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03)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03)
  • 경남일보
  • 승인 2022.08.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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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평론가 송희복 교수의 정년퇴임과 산문집(1)
송희복 교수는 진주교육대학교 국어과 교수로 지내다가 이번 1학기로 정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가 진주에 집이 없고 진주 출생이 아니고 만년을 진주에서 설계를 한다는 계획이 없다 보니, 그는 9월부터는 부산시민이 되거나 서울 주거지 중심의 생활을 하리라 본다. 그런 까닭에 정년기념 산문집 ‘진주에 살다, 진주를 쓰다’가 아주 귀하게 읽힌다.

책 머리에 ‘정년을 앞둔 어떤 소회’를 읽어 진주와 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그럼에도 출생은 늘 부산이라 썼다. 그가 태어날 때 부산 본가가 따로 있었다. 부친이 그의 출생지를 신고할 때는 본가의 주소지를 공적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부산에서 살았고 그래서 부산이 통칭 고향이다. 부산이 고향이라 할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그는 열아홉의 나이에 진주에 소재한 학교에 입학했고 스물 한 살의 나이에서부터 5년간 울산에서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했다.

그후 서울과 진주에서 오래 살았다. 교사로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그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1984년 가을 이때부터 15년간에 걸쳐 서울에서만 살았다. 이 기간에 직장생활이 2년뿐이었지만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모든 과정의 학업을, 또 문인과 학자로서의 기반을 여기에서 닦았다.

그리곤 진주에 있는 국립교대 교수로 발령을 받기에 이른다. 진주와의 인연은 여기서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진다. 학생으로 2년, 교수 재직이 24년이면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진주를 주소지로 삼았던 햇수도 십수년이 되었다.

그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 늘 시외버스나 고속열차를 탄다. 서울에서 진주로 가는 길이 남도 천리요, 해운대에서 진주까지 서행 삼백리 길! 그는 ‘진주행’을 읊으며 상하 횡보길의 상념에 젖었다.

아아 진주 삼백리를

이렇게 허전히 앉아서 간다

이렇게 허전히 앉아서

내가 허락 받은 인생의

후반 코스에

이런 일 저런 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박목월이 젊어서 읊었던 ‘남도 3백리’를 패러디하며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에 시심을 얹고 다녔을 것이다. 진주생활 26년간이니 인생길 중심이 놓이는 시간이며 시간대이다. 그는 술도 잘하며 주변을 아우르기도 했고, 밤낮으로 저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술서가 대략 45권을 넘어섰고, 진주지역 역사나 문화쪽에도 업적이 수월찮다. 그가 관심을 가진 자연은 지리산이고 기녀문화, 지역어, 민속음식. 진주 출신 이형기와 김인배를 사랑했고, 진주 도자기와 풍류, 진주검무, 유행가 등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특히 은사를 존경하며 모셨다. 진주교대로 오면서 스승 김영실 교수를 각별히 스승의 날에 모셨다. 송 교수는 내게 동국대학교 같은 과 후배로서 그 관심이 커서 웬만한 학술 관계는 동참하며 뜻을 같이 했다. 그런데 김영실 교수는 내게는 진주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셨고 송 교수는 대학의 은사로 서로가 선후로 이어져 한동안 ‘스승의 날’을 함께 모신 일이 있었다. 송 교수가 남긴 일 중에 아름다운 일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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