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여행밥상]의령 ‘합천식당’
[박재현의 여행밥상]의령 ‘합천식당’
  • 경남일보
  • 승인 2020.1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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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국물이 '뽀글 뽀글' 유혹의 메기탕
지방에 출장을 다니다 보면 ‘어디 가서 뭘 먹지’ 하는 맛집 탐구가 숙제다. 초행이라면 더욱더. 여느 지방이든 대로를 가다 보면 보이는 손짜장집은 쉬운 답이다. 왜냐하면 만만한 게 짜장이고, 끼니때면 그 손짜장집 앞에는 차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간판 옆에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손짜장, 수타면!’ 하는 문구가 눈을 매혹시키기 때문이다.

쉬운 답 말고, 제대로 된 그 동네의 맛집을 찾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아는 사람도 별반 없을 때 말이다. 그때는 군청이나 면사무소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전화를 건다.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해보라. 전화 받는 이에게 제가 지방 출장을 왔다가 이곳 어디를 지나는데 밥 때가 되어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어딜 찾아가면 좋을지를 물어보라는 거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은 꿈에도 못 꿀 거다. 행여 그런 질문을 했다고 전화 받는 저쪽에서 ‘나도 모르는데요’ 할 것이란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전화를 받는 쪽은 자기가 모르면 옆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가르쳐준다. 계면쩍다고 생각하면 맛난 걸 못 먹으니 체면 불구하고 해 보시기 바란다. 지방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정말 친절하다. 뭐든 가르쳐준다. 전화 거시는 분이 얼마나 사근사근 친절하게 묻느냐에 따라 다를 뿐.

무슨 무슨 맛집 블로그에 나오는 음식점치고 제대로 맛난 걸 못 봤다. 맛집에 적중할 정확도라고 한다면 한 10, 20퍼센트나 될까. 거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 아니 입맛만 쓰게 하고 돌아서게 될 수도 있다.

정말 맛난 곳은 숨어 있다. 별별 맛잽이들이 방송에서, 유투브에서 난리를 치고 있지만 아직도 정말 맛난 곳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지역, 몇몇 터줏대감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런 곳을 적어도 지방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가장 잘 안다. 군청이나 면사무소 같은 데 말이다. 그들은 그 지역의 모든 것들을 소상히 알아야 군정, 면정을 잘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근무한 지가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수십 년이 되다보면 그 지역의 물정은 빠삭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물어보라는 거다. 생판 남의 동네에 와서 맛집 사정을 알 수 없으니 군청이나 면사무소에 물어보라는 거다. 그게 업무상 관계가 없다고? 아니다. 적어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아주 작은 일이니 그들도 전화를 잘 받아준다.

 
 
한가지 팁을 더 드린다면 근무처가 산림직이나 토목직 등 활동적인 부서 사람들의 정보가 더 쏠쏠하다. 당연한 일 아닌가. 외근이 많다 보니 끼니때면 구내식당이나 군청 또는 면사무소 앞이나 전전하는 사람들과 다르다. 힘들게 일하고 나면 맛난 것을 제 몸에 보상해 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여, 맛난 곳을 다니다 보면 익숙하게 맛집 주인과 친하게 되고, 그러면 전화번호니 상호는 꿰고 있는 거다. 그래서 물어볼 때 가능하면 그런 부서에 물어보면 된다.

걱정 마시라.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다. 자기가 맛있게 먹은 맛집을 알려준다는 생각에 그들도 기분 좋게 생각한다. 자기가 대동해서 간 식당에서 맛있다는 동의가 쏟아지만 얼마나 기분 좋은가. 그런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허니 지방에, 모르는 곳에 가서, 맛집을 찾고 싶으면 바로 군청, 면사무소 그것도 산림부서나 토목부서에 물어보라는 거다. 백발백중일 거다.

여튼, 군소리가 많아졌다. 사실 의령의 합천식당을 소개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주메뉴는 메기국수다. 메기탕에 삶은 국수를 넣어서 뽀글뽀글 끓여 먹는 음식이다. 일을 마치고 일행이 허름한 식당으로 이끄는데 메기국수라고 하니 입맛이 동할 수밖에. 내가 면을 좋아해서다. 면 종류면 그냥 땡긴다. 앞서 손짜장 얘길 괜히 한 게 아니다.

커다란 냄비에 발갛게 끓는 국물 위로 방아잎이 올려져 있다. 서울 사람들은 방아잎에 오금을 떤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방아잎과 제피가루. 그건 입을 아리게 하고 비릿한 향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김치니 무침이니 안 들어간 게 없었다. 추어탕이니 어탕 등에는 당연히 들어가니 긴 세월 입에 익어서 지금은 좋다. 그렇지만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수가 있다. 혹시 그런 게 익숙하지 않으면 미리 방아잎과 제피가루를 빼달라고 하면 된다.

국물이 얼큰하다. 시원하다. 소주 한 잔 기울이면 딱이라는 생각이 굴뚝이다. 끓일수록 걸쭉해진다. 국수는 나중에 넣어 먹어도 좋다. 처음부터 국수를 먹는 사람은 초짜 아니면 급한 사람이다. 얼른 먹고 어서 가서 일해야지 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여유가 있다면 메기탕의 포실포실한 살코기를 먼저 뜯어먹어야 한다.

생선가시는 걱정 마시라. 메기탕이 잘 끓을 때쯤이면 주인 할매가 와서 가시를 한 방에 발라주고 가신다. 할매가 나타나 메기 대가리를 들고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익은 살을 주루룩 훑어주는 장면을 보면 깜짝 놀란다. 일종의 이벤트다. 할매는 늘 하는 일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재미가 있다. 재미도 보고 먹기도 편하다. 메기 대가리 가시만 잘 발라 드시면 된다. 할매 손놀림을 잘 보면 메기국수에 몇 마리의 메기가 들어갔는지도 알 수 있다.

반찬도 맛나다. 깔끔하다. 세상에 사람들 모두 입맛이 저마다 다른데 맛집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맛집이 맛집인 건 적어도 팔구십 퍼센트는 맛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 지역의 향료니, 간이 달라서 그렇지 맛집이 괜히 맛집인가. 다 이유가 있기에 맛집인 거다.

 
 
메기탕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얼큰해서 땀이 솟기 때문이다. 여름이라면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제대로 먹어야 한다. 먼저 메기탕을 고기 잘 발라 먹고, 나중에 정구지가 들어있는 국물에 삶아서 나온 국수를 넣고 건져 먹는다.

반찬은 계절 김치들이 두어 가지 나오고 양념해서 볶은 꽈리고추, 오이, 마늘쫑, 고추장아찌, 열무김치, 묵은지 등이 푸짐하다. 한국식당의 좋은 점은 이 반찬들이 무한리필이라는 거다. 일단 주메뉴가 나오기 전에 깔아놓은 반찬들을 공략하고, 주 메뉴가 나올 때쯤 “이거 더 주세요!” 하는 거. 이게 우리에게 익숙한 식당 모습이다. 나처럼 반찬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 식당주인은 솔직히 손해다. 반찬만 몇 접시 먹는 사람이 그리 흔한가. 반찬 그거 뭐시라고 하는 사람 있겠지만 사실 반찬 만드는 정성도 만만치않은게 우리 음식이다.

여튼 한 끼 잘 먹고 나오면 땀이 한 바가지다. 입안에 맴도는 뒷맛이 깔끔하다. 맛난 음식이라도 입안에 맛이 내내 남아있으면 별로다. 마지막 엽차를 마시고 났을 때 이미 먹었던 음식 맛들이 싹 가셔 없어지는 게 좋다. 뒷마무리를 잘한다는 증거다. 음식은 그래야 한다.

음식을 다 먹고 나올 때 뒤돌아 다른 음식상을 보면 답이 한 번에 나온다. 반찬그릇도 거진 비워져 깔끔하다. 맛나기 때문에 빈그릇만 남겨두고 나온다. 배는 부르지만 말이다.

그 뿐인가. 맛집에서 배를 채우고 나오면 기분이 좋다는 거다. 맛없는 집에서 여럿이 먹고 나왔을 때 서로들 서먹하다. 아니 기분이 별로라 별로 할말도 없다. 그러나 맛집에서 잘 먹고 나오면 기분이 좋다. 서로들 웃고 좋아한다. 이때가 영업할 때다. 맛난 집에서 영업하는 거다. 사업가라면 말이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경남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 현동 559 전화번호 : 055-574-2921, 010-3889-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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