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37] 쿡 아일랜드(2편)
도용복의 세계여행[37] 쿡 아일랜드(2편)
  • 경남일보
  • 승인 2021.07.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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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아일랜드에는 수도인 ‘아바루아’가 있는 라로통가섬 이 외에도 각각의 언어가 다른 섬이 열개가 넘는다.

버스로 섬을 한바퀴 돌고 다시 수도 아바루아로 돌아왔다. 센트럴에서 공연을 하거나 음악을 하는 곳이 있는지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아름다운 산호초를 보며 스노클링을 즐기고 마사지를 하는 등의 고급스러운 투어상품만 많이 준비돼 있었다. 이곳의 산호는 너무 아름다워 훼손될까봐 배도 못들어오게 할 정도로 보호가 철저했다.

 
쿡아일랜드 수도인 ‘아바루아’의 라로통가섬에서 하늘색 차량에 이스라엘 깃발이 꽂혀있는 것이 보였다.
길가에 우연히 하늘색 차량에 이스라엘 깃발이 꽂혀있는 것이 보였다.

나에게 이스라엘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에 눈길이 머물렀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이스라엘 키부츠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던 것처럼 세계를 이끄는 유대인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 주인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흰머리가 희끗한 할머니 한분이 머리에 꽃다발을 두른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나와 차를 번갈아가며 보다가 말을 걸어왔다.

“이 차가 제 차입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레미입니다. 한국에서 왔어요. 이 차에 이스라엘 기가 꽂혀 있는 이유가 궁금해서요. 저는 이스라엘을 사랑하거든요, 특히 이스라엘 키부츠를요”

이스라엘기를 보고 자신을 기다렸다는 게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그녀 이름은 ‘데비’라고 했다.

“제 손주가 이스라엘에서 살고있는데 전에 왔을 때 할머니도 이스라엘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이 깃발을 줬어요” 그러나 할머니는 “키부츠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했다.

“키부츠는 이스라엘에 있는 집단 농장이에요. 이스라엘이 땅이 없어 방황할 때 키부츠라는 마을 공동체에서 서로 월급도 없이 봉사하며 함께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 덕분에 이스라엘이 다시 토지를 찾고 정착생활을 하게됐지요. 이스라엘을 일으킨 근간이 된 곳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설명은 이어졌다. “전 세계 47개국 대부분 유태인들의 자제들이 그 이념과 역사를 배우러 봉사활동을 오고 있는 곳이죠. 한국에서 제가 이 키부츠라는 봉사활동을 학생들에게 소개해 많은 이들을 이스라엘로 보냈어요. 그들은 지금 글로벌리더로 성장하고있습니다”

그녀에게 키부츠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주었다. “키부츠에는 전 세계 46개국 아이들이 오니까 그 생소한 영어를 미리 체험하고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 같은 것들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부산 광안리에서 세계 10개국 청소년들에게 통역사와 함께 강의를 했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멋진 일을 하신다”면서 호응해주었다.

이어 자신이 근무했던 학교로 나를 안내했다. SCHOOL이라고 새긴 금색 현판이 걸려있었다. 데비는 쿡아일랜드에서 40년동안 살면서 20년간 이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다고 했다.

그녀는 “섬에 대부분의 사람들과 인연이 많다”면서 “학생의 부모 혹은 학생으로 만났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 학생들이 또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제게 데리고 오기도 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면서 작년에 정년퇴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쿡아일드 학교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자 데비는 나를 내부로 안내했다.

운동장에는 거대한 나무가 누워있었다. 누운나무 답지 않게 싱그러움이 가득한 모습이 신기했다.

그 나무는 아이들이 놀이터 역할을 한다고 했다.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위에서 잠을 자기도 하는 놀이 공간인셈이다.

곧이어 몇 개의 박물관을 함께 가보았다.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현장에서 바로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가격도 자신이 책정했다. 이를테면 거실이 바로 상점인 것이다.

60평은 될법한 공간은 두 개의 방으로 분리돼 있었다. 옆방으로 가려면 입장료를 지불하고 철문을 열고 들어가야하는 특별한 구조였다. 자신의 작품에도 가치를 차별화 해 두는 것이다. 호기심에 8뉴질랜드달러NZD(한화 약 6500원)를 지불하고 들어가 보았다. 마치 외국 전래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분위기가 났다.

 
데비가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있는 모습.
먼 옛날 쿡아일랜드에 쿡 선장이 이 섬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과 그때 원시인 같았던 부족들을 형상화한 뒤 전시해 놓았다.

이렇게 그녀가 소개해주는 두 곳을 둘러보고 다시 데비의 집으로 갔다.

그녀의 아들 딸들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고 가끔 쿡아일랜드로 온다고 했다. 그러니까 손주 3명 중 2명이 뉴질랜드에 살고, 1명이 앞에서 말한 이스라엘에 사는 것이다.

거실에는 꽃으로 만든 화관이 5개나 있고 가족들 한명 한명의 스토리가 담긴 사진들이 가득했다. 사진을 보면서 추억으로 사는 할머니인듯했다.

데비는 나의 가족사항을 물었다. “제게는 딸 셋에, 아들 한명이 있는데, 어릴 때 모두 음악을 시켰어요. 아들은 색소폰, 첫째 딸은 피아노를 영국에서 배웠고, 둘째딸은 플롯을 이탈리아에서, 셋째딸은 바이올린을 체코에서 공부했어요. 이렇게 음악인 가족이 모이다 보니, 음악을 통해 할 수 있는게 많아요. 프랑스 민요 Little star 아시죠? “반짝 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추네~ 이 노래요” 데비는 프랑스 민요를 안다면서 “자제분들께 음악을 배우게 한 것 정말 대단한 것같다”고 했다.

그리고 남한에 산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데비는 북한에 대해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로 알고 있다고 했다.

나는 6·25전쟁 때 우리나라를 도와 함께 싸워준 16개의 참전국, 6개의 의료지원국 그리고 48개의 물자지원국이 있다는 사실도 들려주었다.

“그 국가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우리 가족들이 국가이름으로 작사해 곡을 만들고 그 기념으로 UN참전국과 함께하는 77콘서트를 열었다”고 했다. 그녀는 “놀랍다”면서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에 본트랩가족이 떠오른다”고 했다.

데비의 주방은 깨끗했고 식기들은 잘 정돈 돼 있었다. 추억 해일처럼 넘쳐흐르지만, 사치품은 사막처럼 없는 공간, 그녀의 평소 생활과 심성이 드러나는 듯했다. 그녀는 서랍장과 장롱, 침대가 있는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여장을 풀고 집을 나와 걸었다.

무덤가 가운데 교회가 보였다. 무덤들 속에 있는 교회, 신기하고 놀라웠다. 왜 무덤사이에 교회가 있을까? 자세히 보니 교회를 다녔던 사람들은 다들 이곳에 묻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곳 쿡아일랜드에서도 묘지를 일종의 놀이터로 생각하고 있었다. 묘지가 찾아가기 어렵고 꺼려하는 곳이 아니라 편안하게 찾는 곳이었다. 이들은 부모 혹은 조부모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여기고 있었다.

데비와 함께 그렇게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녀는 나를 여기 저기 소개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차안에서 만난 현지 청소년
도착한지 이틀만에 마치 현지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데비가 다른 섬의 생태도 알아야한다며 커뮤니티 센터를 추천했다. 쿡제도의 흩어져있는 섬에서 온 사람들이 커뮤니티센터에 모여 같은 섬에서 온 사람들로만 모여 행사를 하는 날이 있어요. 그날이 바로 커뮤니티데이인데, 새해를 맞이하는 이 타이밍에 그곳에 가장 특별한 문화를 많이 보실 수 있을거에요”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커뮤니티센터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이스라엘 기가 꽂혀 있는 차량에 주인인 데비가 무거운 짐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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