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작업일지
[경일춘추]작업일지
  • 경남일보
  • 승인 2022.09.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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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영 한국화가
 
정민영 한국화가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기록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기를 썼다. 더 크게는 백일장에 출전해 시나 수필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상념들을 기록하는 모든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 후 직업을 갖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면서 글쓰기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진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더욱 많은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도 마음 내면에서는 글쓰기의 본능은 꿈틀거린다. 과거에 있었던 기쁜 일, 가슴 아팠던 일, 아니면 어느 조용한 여행지에서의 아름다운 풍경, 등 삶의 궤적을 떠올리며 글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는 이와는 조금 다른 글을 쓴다. 글이라기보다는 그림을 그리기위한 사전 혹은 사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기위해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면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된다.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꾸준히 글로 표현해 기록한다. 어쩌면 기록작업과 그림작업이 시간차를 두고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왜 기록을 해야하고 왜 그렇게 그려야 할까, 왜 그리는가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과 고뇌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기록과 그림작업을 하는 필자의 머리 속은 항상 허전하고 갈등의 연속이다. 이러한 때 탈출구는 무엇일까.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등산을 하거나 가까운 유원지를 찾아 사색을 즐기는 등 발품을 팔고 다닌다. 그러다가도 문득 번뜩이는 뭔가가 떠오를 때면 화실로 돌아와 기록하고 붓을 잡아 그것의 실체를 구체화시켜 나간다. 새로움에 새로움을 더해 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보다 나은 실상을 찾는 것이다.

이럴 때 작업일지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 작업일지를 기록하고 다시 읽어보고 여행을 하고 붓을 잡아 이루고자 하는 실체에 가깝게 다가간다.

작업일지를 콕 집어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의 그림 작업 중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필자에게 작업일지는 하나의 작업에 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힘이 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 작업일지를 기록한다는 것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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