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키움교실 활성화 사제동행 문화탐방[2]
꿈키움교실 활성화 사제동행 문화탐방[2]
  • 강민중
  • 승인 2020.02.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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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15일 같은날 독립을 맞았던 두나라가 있다.

이후 각각 남북 전쟁을 거쳐 한나라는 민주주의 대한민국, 한나라는 사회주의 베트남이 됐다. 이후 베트남은 우리와 비슷하게 남과 북으로 나뉘어 싸웠다. 과거 월남전이라고 불리며 참전용사들에게 월남전 참전 영웅담을 자주 들은 기억도 있다. 그래서 베트콩들은 우리의 북한과 동일시 한 시절도 있다.

한국에서 베트남 전쟁은 월남의 전사 등의 이름으로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외국에 나가 전쟁을 통해 외화를 벌인 일로 기억하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싸웠고, 베트남 참전 용사들은 모두 죽음이라는 두려움 앞에 두고 일치단결해 싸운 용사들이었다. 여기까지가 과거 들어왔던 무용담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군이 당시 베트남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 등의 일부 감춰진 진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는 글이 담긴 한국인 증오비가 있다고 할 정도니 오죽 했겠는가.

우리가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에서 부끄러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이 민간차원의 반성과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더욱 구체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기본적인 상식을 갖고 있었음에도 베트남 호치민에서의 구찌터널, 전쟁박물관 방문은 생각보다 더욱 참혹하고 충격으로 다가왔다.

 
 
◇남북 베트남 전쟁이 할퀴고간 상흔

여행의 기쁨도 잠시 뜨거운 햇살에 얼굴을 잔뜩 찡그린 학생들. 그늘을 찾아 호치민의 중요 방문지인 전쟁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주변을 살핀다. 잔잔히 들려오는 음악소리. 귀를 기울이니 비틀즈가 ‘imagine’을 부르고 있다.

1층 밖에 전시된 헬기,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학생들. 아직까지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그 즐거움도 잠시 실내에 전시된 사진을 보면서 점점 웃음기가 사라진다.

전쟁박물관은 지난 1975년 베트남 정부가 개장한 꽤나 역사가 깊은 박물관이다. 북 베트남의 시선의 베트남 전쟁의 이야기를 접할 수있다.

프랑스 독립이후 1960~1975전까지 이어진 치열한 내전, 북베트남이 승리했고 지금까지 그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지금 전쟁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은 원래 미국 정보부로 사용됐던 건물이라고 한다. 즉 박물관의 건물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이 박물관이 정당하지 않는 미국의 행위를 고발하기 위한 전쟁범죄 박물관으로 불렸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는 미국이 우방국이고 미국정부의 언론 시선에서 베트남전쟁을 바라볼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북베트남의 시선에서 조국의 시각을 달리해 베트남 전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박물관의 방문은 의미가 있었다. 전쟁에서 사망한 숫자는 양측 모두 약 150만명, 한국군이 5099명이 전사했다고 알려진다. 여기에 민간인 사망자는 약 2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특히 대부분 사진들이 전시돼 있는 2~3층은 전쟁의 참혹함을 차갑게 보여준다. 그사진들에 차마 카메라를 들이 댈 수 없을 정도로 무겁게 다가온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전쟁의 흔적을 사진으로 만났다. 고엽제 피해로 기형아로 출산된 쌍둥이, 손 발 눈이 없이 태어난 아이 등 참상이 심했다. 우리나라도 고엽제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양 동양 관광객들 할 것 없이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아이들이 고통받는 사진들은 특히 더 가슴 아프게 다가 왔다. 순백의 영혼들의 아무 이유없이 사라져 갔고 남은 이들은 고엽제 피해로 평생을 불우하게 살고 있었다.

이런 공간을 만들어 피해자 가해자 할 것 없이 찾아 다시는 잊지 말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이다.

3층은 베트남 전쟁과 더불어 그 이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고엽제 화학무기는 아직까지도 베트남에선 200만명 가량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계속해서 세대를 넘어 고통받고 있다. 국내 참전 용사들, 미군들 중에서도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이도 있다. 전쟁에는 가해자 피해자가 없다. 모두가 피해자다.

개관 당시에는 한국군에 관한 자료가 많았지만 1992년 수교를 맺고 대부분 제거가 됐다고 한다. 2층 벽면 한켠에 한국군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최근 한국 베트남 간의 관계가 매우 개선되고 박항서 감독의 활약으로 더욱 끈끈한 관계가 돼가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체험하며 느낀 평화의 소중함

이어 방문한 곳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지하 터널인 구찌터널이다.

호찌민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약 70km 떨어져 있다. 차로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외곽에 있지만 베트남 전쟁의 상징적인 장소인 만큼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잔혹하고도 열악했던 게릴라전의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 터널이 밀림 안에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체구가 작은 사람이 겨우 들어갈만한 터널속 체험에 한 학생이 자신있게 손을 들어보인다. 전쟁당시 먹었던 전투 식량인 타피오카도 맛본다. 고구마랑 감자를 섞어 놓은 맛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터널을 통과하는 체험을 해본다. 좁은 공간 오리걸음으로 걷자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불과 5분여 코스를 체험했지만 쉽지 않았다. 학생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방금 통과한 터널은 관광객들 체험을 위해 1.5배 확대한 크기입니다. 실제는 훨씬 좁아요”라는 가이드의 설명에 교사와 학생들은 고개를 흔든다. 사격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에서는 ‘펑 펑’ 총소리가 땅을 울렸다.

실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포성이 울리고 있다. 베트남의 전쟁은 마무리 됐지만 우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쟁의 흔적들을 보며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 진다. 평화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낀다.

 
 
◇배려, 협력, 정이 함께한 탐방

처음 와본 낯선 땅에서 학생들은 친구과는 우정을, 선생님과는 사제의 정을 나누며 3박 5일을 함께 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보호자이며, 친구와 사진사를 자처했다. 무더운 날씨에 학생과 교사들은 서로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선크림을 꼼꼼히 발라주는 선생님, 더운 날씨에 지쳐 힘들어 하는 선생님을 부축하는 학생들.

타국에서 처음 먹는 음식에 힘겨워하는 학생들이 안쓰러워 직접 한식과 비슷한 음식을 찾아 입에 넣어주면서도 정작 자신의 식사는 놓치기 일쑤였다. 혼잡한 야시장에서는 손에 들린 휴대전화는 잠시 내려두고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허인수 단장은 “힘든 일정이었지만 불평없이 즐겁고 안전하게 다녀온 학생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면서 “특히 사제동행 탐방인 만큼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우고 즐기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은 현지 학교 방문과 또래 학생들과의 만남 등 베트남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조금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민중기자 ju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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