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히말라야 (52) 에베레스트, 경상대 산악회를 품다
신들의 정원 히말라야 (52) 에베레스트, 경상대 산악회를 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12.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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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70주년·산악회 창립 50주년 기념
7대륙 최고봉 도전 프로젝트·에베레스트
“경상대학교 개교 70주년과 산악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7대륙 최고봉 등정에 도전합니다. 가장 어렵다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통해 개척인의 진취적 기상과 자긍심을 고취하도록 하겠습니다.”-경상대학교산악회 일동.
 
정상에 선 최임복 대장(왼쪽)이 경상대산악회 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교 70주년·산악회 창립 50주년 에베레스트 도전

경상대학교 개교 70주년과 산악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구성했다. 경상대산악회는 2011년부터 7대륙 최고봉 등반 계획을 수립했다. 2011년 아프리카 최고봉 킬로만자로(5895m), 2013년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5642m), 2015년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4m)를 올랐다.

경상대산악회는 2016년 에베레스트 원정 계획을 마련하고 대원 모집과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원정은 워낙 많은 경비가 들어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행사를 통한 입산료는 2명 기준으로 7만6000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각종 장비와 식량 구입 등을 감안하면 1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경비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결국 최소한의 원정대원을 선발해 파견했다.

원정대장 최임복(33세), 대원 김종범 대원(22세) 2명이었다. 최임복 원정대장은 2003년 경상대학교 산악부에 입회한 후 2005년 세계 7위봉 다울라기리를 등정했으며 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 유럽 피레네팀에 참가했다. 2012년 중국 슈에바오딩(5588m)을 등반했다. 김종범 대원은 2014년 경상대 산악회에 입회하고 2015년 데날리를 등반했다.

 
 
컨디션 조절하며 2캠프 구축

3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네팔로 향했다. 네팔 관광성에서 현지 행정 수속을 밟고 4월 2일 비행기를 이용, 루크라에 도착했다. 4월 3일 도보 카라반을 시작해 4월 12일 5400m에 BC를 설치했다. 최임복 대장과 김종범 대원은 휴식을 취하며 식량과 장비를 분류하며 등반에 대비했다. 라마제와 고소적응 훈련을 마친 대원들은 4월 15일 첫 등반을 시작했다. 최임복은 셰르파와 함께 아이스폴 지대를 오가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이후 눈이 날리고 기상이 좋지 않았다. 4월 18일 대원들은 아이스폴을 오가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4월 20일 최임복 대장은 1캠프(5900m)에 도착했다.

원정대는 4월 24일 2캠프(6500m)에 도달하며 순조롭게 캠프를 구축해 나갔다. 그러나 2명이 참여한 소규모 원정이고, 3명의 셰르파를 고용했지만 식량과 장비 수송에 많은 시간과 체력을 소모해야 했다.

최임복 대장은 회상했다. “학교 개교 70주년과 산악회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꾸린 의미 있는 원정대였다. 힘들었지만 많은 경비를 마련해준 선배들과 학교를 위해 오로지 위로 향했다.”

3캠프 구축…기상악화로 발 묶여

그들은 5월 4일 3캠프(7200m)를 구축했다. 날씨도 좋아 예정보다 정상 등정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주변에는 무거운 구름들이 몰려들어 눈이 내리는 등 악천후가 4일간 계속됐다. 대원들은 베이스캠프에서 휴식을 취하며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렸다. 실제로 에베레스트 8000m 지대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렸다. 이로 인해 셰르파들이 사우스콜(7925m)에서 약 500m 밖에 로프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베레스트에서 로프를 설치하는 셰르파들은 안간힘을 다해 정상으로 가는 길을 내고 있었다.

5월 13일 BC에 모인 세계 산악인들과 셰르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며칠간 날씨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나온 것이다.

 
등반루트
3캠프로 가는 길목…정체 빚어져

최임복 대장도 결정을 내렸다. 5월 13일 자정께 최임복은 눈을 떴다. 대원들은 슝늉으로 아침을 먹고 새벽 2시 BC를 떠났다. 차가운 공기가 코로 들어왔다. 약 40분 만에 아이스폴 하단에 도착 크램폰을 착용하며 본격적인 등반을 준비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오르다 보니 정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새벽 4시 30분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최임복은 아침 7시 1캠프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오전 8시 다시 길을 재촉했다. 시간이 지나자 무더위가 찾아왔다. 강력한 태양은 평지보다 6000m 이상 높은 산을 불태웠다. 그 산을 오르는 대원들은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하얀 눈이 햇살을 받아 내보내는 복사열은 산악인들의 얼굴을 태웠다. 고소와 무더위, 복사열을 극복하며 오전 10시 2캠프에 도착했다. 2캠프에는 대구 대건고 OB팀과 함께 텐트에서 닭도리탕으로 저녁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5월 14일 아침 6시 30분 홍차와 숭늉으로 아침을 먹고 8시 3캠프로 출발했다. 흐린 날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30분 설벽 하단에 이르렀다. 2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하얀 산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끼어 있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최임복은 김종범 대원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 바람과 눈에 노출된 최 대장은 손발이 시려왔다. 정오가 지나면서 많은 대원들이 몰려 정체가 빚어졌다. 결국 최임복은 2캠프로 내려가 하룻밤 자고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다.

막내 대원은 등정을 위해 하산키로

대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김종범 대원이 정상으로 가려면 산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종범 대원은 회고했다. “만약 내가 산소를 사용하면 정상으로 갈 때 산소가 부족할 것이다. 차라리 내가 내려가는 것이 등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욕심을 내려놓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발코니를 향하고 있는 대원들과 셰르파들의 모습. 등반의 목적은 다르지만 이들은 정상을 오르겠다는 같은 목표를 하고 있다.
다음 날 김종범 대원은 BC로 내려갔다. 최임복은 아침 9시 김종범 대원에게 미안한 말을 전했다. “조심해서 내려가라!”

오전 11시 설벽 하단에 도착한 최임복은 짐을 챙겨 로프에 매달렸다. 일찍 도착한 덕택에 막힘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뒤로 한 가닥 로프에 많은 산악인들이 사용하면서 정체가 심해졌다.

낮 12시 우모복 안에 땀이 흥건했다. 갈증도 났다. 그러나 로프 한 가닥에 오르다보니 쉴 수도, 옷을 벗을 수도 없이 떠밀려 올라가야 했다. 3캠프 초입에 도착한 최임복은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3캠프 도착…설레는 밤

오후 2시 3캠프에 도착해 죽으로 점심을 먹고 내일 있을 정상 공격에 대비한 장비를 챙겼다. 진중 셰르파가 텐트 주변에 놓아두었던 산소통들을 30분간의 삽질 끝에 힘겹게 찾아냈다. 저녁 7시 저녁을 먹고 눈을 녹여 수통에 물을 가득 채웠다. 정상으로 가는 없어서는 안될 생명수였다. 모든 준비를 마친 최임복과 셰르파들은 밤 11시 침낭 속으로 들어가 고단한 몸을 맡겼다. 이제 정상으로 가는 모든 준비는 마쳤다.

5월 16일 새벽 4시 최임복은 눈을 떴다. 물을 만들고 아침을 먹고 오전 6시 텐트를 나섰다. 다. 바깥 온도는 영하 10도였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엘로우 밴드가 눈앞에 보였지만 좀처럼 간격이 줄어들지 않았다. 셰르파 2명이 먼저 가서 4캠프(7925m)를 구축하겠다며 앞서 나갔다. 출발한 지 5시간 만에 엘로우 밴드를 넘어섰다. 파워 젤로 점심을 대신한 최임복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블랙 밴드를 통과할 즈음 정체가 심각해졌다. 오후 1시 무사히 통과한 그는 너들지대를 횡단해 4캠프에 닿았다. 그곳은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캠프 인만큼 많은 텐트들과 사용하다 버려진 텐트, 오르려는 사람들과 내려가려는 사람, 휴식을 취하는 산악인들로 붐볐다. 마치 시장통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마지막 캠프 출발…정상으로

최임복은 텐트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휴식을 취했다. 오후 4시쯤 대건고 대원들이 내려와 따뜻한 차를 건넸다. 저녁을 먹은 그는 산소를 점검하고 밤 8시 30분 정상으로 향했다. 그의 앞에는 랜턴 불빛이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 컨디션이 좋았다. 자정이 지나면서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눈꺼풀은 한없이 무거웠다. 로프를 따라 길게 늘어선 사람 줄 사이에 앞 사람이 가면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발을 옮겼다. 앞에 사람이 쉬면 서서 잠을 잤다. 그렇게 반복하며 정상으로 조금씩 조금씩 움직였다.

 
김종범 대원이 등반 도중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5월 17일 새벽 2시 30분 해발 8412m. 4캠프를 떠난 지 6시간이 지났다. 그들이 도착한 지점은 3평 남짓한 평평한 발코니였다. 최임복은 산소를 교체했다. 6시간 만에 꿀맛 같은 휴식도 취했다. 이제 남동릉을 따라 남봉~힐러리 스텝을 지나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이 있을 뿐이었다.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 서다’

새벽 4시 30분 동이 트기 시작했다. 마칼루와 로체 빙하가 발아래에 있었다. 바람도 함께 불기 시작했다. 오전 7시 힐러리 스텝에 도착했다. 2015년 지진 때 암벽 구간이 무너지면서 설벽이 드러났다. 설벽 사이가 깊어 통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정상에 최임복은 지쳐갔다. 갑자기 그는 숨이 턱 막혔다. 산소 호흡구 옆이 얼어 있었다. 옆에 있던 진중 셰르파가 칼로 얼음을 긁어냈다. 다시 산소를 공급받자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몇 발자국 가기 전 다시 얼어붙어 제거하는 것을 반복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5월 17일 아침 7시 40분 마침내 최임복은 정상에 섰다. 배낭을 벗고 사진을 찍었다. 추운 날씨로 손이 시려 오래 머물지 못했다. 오전 8시 하산을 시작했다. 1시간 30분 만에 발코니에 도착했다. 그러나 많은 중국인들이 로프를 차지하면서 정체가 시작됐다. 체력이 떨어진 중국인들을 셰르파들이 하강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최임복은 정오쯤 4캠프로 무사히 돌아왔다. 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한 그는 셰르파들과 함께 멀고도 힘든 BC로 내려갔다. 2캠프에 도착한 최임복은 요리사가 보낸 망고 주스를 벌컥벌컥 마시며 갈증을 달랬다.

그는 숭늉으로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그는 BC로 무사히 귀환했다. 에베레스트 등반 50일 만에 그는 세계 최고봉 등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박명환 경남산악연맹부회장·경남과학교육원 홍보팀장

 

 
[취지문]산악회 창립 47년, 그리고 4번째 7대륙 최고봉 도전

우리 산악회는 1971년에 창립해 어언 47년이 되었습니다. 선배님들의 산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1991년 알프스 3대 북벽 원정을 시작으로 2005년 히말라야 다울라기리(8167m)봉을 등정하는 결과를 냈으며 7년 전부터 시작된 7대륙 최고봉 등정이라는 기치로 벌써 3개봉(2011년 아프리카 킬로만자로, 2013년 유럽 엘브루즈, 2015년 북아메리카 데날리)을 등정한 상태입니다.

4번째 도전으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높이인 8848m(에베레스트)에 도전합니다.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높고 험한 산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욕망으로 에베레스트에 올랐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밟은 정상이지만 그 산이 없어지지 않는한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힘든 훈련을 견디며 준비한 대원들게 심심한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쌓은 기량과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경상 산악인의 기상을 더 높이 휘날리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산을 사랑하시고 산사람을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의 격려를 바라며 산은 늘 거기에 있기에 우리의 열정도 계속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3월 24일 경상대학교 산악회 회장 변희열

 
 
에베레스트 원정 발대식에서 경상대학교와 경상대산악회 관계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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