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3]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3]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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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4)
꽃목걸이 꽃무지개 꽃바다 꽃수레 꽃삽 꽃신
지난 글에서 ‘꽃다운 나이’를 가리키는 말로 ‘꽃띠’라는 말을 썼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어떤 분이 그 말이 참 예쁘다고 하시며 널리 알리겠다고 기별을 주셨습니다. 있던 말에 새로운 뜻을 담아 쓰자는 생각이 더 좋았다고 하며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라는 말씀에 저도 힘이 났습니다. 오늘도 ‘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꽃목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꽃으로 곱게 엮은 목걸이’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함께 기뻐할 일을 했을 때나 어떤 곳에 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는 뜻으로 목에 걸어 주는 것을 흔히 ‘화환’이라고 합니다. 이 ‘화환’을 ‘꽃목걸이’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으로 만든 목걸이인 만큼 ‘꽃목걸이’라는 말이 가장 알맞기 때문입니다. ‘꽃송이를 엮어 만든 팔찌’는 ‘꽃팔찌’이고 ‘꽃으로 만든 가락지’는 ‘꽃가락지’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꽃무지개’라는 말도 있습니다. ‘꽃과 같이 아름답다는 뜻으로 무지개를 빗대어 이르는 말’인데 무지개가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앞에 꽃을 붙였을까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 만드는 솜씨를 잘 알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달리 더 예쁜 무지개를 나타낼 때 쓰면 더 좋겠습니다. ‘꽃바다’라는 말도 있답니다. ‘꽃이 많이 피어 있는 넓은 벌판이 꽃밭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지요. 이 말도 앞서 알려드린 ‘꽃물결’처럼 꽃이 피어 있는 벌판이나 꽃밭을 ‘바다’에 빗대어 나타내어 만든 참 예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이나 소 등에 잔뜩 실은 꽃’을 ‘꽃바리’라고 한답니다. ‘바리’가 ‘마소 등에 잔뜩 실은 짐 또는 그것을 세는 하나치(단위)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이 말은 요즘도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꽃이나 여러 가지 것으로 꾸민 수레’를 ‘꽃수레’라고 하고 하는데 이런저런 잔치 때 보면 꽃으로 꾸며 놓은 차들이 많던데 ‘꽃수레’라고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꽃으로 꾸민 배’는 ‘꽃배’라는 것은 따로 알려드리지 않아도 되지 싶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을 ‘꽃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잔치 때 함께 기뻐하는 마음을 나타내려고 쏘아 올리는 것을 흔히 ‘불꽃’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가리키는 말도 ‘꽃불’이랍니다. 그러니까 ‘불꽃놀이’를 ‘꽃불놀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우리가 꽃이나 남새를 가꿀 때 쓰는 작은 삽을 흔히 ‘모종삽’이라고 하는데 ‘모종삽’을 달리 ‘꽃삽’이라고도 합니다. ‘꽃’을 가꿀 때 ‘꽃삽’이라고 하면 더 예쁠 거라고 생각합니다. ‘꽃송아리’라는 말도 있는데 ‘꽃이 잘게 한데 모여 달린 덩어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말보다 큰 말은 ‘꽃숭어리’랍니다.

‘여러 가지 빛깔로 꾸미거나 수를 놓은 주머니’를 ‘꽃주머니’라고 하고 예쁘게 꾸민 짚신을 ‘꽃짚신’이라고 하죠. 잘 아시다시피 그렇게 예쁘게 꾸민 신을 ‘꽃신’이라고 하구요. 이런 말을 놓고 볼 때 예쁘게 꾸민 바지는 ‘꽃바지’, 치마는 ‘꽃치마’, 저고리는 ‘꽃저고리’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렇게 꽃과 아랑곳한 많은 말을 잘 알고 함께 쓸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마음을 써야 할 것이고 ‘꽃’을 넣어 새로운 말을 만들어 쓰는 일에도 힘과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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