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90> 전남 진도 조도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90> 전남 진도 조도
  • 경남일보
  • 승인 2018.07.0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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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대교

 

최근에는 해외여행을 기획하여 가다보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경치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을 만들어 도서지역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젖어있는 날, 당일로 조도 돈대산 산행과 함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어 행복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섬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조도는 면 단위로는 섬이 가장 많은 곳이다. 179개 섬들이 새떼처럼 무리를 이루어 조도군도라고도 한다. 수많은 섬들이 연출하는 경관은 너무도 아름다워 한국의 하롱베이라고도 부른다.

아침 여섯시 진주를 출발하여 남해고속도로와 공룡대로를 거쳐 세월호로 인하여 너무나 유명해진 진도항(팽목항)에 도착했다. 아홉시 반을 지난 시간으로 조금은 먼 길이다. 먼저 세월호 참사로 꽃 같은 목숨을 희생한 이들에게 묵념하여 명복을 빈 후 그 유가족들이 붙잡고 목 놓아 울던 난간을 잡아보았다. 우리 모두의 애절한 슬픔을 새긴 리본 문구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으로 참사의 기억을 되새기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열시 반 배에 올라 고려 원종 때 배중손이 이끈 삼별초가 진도에서 대몽항쟁을 할 때 해안 방어를 위해 쌓은 남도진성을 뒤로하고 새섬두레호를 타고 조도 창유항으로 달린다. 아름다운 다도해 해상에서 금방이라도 마주칠 것 같은 제주행 여객선도 스치며 눈부신 바다가 마중 나오는 뱃길을 달리다 보니, 먼저 하조도등대가 바다위에 길게 누워있는 섬 왼쪽으로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쪽으로 하조도와 상조도를 이어주는 조도대교가 모습을 들어 낸다싶더니 창유항이다.

 

박무 속 섬들
도리산전망대에서 본 조도대교


타고 온 버스에 다시 올라 파장끝나루 조도대교 정지머리나루 등을 지나, 1816년 영국함대 리라호 선장 바실 헐이 올라 바라보며 ‘황홀한 경치에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감탄했던 도리산전망대로 이동한다. 도리산 정상은 210m에 불과하지만 요즘 같은 더위에 등산으로 관광하는 것은 별로인데 전망대 바로 아래까지 버스를 타고 오르니 참 좋다. 특히 도리산전망대에서는 다도해의 섬들을 360도 감상할 수 있어 황홀 그 자체였다.

방부목데크로 잘 조성해 놓은 전망대에 서면 말 그대로 일망무제, 눈을 가리는 것이 없다. 바라보아도 끝이 없이 멀고 먼 모습들이 새떼처럼 바다 여기저기에 둥지를 튼 다도해의 장관이 우리의 눈길을 빨아들여 하나같이 탄성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관사도 주도 소미도 맹골죽도 등 부근의 이름난 섬들의 자태가 희뿌연 해무 속에 환영처럼 솟아올라 시야를 황홀케 한다. 각자 집에서 정성 드려 가져온 찬으로 나누어준 주먹밥을 맛있게 먹었다. 조도의 특산물로는 톳 미역 참모자반 전복 멸치 다시마 대파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톳가루로 파스타를 만들거나 천연팩을 하면 좋다. 회를 먹으려면 예약을 해야 하므로 부흥식당의 우럭탕을 먹거나 삼거리식당에서 흑돼지고기를 먹는 것도 괜찮겠다.



 
손가락바위
하조도등대
조도풍경


조도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다도해의 장관을 뒤로 하고 능선에 우뚝 솟아 기이하기 이를 데 없는 손가락바위를 찾아 돈대산(271m)을 올랐다. 산행리 마을을 지나며 올려다 본 돈대산의 산새는 그저 밋밋하게 보였다. 막상 능선에 오르니 상황은 달라, 우뚝 서있는 일자형 바위인 손가락바위 앞에 서는 순간 완전히 시야를 압도하는 전경의 연속이다. 사방으로 다도해의 그림 같은 작은 섬들이 바다 위에 둥실 떠있다. 능선의 우람한 암봉들은 사열을 받듯 도열해 나를 반기니 더 행복하다. 유토마을을 내려다보고 뾰족하게 솟은 신금산을 건너다보며 투스타바위에 올라 아찔할 만큼 멋진 포즈까지 취해보고 내려와 하조도등대로 향한다.

항로관리가 주 업무인 하조도등대는 조도면 창유리 산7-2번지 위치한 하조도항로표지관리소로 아름다운 다도해 해상교통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방문객들을 위한 각종 편의 시설을 확충하여 해양 친수공간으로 조성했다. 100여년의 역사에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잘 어울리는 조도의 상징물이다. 등대의 불빛은 39㎞까지 도달하고, 등탑높이는 12m로 경사가 가파른 48m의 기암절벽 위에 우뚝 서 있어 이곳을 지나가는 선박 과 관광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신전해수욕장이나 모래개해수욕장에서의 석양 등 둘러볼 것이 많지만 하루해가 짧음을 원망하며 귀로에 올랐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니 밤 아홉시가 넘었다. 좋은 것들을 둘러본 조도에서는 주먹밥으로 때웠지만, 시간은 늦어도 함께한 친구와 저녁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신안콩나물해장국으로 가니 마침 검은콩국수를 정성들여 낼 수 있다기에, 주문하여 맛있게 먹고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조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검은콩국수
부흥식당 우럭탕
톳파스타
황홀한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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