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벗이 전화를 했다
어떻게 지내나 안부를 묻고
무심한 세월 탓도 하고
그냥그냥 지나간 청춘의 일 그리워
니가 오든 내가 가든,
한번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인 듯
카톡 사진으로 근황을 훔치다가
니가 오든 내가 가든,
게으른 약속 생각나 내가 전화를 했다
목단꽃 하나 들면 니가 거기 있었다고
그 말 전하고 싶었는데···…
오가지 못한 그 사이
습관처럼 굳어진
쓸쓸한 말
니가 오든 내가 가든···…
그 사이에 꽃이 말없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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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산책……언제부턴가 무소식을 무소식으로 여기며 지내게 되었어요. 소식은 내가 원하는 것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떤 소식은 받지 않는 게 다행이라 여겨지는 것이 있어요. 예상하지 못한 소식은 가슴이 철렁하거든요. 특히 깊은 밤이나 이른 새벽의 전화는 받기도 전에 심장이 먼저 뛰어요. 그래서인지 무소식은 그저 무소식으로 여기는 게 낫다 싶어요. 그런 무소식을 수평적 초월성이라 부르고 싶어요. 초월성은 고독한 사유의 과정이므로 외로운 연대감을 촉발하죠. 너와 내가 동시에 외로울 때 가령 목단꽃이 피거나 카톡 사진으로 근황을 훔치거나 그런 때 말이죠. 그럴 땐 희소식을 기다리기도 하겠죠. 어쩌다가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나타나면 가슴이 싸해지거나 괜히 울컥해지는 것도 그런 맥락이겠고요. 그렇다고 모든 감정을 다 전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사는 게 그런 거잖아요. 타이밍을 놓치는 게 다반사인 그런 것 말이에요. 만나자. 네가 오든 내가 가든. 밥 먹자. 차 마시자. 입버릇처럼 말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사는 날이 많아요. 우리는 말에 빚을 지고 사는 쓸쓸한 사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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