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도전] 권오민 경상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
[행복한 도전] 권오민 경상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
  • 임명진
  • 승인 2022.09.15 17: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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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목표로 불교학 입문서 번역·연구 계획
지난 5일 권오민 경상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권오민(65) 경상국립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는 불교학계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다. 지난 8월에 퇴직을 했는데, 34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불교 경전을 연구하고 번역하는 활동에 전념해 왔다.

다수의 저서로 ‘원효학술상 대상’ 등 굵직한 수상도 여러 번 했다. 주변 지인들은 한평생 연구실에서만 지낸 그에게 ‘이젠 좀 쉬어라’, ‘산행이나 취미활동을 가져보라’고 하지만 벌써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권 교수는 “종교로서의 불교와 학문으로서의 불교학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실제 종교로서 불교는 그 뿌리가 깊지만, 불교학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조선왕조 500여 년간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배척한 정책으로 그 위상이 높다고 볼 수 없다.

권 교수는 불교학의 매력으로 “이치를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면서 사상이 깊어지고 새로운 사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래서 학문으로서의 불교를 보다 쉽게 정리해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 그것이 권 교수의 야심찬 새 목표다.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지금은 사라진 불교학파 중 하나인 ‘경량부’에 관한 연구에 매진했다. 굳이 사라진 학파를 연구한 까닭은 철학사에 공백이 있어선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칸트라는 사람이 이름만 남겨져 있고 그의 자료가 하나도 없다면 어떻겠어요? 경량부도 사라진 학파이지만 전체 불교사에서 큰 영향을 미친 학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권 교수는 불교의 경과 율, 논이라고 하는 삼장 중에서 특히 논장, 그 중에서 소승론, 아비달마론에 대해 연구해 왔다. 논장은 부처의 말씀과 계율에 대해 해석하는 것으로 권 교수는 그 중에 대표적으로 ‘구사론’과 ‘순정리론’을 번역했다. ‘순정리론’은 번역하는데만 10여 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번역을 해 놓고 다시 연구하고, 한 주제로 무려 3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난 셈이다.

권 교수는 “논장은 부처의 말씀과 계율에 대해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삼장 중에서 논장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장법사는 불교경전에 해박한 승려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불교학은 일본을 거쳐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은 한때 불교학에 대해 종주국을 자처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국에서 불교학에 대한 연구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권 교수는 10년을 목표로 불교학의 입문서로 통하는 ‘구사론’과 ‘성유식론’에 대한 번역과 연구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신라시대에 승려 원측이 성유식론에 대해 일가견이 있었고, 고려시대 승려 의천은 ‘구사론’과 ‘성유식론’은 공부하지 않으면 불교에 입문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기초학문으로 통한다.

권 교수는 “불교학이 좀더 일반 독자에게 쉽기 읽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독자들과 직접 대면도 하고 책을 가지고 읽으면서 그 속에서 또다른 해석을 하고 논의를 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싶다. 꿈꿔왔던 일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명진기자


 

지난 5일 권오민 경상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자신이 번역한 경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권오민 교수가 번역한 경전(앞으로 나와있는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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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 2024-01-08 21:04:48
교수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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