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자가 직접 마스크 구입해보니
[르포]기자가 직접 마스크 구입해보니
  • 백지영
  • 승인 2020.02.26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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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못사는 마스크
가는 곳마다 “없습니다”
약국·마트 등 14번째 간신히 구입
매장 “진열 후 10분만에 다팔려”
“여기서 마스크 샀다고 약국 명을 공개하지는 말아주세요”

26일 정오께, 진주지역 한 약국 약사가 취재진에게 일회용 마스크 1장을 건네며 한 말이다. 다 떨어져 가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거리로 나선 지 3시간여 만이다.

이날 약국 10곳, 마트 3곳, 생활용품점 1곳 등 총 14곳을 들렀다. 마지막 14번째 방문지에서 ‘KF94 마스크 1장’을 간신히 구매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한 박스(20장)가 들어와 손님에게 1인 1장씩 판매하고 남은 마지막 장이라고 했다.

이 약국 약사는 “며칠 만에 1박스 들어왔다. 어제나 오늘 오후에 방문했으면 못 샀을 것”이라며 “오늘 마스크를 찾은 고객들에게 ‘마침 복이 있네요’라면서 1장씩만 팔았다. 내일, 모레는 어떨지 모르는데 혹시 신문을 읽고 마스크가 있는 줄 알고 헛걸음하는 손님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날 마지막 약국을 제외하고 모든 매장에선 성인 고객을 위한 방역용마스크(KF80·KF94)와 일회용부직포 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어린이용은 종종 눈에 띄었다.

비교적 효과가 덜하다고 알려진 방한용 면마스크는 대부분의 약국에 비치돼 있었다. 일부 약사들은 자신도 면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를 구매해 빨아 쓸 것을 권했다.

대다수의 약국은 ‘마스크 품절’이라는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여두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다가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부지기수였다.

평거한빛약국 오준희(53) 약사는 “대구 신천지 신도 감염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 초반만 해도 진주시민들은 비교적 경계심이 없는 편이었으나 이제는 서로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약 제조 업무를 하느라 손님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그 역시 최근부터 착용을 시작했다. 해열제라도 사러 오는 손님이 있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가 쓰고 있는 마스크는 약품 도매상 착용 용도로 공급되는 것을 도매상에게 사정해 겨우 받아낸 것이라고 했다.

인근 생활용품매장 다이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장으로 들어서자마자 “마스크 있나요”라고 물은 중년 남성은 “오늘은 안 들어옵니다”라는 직원 답변에 발걸음을 돌렸다. 이 매장 점장은 “과거에는 주문만 하면 들어왔는데 요즘은 과거의 1/10도 안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탑마트 서진주점의 경우 마스크를 고객센터에서 취급하고 있다. 매장 내부에 진열했더니 마스크를 뜯어 계산 없이 나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들어오는 날은 고객센터에서 1인 2장으로 구매 제한을 걸어도 10분이면 다 팔려나간다.

하나로마트는 출입문과 쇼핑카트에 ‘마스크 공급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 계약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정부가 국내 생산 마스크 50%를 농협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문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마스크 부족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늘어나자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온라인·오프라인 마스크 판매처를 공유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A동 B건물 약국에서 오늘 소량 입고돼 개당 2000원에 샀다’ ‘C사이트에서 내일 9시 45분부터 판매 예정이다’ ‘D소아과 아래 약국에서 개당 4000원에 판매한다’ 등 이미 마스크를 구매한 이들이 구매를 원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공적 통제에 들어간 만큼 앞으로는 상황이 나아질 거란 전망도 있다.

오준희 약사는 “이번 조치로 조만간 약국마다 매일 마스크가 100개씩 공급될 예정”이라며 “너무 두려워하며 사재기하기보다는 기존에 비축한 마스크를 소진하며 기다리는 걸 권장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약국·우체국·농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이르면 27일부터 매일 마스크 350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부는 마스크 품귀 현상 해소를 위해 매일 마스크 350만 장을 약국·우체국·농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적 공급 마스크는 대구·경북 지역에 우선 공급된 후 다음 주부터 경남을 비롯한 전국에 실질 보급될 전망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26일 오전 진주시 한 약국을 찾은 시민이 방역용·일회용 마스크가 다 떨어졌다는 소식에 비교적 효과가 덜한 방한용 면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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