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35]니우에 아일랜드(下)
도용복의 세계여행[35]니우에 아일랜드(下)
  • 경남일보
  • 승인 2021.06.0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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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우에는 일주일에 두차례 외부로 나가는 비행기가 있다. 매주 월·금요일 비행기가 들어오고 그 비행기가 바로 사람을 태우고 나간다. 어느새 내가 이곳을 떠나기로 한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왓데와 제이니 두 사람 모두 니우에 사람이 아닌 통가사람이다.

각자 자신의 집안에서는 귀하게 자라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었다. 니우에에는 학교가 두 개뿐인데 제이니는 그 중 한 학교의 선생님이다. 월급이 한화로 치면 300만원인데 이 지역에서는 꽤 높은 편에 속한다.

그 중 200만원은 통가 가족들에게 보낸다고 했다. 왓데의 월급도 마찬가지.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것이 바로 통가인, 통가문화임을 알 수 있었다.

통가는 물가가 싼 것도 아닌데 이들은 다들 풍족한 편에 속한다. 그 이유가 외국에서 자신들의 가족들이 벌어다 주는 외화도 한 요인이었다. 제이니와 왓데의 가족들은 통가지역에서 꽤 잘 사는 집안일 것 같았다.

그러나 이들의 가족사도 우리 못지않게 애환이 많았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 자신 평생을 헌신하며 살다 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

나를 재워주고 먹여준 왓데와 제이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 동전과 지폐를 모두 챙겼다. 한국 돈으로 약 20만원정도를 싸서 주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렸다. 낮인데도 어두웠다. 니우에의 교회 성가대를 보기위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정작 교회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 빗줄기는 더 세졌다. 길가에 돌맹이가 많았다. 움푹움푹 파져있는 웅덩이를 피하고 그 돌맹이도 피하느라 차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더 늦어졌다. “응?” 그런데 돌맹이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쳐다보니 빨리 움직이는 것도 있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있었다. 색깔은 푸르스름했다.

차에 있던 우산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 자세히 관찰했더니 그것은 돌맹이가 아니라 살아 있는 ‘게’였다. 몸은 푸른빛이 돌고 두 개의 집게가 밖으로 돌출돼 있었다. 단단한 등은 사람의 가슴처럼 생겼다.

가까이 다가가도 내리는 비 때문인지 나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소라게처럼 앞으로 기어가는 것이 신기했다. 큰 것은 손바닥만 한 게 있었고 작은 것은 손가락만한 것도 있었다.

코코넛크랩이라고 했다. 발로 코코넛크랩의 등을 살짝 밟으니 갑자기 몸을 조금 일으켜 세우고는 앞으로 재빨리 도망갔다. 생각보다 빨랐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게의 등을 잡았다.

이렇게 큰놈이라면 집게로 무는 힘도 상당할 터, 한쪽 발로 지그시 눌러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에 다른 한손으로 잡아 올렸다.

코코넛크랩이 격렬하게 움직여도 껍질사이에 손가락이 끼지 않은 덕분에 차로 옮기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일단 태풍이 더 심해지기 전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엑셀을 밟았다. 2㎞쯤 갔을까.

코코넛크랩이 기어서 천천히 차도를 건너가고 있었다. 다양한 크기의 코코넛크랩 네마리를 잡아 실었다.

바누아투에서 아주 비싼 음식으로 취급되던 코코넛크랩, 오지탐험으로는 꿈도 못 꿀 음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흥분됐다.

왓데와 제이니는 약간 젖은 모습의 나를 본 뒤 놀라는 눈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코코넛크랩을 잡아왔어요! 네 마리나 잡았으니 같이 먹어요”, “네? 웅아를요?”, “웅아요?”

이곳 오세아니아에선 코코넛크랩을 웅아라고 귀엽게 부른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나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은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레미, 정말 고마운데, 저희는 웅아를 먹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칭찬을 바란 나는 약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표정을 알아챘는지 그는 곧바로 “그렇다고 레미도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니 편하게 드세요”라며 말을 이어갔다.

차로 돌아와서 코코넛크랩을 찾는데. 두 마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두 마리만 냄비에 넣고 삶았다.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어두운 고동빛의 코코넛크랩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껍데기는 마치 랍스타를 연상케했다. 열을 받아 시뻘겋게 변한 코코넛크랩을 접시에 넣고 팔 한쪽 엉덩이를 분해해가며 먹었다. 너무 뜨겁고 껍데기가 있어 편하게 먹을 수는 없었지만 살짝 깨뜨린 뒤 속살을 골라 먹으니 먹을 만했다.

사실 속살은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게살보다 부드러웠다. 바닷물 덕분에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적당히 간이 돼 있었다.

말려있는 꼬리부분을 잘라내자 내장처럼 길게 말려있는 게 보였다. 한입에 물었더니 입 안 가득 코코넛크랩 특유의 향이 퍼졌다.

이튿날, 왓데의 말대로 니우에아일랜드에 태풍이 올 기세였다. 코코넛크랩을 잡으려 하니 왓데가 말렸다. 그러면서 조금 안전한 곳을 가리켰다.

“다녀 올 게” 다행히 바람이 적게 불었다. 멀리 바닥을 기어 언덕으로 올라가려는 코코넛크랩이 보였다. 나는 팔뚝보다도 큰 코코넛크랩을 몇 마리 더 잡을 수 있었다. 태풍이 비행기를 결항시킨 덕택(?)이었다.

돌아가려는데 세 마리가 더 보여 모두 잡아 차에 실었다.

왓데는 돌아온 나를 보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가끔 단수가 될 때를 대비해 빗물을 받아두는 사람 허리만한 커다란 통을 가져와 코코넛크랩을 옮겨 담았다. 그렇게 태풍과 함께하는 첫날밤이 저물어갔다.

다음날 아침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이들이 하나의 통 안에서 밤새 싸웠는지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팔뚝보다 큰 코코넛크랩 한마리만 멀쩡하고 나머지는 모두 팔다리가 잘려 있었다. 황당했다.

평생 단독 생활을 하는 코코넛크랩이 처음으로 한곳에 갇혔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자기들만의 질서를 만들기보다 서로를 물고 뜯고 상처를 내 자신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것일까. 사람으로 치면 어둠의 암투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반면 현지인들이 코코넛크랩을 귀엽게 ‘웅아’라고 부르며 상징처럼 동상까지 설치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태풍으로 열대식물들이 바람에 휘어지고 있는 모습.
태풍이 닥친 니우에 해안
한통에 살아 있는 코코넛크랩

 
삶아 놓은 코코넛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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