕후박나무가 있다. 남해 물건방조어부림이나 미조면 상록수처럼 해안가 방풍용으로 식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정자나무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11개로 갈라진 특이한 수형과 이순신나무 전설, 500년 고목 등의 이유로 천연기념물 299호로 지정됐다.

이 코스 속금산 중턱 임도에서는 울창하게 자란 편백나무숲을 만날수 있다. 이 숲은 순수함이라거나 청량함 등 그런, ‘맑음’이라는 숲의 정령(精靈)을 느낄 수 있다. 산도곡재를 넘어 가는 소로길 300m구간과 심하게 가파른 임도 구간 100m를 제외하고는 15㎞에 달하는 전 구간이 임도와 도로로 구성돼 있어 MTB 자전거로 완주가 가능하다. 흙과 자잘한 자갈이 깔려 있는 임도는 짜릿한 MTB의 장점을 살리며 라이딩을 즐길수 있다.

이번 주 남해바래길 동대만길 구간에서는 취재팀원 일부가 탄소배출량 제로, 순수 사람의 힘으로만 이동하는 자전거로 주행했다. 다만 바래길을 자전거로 주행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또한 동대만길은 남해지역에서 최초로 청동기시대 비파형 동검이 발견된 당항리 일원을 지난다.

 
천연기념물 299호 창선면 대벽리 왕후박나무, 이순신장군이 그늘에서 쉬었다는 전설이 있어 이순신나무라고도 부른다.
▲창선면행정복지센터 앞 출발→운대암→산도곡고개→대방산임도→속금산임도→당항→대벽→단항→창선대교, 총거리 15㎞ 5시간 내외, 난이도 ★★★

▲창선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출발한다. 면 소재지 상죽마을은 예부터 호음 동산 죽촌 하죽 4개 마을이 있었으나 ‘대나무가 많은 촌락’이라는 뜻의 죽촌마을이 정사년 대홍수로 없어져 버렸다. 이후 3개 마을만 존속하다가 1919년 행정구역 개편 시 ‘상죽’으로 통일됐다. 들녘 가운데 창선초등학교를 왼쪽에 두고 면 소재지에서 500m정도 진행한 뒤 도로를 벗어나 왼쪽 사이 길을 따라 올라간다.

첫번째 오름길, 길은 양옆으로 숲이 우거진 임도로 바뀐다. 자전거의 경우 저단기어로 오를 수는 있다. 1㎞거리 오름길에 끝에 서면 전망이 활짝 트이고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운대암에서 세운 것으로 보이는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에게 귀의한다’는 입석이 눈길을 끈다.

추석이 지난 탓에 군데군데 묘지는 아이들 까까머리처럼 깨끗하게 정리가 잘돼 있다. 이러한 풍경을 보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효를 잘 실천하는 민족임을 자부한다”는 지인의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자전거로도 전구간을 완주할수 있는 동대만길
이때부터 내림길이다. 고불고불 이어진 길, 곧이어 옥천수원지·운대암 입구에 닿는다.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바래길 앱이 ‘경로를 이탈했다’는 경고음을 울린다. 이곳에 닿기 100m전 지점 갈림길에서 산으로 올라가야하는데 지나쳐 왔기 때문이다.

두번째 오름길,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좁은 산길에다 경사가 급하다. 약 300m구간인데 자전거는 어깨에 메고 오르다가 평평한 길이 나오면 끌고 갈수 있다. 지난달 말 발생한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크고 작은 나뭇가지가 부러져 주행로에 널브러져 있다.

이 숲길을 헤치고 나오면 반가운 대방산 임도다. 바래길은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내려간다. 인공적인 것이 없는 편백나무 숲길이 무려 4.5km이어진다. 도보가 원칙이지만 자전거로 멋진 주행을 할 수 있는 구간이다. 오른쪽이 속금산(357m)이니까 산의 왼쪽 허리를 따라 돌아가는 길이다.

얼마나 주행했을까. 임도를 벗어나면 율도로로 넘어가는 지방도 ‘율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200m정도 거슬러 올라간 뒤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소로에 들어간다. 밭둑 사이로 경운기 운행이 가능한 길이어서 주행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해안도로인 동부대로, 목화주유소 부근에 닿는다.

세번째 오름길은 목화주유소에서 국도 3호선(동부대로)를 따라 200m지점까지 간 뒤 산길로 방향을 잡는다. 3년전 이 길 동부대로 중간에서 위험도로 개선공사를 하다가 기원전 4~5세기 청동기시대 묘역시설을 갖춘 지석묘 등 2기의 무덤과 비파형동검, 석부 등 다수의 유물을 발굴했다. 특히 비파형동검이 3조각으로 나뉘어 부장됐는데 이러한 양상은 ‘제의 행위’(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종교 행위)의 결과라고 한다. 비파형동검 길이는 26㎝, 남해지역에서는 최초로 출토된 청동제 유물이다. 남해군에서도 청동기시대 유력한 지배집단의 실체를 알려주는 자료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동대만길 기점 창선·삼천포대교의 단항대교
동부대로를 떠나 왼쪽 산길로 올라가면 SUV차량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경사 큰 임도가 나온다. 실제 자전거를 끌고 가면 동여맨 신발이 벗겨질 정도이다.

이 코스 마지막 재를 넘어선다. 왼쪽이 대사산, 오른쪽이 연태산(340m)이다. 높은 산지 재임에도 물골이 나있고 군데군데 물이 넘친다. 다가가보니 늪지대였다. 돌담을 쌓은 전답으로 과거 논농사를 지은 흔적이 분명했다. 꽤 넓은 계단식 논이 100m정도 이어진다. 적어도 수십명이 농사짓고 살 수 있는 청학동같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비파형동검의 주인공들의 삶터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까지 미친다.

숲을 걷는 동안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낮아지고 심박수가 안정되고 긍정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한다. 숲은 그렇게 생활에 찌들려 아귀다툼하며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주는 어머니 품속같은 곳이다. 산을 내려온 길은 대초도 소초도 미니 섬 2개가 쌍둥이처럼 마을 앞을 지키고 있는 단항마을 해안으로 연결된다. 이 마을에 남해의 자랑거리 왕후박나무가 있다. 타원형의 수형이 아름다워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이 그늘 밑에 쉬었다는 전설이 있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장군이 1592년 5월 29일 새벽 좌수영을 출발해 지금의 노량에서 원균을 만나 왜군과 전투를 벌인 것으로 돼 있다. 또 1592년 7월 6일 한산도로 향하던 중 창선도에 하루 밤을 머문 기록도 나온다. 적어도 한차례는 이곳에 들렀을 것이라는 염원이 전설이 됐을 수도 있다.

현재 수령이 500년이니까 1592년이라면 당시 이 나무의 수령은 80년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이 마을에 살던 늙은 부부가 큰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 배안에 씨앗이 들어 있어 이를 땅에 심었더니 지금의 왕후박 나무로 자랐다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은 매년 나무앞에서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있다. 또 하나, 우리가 알고 있는 ‘울릉도 호박엿’의 원조가 후박나무 진액과 열매로 만든 엿이다. 후박이 호박으로 바뀐 케이스다.

바다 위 창선대교가 붉은 태양처럼 떠오른다. 대교 밑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단을 올라가면 창선면 육교 치안센터가 나온다. 남해바래길 동대만길 종점이다.

김윤관기자









 
자전거로도 전 구간을 완주할수 있는 동대만길

 
태양광 발전 시설이 산에 들어 서 있다.
경모재
깊어가는 가을, 알밤이 바래길에 떨어져 있다.



 
동대리마을
천연기념물 299호 당항마을 왕후박나무, 이순신장군이 그늘에서 쉬었다는 전설이 있어 이순신나무라고도 부른다.

 
세조각을 동간난 비파형동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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