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 첫날 "스쿨존 피해갑니다"
민식이법 시행 첫날 "스쿨존 피해갑니다"
  • 백지영
  • 승인 2020.03.25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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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하는 두려움에 멀리 돌아가요”
운전하기 두렵다 목소리 속속 등장

“신경 써서 운전하더라도 운이 없으면 철창신세를 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웬만하면 어린이 보호구역을 피해 다닙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 법’ 시행 첫날인 25일 이 법을 알고 있는 운전자들은 “운전하기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진주지역 한 학교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조심해서 운전하더라도 불법 주·정차된 차들 사이로 어린이가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앞으로는 계속 스쿨존을 피해 다른 길을 이용해 운전할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제도 시행 첫날 대다수 운전자는 여전히 스쿨존 제한 속도를 준수하지 않았다.

진주경찰서가 이날 오후 3시께 남강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속도 준수 여부를 측정했을 때, 대다수의 차량은 시속 30㎞ 제한을 지키지 않았다. 상당수는 시속 60㎞ 안팎으로 운전하다가 카메라 옆에 선 경찰의 모습을 보고 급하게 속도를 줄였다.

진주시 충무공동에서 만난 한 30대 시민은 “법 개정 당시 관련 내용을 언론을 통해 접한 적은 있었지만 시행일이 오늘인지는 몰랐다”며 “앞으로는 스쿨존 내 서행에 좀 더 신경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진주지역 한 스쿨존 인근 상가에서 근무하는 임동현(34)씨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혹시나 법이 악용될까 걱정된다”며 “운전에 주의를 기울인 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고 상황을 판독할 수 있는 CCTV(폐쇄회로텔레비전) 설치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냈다.

실제로 스쿨존 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이날부터 시작되지만 도내 관련 시설 설치는 미흡한 편이다.

도내 스쿨존 중 현재 무인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8%, 횡단보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46%에 불과하다.

그나마 무인단속 카메라와 횡단보도 신호등은 경남 경찰과 도내 각 지자체가 2022년까지 전체 스쿨존에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지만 다른 시설은 계획이 없다.

도로교통법 12호 5항에 따르면 시장 등은 스쿨존에서 횡단보도 신호기(시설 주 출입문 최근접 간선도로), 안전표지, 과속방지시설, 미끄럼방지시설, 보호구역 도로표지, 도로반사경, 방호울타리, 그밖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도로부속물 등 시설 또는 장비를 ‘우선적으로 설치하거나 도로관리청에 설치를 요청’해야 하는데 ‘우선적으로’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설치 주체인 지자체는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해석한 반면, 경찰청 해당 법 담당자는 “법을 따져보면 전체 구역에 다 설치해야 한다고 판단되지만 설치 주체가 경찰이 아닌 데다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남도는 행정안전부가 국비로 예산을 지원하는 횡단보도 신호기에 대해서는 전체 스쿨존에 설치할 방침이지만, 방호 울타리 등 같은 조항 내 다른 시설에 대해서는 얼마나 설치할지 등에 대한 계획 자체가 없는 상태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법 취지 자체가 시설 설치보다는 사고 예방에 있다”며 “사고가 우려되는 곳에는 방호울타리 등의 시설을 설치할 수 있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다른 시설로 설치를 대체하거나 여건에 따라 설치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시설 설치 계획은 있지만 아직 설치되지 않은 곳, 혹은 계획 자체가 없는 곳에서 사고를 낸다고 해도 이를 고려해 형량 등을 줄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차라리 스쿨존은 다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라”, “스쿨존 시작 지점에 아파트 출입로처럼 차단기를 설치하라” 등의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도내 한 경찰은 “고의 교통사고는 없다. 모든 교통사고는 결국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하더라도, 주차된 차에 어린이가 와서 부딪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이 법으로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시민은 스쿨존을 피해 다닐 수도 있지만 교사, 학부모, 학원 차량 기사 등은 다른 길을 택할 수 없다”며 “이들이 이 법으로 처벌받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예측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민식이법 시행 첫날인 25일 오후 진주경찰서 교통관리계가 진주시 상대동 남강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는 차들의 속도 준수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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