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여행밥상]미나리 무침과 오리탕의 '환상궁합'
[박재현의 여행밥상]미나리 무침과 오리탕의 '환상궁합'
  • 경남일보
  • 승인 2020.10.0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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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는 기름이 많고, 소고기는 퍽퍽해 오리고기가 좋다고 좋아들 하는 분들이 많아요. 대체로 나이가 드신 분들인데요. 건강이 주요 관심사가 될 나이를 가지신 분들 말이죠.

몇 해가 지났나요. 울주 쪽으로 갈 일이 없었는데요. 마침 조사 일정이 그쪽이었어요. 그 집이 생각나더군요. 연락처를 적어 놓은 것이 있는데 찾아봐도 나오질 않는 거예요. 그 지방 분에게 물어봤죠. 그때 같이 갔던 그 집이 어디냐고요. 당장 전화번호와 위치를 보내주더군요. 제가 왜 그 집을 그렇게 생각하냐면 그 집에서 준 미나리 무침이 맛났거든요. 미나리 무침 하면 복요리집에서 나오는 복어껍질에 새콤하게 무쳐나오는 걸 생각하시겠지만 여긴 그게 아니지요. 밑반찬으로 나오는 건데요. 개인별로 한 접시 나오죠. 그저 간장에 무쳤는데 고소하고 담백했어요. 제가 별로 신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전혀 시지가 않은 거죠. 예전에 주요리인 오리탕은 먹기도 전에 미나리 무침을 다섯 접시나 먹었으니 말 다 한 거죠. 게다가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간장 무침을 얼마간 사 오기도 했어요. 석남사 미나리가 유명한데요. 그 미나리에 무쳐 먹을 요량으로요. 못 먹은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서였지요. 그게 오래전인데 다시 그 집에 가게 되었으니 입맛이 도는 거죠.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이 모두 나이 드신 분들인데 한 분이 저를 알아보시네요. 기억에 남았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맛나게 먹으면서 미나리 무침을 계속 더 달라고 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테니까요. 게다가 장까지 사 갔으니 말이죠. 팔지도 않는 장인데 말이죠.

닭국을 잘하는 곳은 여러 곳이죠. 맑은 닭국이라고 해서 닭을 잘게 토막 내 무를 삐져 간편하게 끓인 닭국 말이죠. 여긴 버섯과 대파 그리고 무를 잘 삐져 끓인 오리탕이 압권이죠. 국물이 정말 시원하거든요. 술국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지요. 뜨거운 국물을 먹으며 ‘아! 시원하다’라고 하는 사람은 한국 사람밖에는 없을 거예요.

역시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요. 미나리 무침이 나오는군요. 이른 점심이라 오늘은 두 접시만 비웠어요. 같이 간 동료도 맛나다고 하더군요. 염치불구하고 이번엔 미나리 무침에 쓰는 간장을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봤지요.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맛집 비법일 텐데 그냥 가르쳐주더군요. 가르쳐드릴까요? 간단해요. 마트나 장에 가셔서 몽고순간장을 사시는 거죠. 적당히 그릇에 따르고 설탕을 넣어요. 잘 저어준 뒤에 마늘 다진 것과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주고요. 마지막에 참기름 서너 방울 떨구면 끝. 이렇게 쉬울 수가요. 오리탕을 한참 먹고 미나리 무침을 더 시킬 때 주인이 오시더니 여기 압권은 도라지무침이라고 하더군요. 이게 제일 비싸고 건강에 좋다고요. 쌉싸름한 맛이 좋았지요. 그래도 전 미나리 무침이 좋더군요. 물론 오리탕은 두말할 것도 없었지요. 깔끔하달까요. 국물에 기름이 뜨지도 않아요. 잘게 토막 낸 오리고기는 텁텁하지 않았고요. 밑반찬으로 나온 묵무침은 또 어떻고요. 몇 접시를 시켜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지 않는 주인과 종업원의 표정이 친절하다 싶고요. 이런 맛집이 정성을 더 해 장사 하는 모습은 손님의 마음을 끌기에 딱 맞죠. 메뉴는 여럿인데 오리탕이 주예요. 그에 더해 미나리 무침이 매 계절 신선하니 독특한 음식으로 기운을 돋워줄 수도 있고요.

돌아오는 길에 석남사 근처에서 돌미나리도 한 다발 샀지요. 그리고 가르쳐준 대로 몽고순간장에 설탕과 다진 마늘 그리고 고춧가루를 풀고 참기름을 몇 방울 넣었어요. 미나리 샐러드가 된 거죠. 담백하고 고소하고 거기에 미나리의 상큼한 맛까지. 단순한 요리법이지만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맛이고요. 혼자만 즐기기엔 아까운 맛이죠. 음식은 나눠야 맛이 나요. 혼자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른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죠. 어머니의 손맛이 오래 기억된다면 이런 요리법을 조금 응용해 새로운 맛을 내보는 것은 어떨지요. 그게 훗날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존재로 남게 하는 맛이 될지도 모를 테니까요.



※ 청수골 가든

- 주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궁근정2길 3

- 전화번호 : (052) 264-5252∼3, 010-3595-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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