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여행밥상]부산 공동어시장 고등어구이 대통령의 맛집
[박재현의 여행밥상]부산 공동어시장 고등어구이 대통령의 맛집
  • 경남일보
  • 승인 2020.09.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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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 구내식당의 고등어 한상 차림.

 

고등어 하면 무조건 고등어구이다. 고소한 껍질의 맛이 결국 고등어구이의 맛인데, 싱싱해야 그 맛이 살아난다. 냉동 고등어는 아무리 양념을 잘 한다 해도 그건 몽둥이에 화장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 싱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바로 잡아서 하역하는 곳에서 펄떡거리는 놈을 숯불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구워야 제맛이 나는 거다. 그곳이 어디냐? 바로 부산 자갈치시장 옆 부산공동어시장이다. 아침에 바로 하역하는 고등어를 받아두었다가 손님 오는 대로 구워 주는 곳이다.

다만, 조금 기다려야 한다. 숯불로 굽는 시간은 줘야 한다. 이렇게 맛난 음식을 먹으려니 조금은 기다려야지. 근데, 이렇게 해 주는 곳이 구내식당이다. 구내식당 하면 회사나 직장의 식당이라 외지, 외간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또 알 수도 없는데, 여긴 그렇지 않다. 요즘이야 구내식당도 맛나고 반찬 많고 가성비 ‘굿’이면 금새 소문이 나서 외부 사람들이 더 많이 달려가는 게 일상이다. 그처럼 여기도 예외는 아니다. 외부 손님들이 더 많다.

역대 대통령들이 사족을 못 쓰고 여기 와서 드셨으니, 여긴 구내식당이란 상호는 말 그대로 특이한 상호다. 직장 내 구내식당이 아닌 거다. 고등어를 통째로 구워 나오는데 2인분 2만5000원이다. 고등어 크기도 크다. 웬만한 사람들은 그저 반 마리만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는데, 난 솔직히 한 마릴 다 먹는다. 왜냐구? 맛있으니까!

요즘 만 원 주고 이렇게 맛난 음식 먹기 쉽지 않다. 고등어 통마리가 40cm는 되니 먹을 것도 많다. 살도 퍽퍽하지 않다. 금방 잡은 거라 횟집에서 탕 끓여준 거나 마찬가지, 싱싱함으로 졸깃하다. 비린내? 없다. 숯불로 구울 때 나무 연기가 고스란히 비린내를 잡아준다. 기름도 자글자글해서 고소함으로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곁들여 나오는 된장찌개가 고등어의 비린내를 싹 씻어준다. 궁합이 딱이다. 그런 거 보면 우리의 된장이 역시 좋긴 좋은 거다. 외양은 좀 곱잖아도 말이다. 딸려나오는 반찬들은 그저 밥집에서 나오는 별것 없는 반찬이지만 맛나다. 구내식당의 찬이다. 그러나 압권, 주인공은 생고등어구이기 때문에 다른 건 사실 손이 안간다.

부산공동어시장 공판장 2층에 ‘대통령의 맛집’으로 이름 난 구내식당이 있다.
식당에 들어서면 역대 대통령이 반한 식당이라는 안내가 있다.
적의 대가리 장수만 꺾으면 전쟁에서 승리하듯, 대가리만 족치면 된다. 아마 역대 대통령들이 그리도 줄기차게 다녀간 이유도 그런 연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곳에 이런 맛집이 있을지 알았겠는가. 동네방네 돌아다니는 업을 지녔으니 이런 곳들도 알게 되고, 이것도 인생의 덤이다 생각한다. 반찬이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오는 특별한 게 여기엔 따로 있다. 숭늉이다. 그래도 알려진 밥집에서는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오는 게 숭늉인데, 여긴 아니다. 입가심을 위해 나오는 게 아니라, 전체라고나 할까. 입맛 다시던 것을 가시고 고등어구이를 본격적으로 드시란 배려다. 구수한 숭늉으로 입안을 다스리고 나면 먹을 준비가 된다. 맛난 게 들어오니 준비하라는 거다.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고등어구이를 먹어야 한다. 가수 김창완의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하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며 고등어구이를 드셔보시라. 근데, 오늘은 된장찌개가 안 나온다 하던 차에 그보다 더 시원한 생고등어묵은지김치찜이 나왔다. 여기다가 웬걸, 국은 뚝배기에 끓인 황태 국이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잡채에 곁들여 후루룩 후루룩…. 어제 꿈이 좋았나 보다. 이런 호사도 누려보고. 잊지 마시라. 주인 할매가 고등어를 손으로 좍좍 찢어주는 그 맛도!

(부산)공동어시장 구내식당 : 051-254-7019, 010-2599-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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