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여행밥상]진주 문산역 아구찜, 화끈한 원조의 맛
[박재현의 여행밥상]진주 문산역 아구찜, 화끈한 원조의 맛
  • 경남일보
  • 승인 2020.06.0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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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원조 화끈한 이 맛 지켜주니 고맙소"
문산역 아구찜은 문산사거리에서 농협공판장 쪽으로 180m 쯤 이동하면 길가에 바로 있다.
경남 지역 곳곳을 다니며 끼니를 해결한 밥 집 이야기입니다. 일로 나선 길에 허기진 배를 채워준 맛깔난 밥상, 익숙하고 흔한 음식이지만 저마다 잊지못할 맛을 선사했습니다. 찾아가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그 곳의 맛을 글로나마 전합니다. 제게는 좋은 밥상이었습니다. 맛을 통해 사람을 알게 되고, 그 동네의 정취를 맛보는 훌륭한 밥상이었습니다. 따뜻한 밥, 얼큰한 탕, 주전부리 간식거리까지 이런저런 맛의 경험을 풀어봅니다. 더불어 여러 지역의 맛집이 알려지면, 코로나19로 어려운 지역 소상공인들의 삶에도 한술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핑계를 대봅니다.
 
보기만 해도 입맛 당기는 빨간 아구찜에 매운 맛을 식혀줄 포슬포슬한 나물, 새콤한 물김치가 완벽한 한 상차림이다.
아구찜 하면 마산이다. 아직 마산합포구라는 명칭으로 살아있기는 하지만 마산시라는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래도 마산 사람 하면 걸물이 많고, 터프한 데, 아마도 매콤한 마산 아구찜을 많이 먹어서 그런 화통한 성격이 나오는 거 아닌가 싶다. 내가 왜 마산 사람들을 화통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대학 때 동아리 선배 중 마산 분이 있었는데, 키도 작고 빼빼 마른 사람이 얼마나 화끈하고 통이 크던지, 마산 하면 먼저 그 선배가 생각나기에 말이다.

마산아구찜은 출장길에 마산에서 딱 한번 먹어봤는데 정말 매콤한 게 시원했다. 한 겨울에 땀을 한 바가지 쏟았던 것 같다. 이렇게 매력적인 요리니, 마산 아구찜을 상호로 내건 곳이 많다. 서울 인사동에도 마산 아구찜 집이 여러 곳 같은 상호를 달고 장사를 하는데, 그 중에선 딱 한 곳만 문전성시다. 끼니때가 되면 낮이고 저녁이고 줄을 서서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다. 미리 예약을 하려고 해도, 이 집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맛집의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집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맛집의 첫째 조건은 무엇보다 재료가 싱싱해야 한다는 거고, 둘째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거고, 셋째는 재료가 떨어지면 수시로 문을 닫는다는 거다. 그래야 손님이 기다리는 맛을 알고, 재료의 싱싱함에 반하고, 안타까움에 다시 찾게 되는 거다.

진주에서 아구찜 원조라고 하는 집은 문산 면사무소 옆에 있다. 그곳도 사람들이 미어터지는데, 다른 분이 소개하는 문산역 아구찜 집은 더 미어터진다. 여기가 문산 아구찜의 원조란다. 보아하니 할머니가 하는 것은 아니고 중년이 훨 넘은 아주머니가 대장 노릇을 하고, 작은 주방에서 서너 명이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있다. 손님이 식당을 꽉 메우면 30명쯤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식당에 들어가니 메뉴는 단촐하다. 원래 맛집 메뉴가 단촐한 것도 기본 조건이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메인 요리를 주문하고 나면 푸른 초원 같은 반찬이 먼저 펼쳐진다.
먼저 기본 찬들이 찬상에 즐비하게 펼쳐진다. 봄이라 그런지 저 푸른 초원이다. 방풍나물, 머위나물, 참나물, 미나리무침, 세발나물, 동치미, 취나물. 나물만 여섯 가지가 나왔다. 동치미는 술 마신 사람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시원하다. 나물들은 제각각 입맛을 당긴다. 주인공인 해물찜이 나오기 전에 벌써 찬그릇이 비워진다.

막걸리라도 한 사발 마시고 싶지만 운전을 해 온 탓에 그럴 수도 없고…아쉬운 마음이 들던 차에 해물찜이 나온다. 푸짐하다. 서넛이 이걸 어찌 다 먹나.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맛나서 아주 배 터지게 집어넣는다. 배가 부를 것 같으면 밥을 덜 먹으면 된다. 큰 그릇을 달라고 해서 나물을 덜어 놓고 고추장 조금 넣고, 참기름 달래서 비벼 먹다가 반찬으로 해물찜 붉은 콩나물을 숟가락에 얹어 먹으면 둘이 먹다가 셋이 사라져도 모를 맛이다.

맛나다. 과하지 않은 매운맛에, 고소한 맛은 낙지와 고니 맛이다. 부드러운 아구살이 볼태기를 불룩하게 만든다. 마치 도토리를 한없이 입에 문 다람쥐마냥 말이다.

 
살코기도 푸짐하지만 통통한 콩나물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접시 가득 뿌려진 깨소금은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가기도 전에 고소함이 느껴진다.

마산 아구찜이 마산이 원조이듯, 문산 아구찜은 문산이 원조다. 경기도 문산이 아닌 진주 작은 동네 문산이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모를 거다. 문산은 배밭, 감밭이 많은 동네다. 야트막한 구릉지에 혁신도시가 들어와 경천동지했다. 돈벼락을 맞았느니 소문도 무성했다. 아마도 여기서 오래 장사했다 하니 이 집도 돈벼락을 맞지나 않았을까 싶다.

무성한 소문은 모를일이고, 꾸준히 이 맛집을 고수하니 다행인 거다. 민초들이 힘들더라도 찾아와 맛나게 먹고 가게 해 주는 게 맛집의 의무 아니던가. 들어올 때 문득 보았던 아주 두툼하게 만들어 놓은 누룽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식사를 마치니 누룽지 대접이 나온다. 씹을 필요도 없이 아주 부드럽다. 누룽지를 갈아서 끓였거나 아주 푹 끓였거나 둘 중 하나다. 그 정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맛집을 유지시켜 주는 힘이다. 문산에 땅 보러 오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로 오면 된다. 땅만 보고 가지말고, 문산 아구찜 이 맛을 느끼고 가야 다음에 오고 싶지 않겠는가. 땅이 비싸서 아쉽게 돌아서다가도 맛집이 있어 실망감을 떨쳐낼 수 있지 않겠는가.


 


문산역 아구찜  055-761-6803 (영업시간, 오전 11:30-오후 2:00 저녁 오후 5:30 ~)



*본보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재현 교수는 현재 경남과기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로 산림재해 및 산림문화분야의 연구활동과 강의를 하고 있다. 진주시 우드랜드에서 ‘박재현교수와 함께 하는 숲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접목하는 ‘숲과시’ 글을 집필중이다. 세종교양도서로 선정된 시집 ‘나무가 되고 싶은 사람’, ‘어린왕자바라기’ 등 10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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