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7> 전북 군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7> 전북 군산
  • 경남일보
  • 승인 2018.04.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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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동철길마을
잦은 도로공사와 선형개량 등으로 한때 국가대표급 벚꽃 명소로 이름을 떨쳤던 전북 전주와 군산을 잇는 100리 벚꽃길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은 전국적인 벚꽃 명소가 관리부실로 훼손되어 명성을 잃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옛 명성의 벚꽃길을 복원하여 생태관광 명소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른 봄날, 예쁘게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같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벚꽃길을 달려 군산으로 향한다.

진주를 출발하여, 산청 안의 육십령 장계 진안을 거쳐 화심순두부에서 얼큰하고 맛있는 순두부로 이른 점심을 먹고, 전주 익산을 거쳐 군산에 들어서 제일먼저 경암동철길마을을 찾았다. 경암동철길마을은 페이퍼 코리아와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2.5km 철로 주변의 마을을 총괄하여 붙인 이름으로, 일제강점기에 신문 용지를 실어 나르기 위해 최초로 개설된 북선 제지 철도로, 세풍 철도 등으로 불리다가 새로 인수한 업체 이름을 따 페이퍼 코리아선이라 했는데, 삼류건달 함태일(황정민)이 호정(한혜진)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영화 속 뿐 아니라 철로 옆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필자는 이런 철길마을에서 끝없이 뻗어나갈 수 있는 꿈과 이상을 품었기에 더 새롭다.


 
진포해양테마공원


다음으로는 고려 말 최무선 장군이 함포를 만들어 왜선을 500여 척이나 물리쳤던 진포대첩을 기념하기 위하여 개관한 진포해양테마공원을 거닐다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여 썰물 때면 갯벌이 드러나 배의 접안이 어려운 서해안의 자연환경을 극복하고자 건조한 부잔교 등을 걸어보고, 한국에서 활동했던 대표적인 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 건축하여 조선은행 군산지점으로 사용하여 채만식의 탁류에도 등장하는 군산근대건축관, 조선인 대출을 통해 토지 수탈에 앞장섰던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을 미술관으로 개축한 군산근대미술관 등을 둘러보며 단정한 벽과 지붕, 독특한 창틀 등이 인상적이었지만, 미술관동에서 일제수탈사진들을 보니 분노와 함께 마음이 아리는 것을 느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군산근대미술관
호남관세박물관


이젠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다. 근대역사교육의 도시 군산의 근대문화 및 해양문화를 주제로 하는 특화 박물관이자 지역박물관으로서 선사시대부터 근대시대까지의 유물과 자료를 통하여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군산의 과거를 확인하고, 이를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역사를 조명한 ‘삶과 문화 코너’, 지리적 중요성으로 물류유통의 항구 기능을 확인하는 ‘해양유통코너’, 군산 및 고군산의 문화와 역사를 조명하는 ‘바다와 문화코너’, 군산인근의 해저발굴유물을 소개하는 코너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이어서 옛 군산세관으로, 독일인이 설계하고 벨기에에서 적벽돌을 수입하여 유럽양식으로 건축하여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의 하나로 꼽히는 호남관세박물관을 둘러보고 해망굴로 향한다. 해망굴은 월명산 자락 북쪽 끝에 자리한 해망령을 관통하는 터널로 수산물의 중심지인 해망동과 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한국전쟁 중에는 군산에 진주한 인민군 지휘소가 이곳에 자리하여 매일 같이 연합군과 공군기들의 기관총 폭격을 받은 총알자국이 남아 있다.

 
월명공원


해망굴 위 월명공원은 시민의 안식처이자 관광지로, 봄이면 분홍의 진달래와 노란색의 개나리에 이어 화사한 벚꽃과 붉은 동백꽃이 다투어 피고, 좀 지나면 분홍 왕벚꽃과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여름이 가까워지면 아카시아 향이 온산에 퍼져 좋고, 이런 날 밤에 수시탑에 오르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오가는 각종 선박의 불빛으로 황홀한 아름다움을 연출할 것이다. 공원을 내려와 포목점을 운영하던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군산신흥동일본식가옥을 살펴보고, 군산 맛집 하면 항상 거론되는 복성루가 휴일이라 가까운 빈해원으로 찾아들어, 깔끔하고 칼칼한 매콤함이 있는 짬뽕, 야채가 아삭한 간짜장, 담백하고 깔끔한 물짜장, 달콤하면서도 바삭거리는 사천탕수육을 흠뻑 취하고 채만식문학관으로 향한다.

백릉 채만식 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곳으로, 금강변에 정박한 배를 형상화한 문학관에 들어서면 정면으로는 금강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본관 앞에는 아담한 터들이 배치되어 있어 작지만 아기자기한 공간구성이 방문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근대 풍자 문학의 대가인 선생의 작품 “탁류” 첫머리에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이 백제의 옛 도읍 공주와 부여를 거치는 천릿길의 여행을 마치고 서해로 흘러드는 하구에 군산이 자리 잡았다.’는 말을 떠올리며, 천릿길도 달리지 않으면서 다양한 먹거리 소개를 다 못한 아쉬움에 은파호수공원을 둘러보며 군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짬뽕
사천탕수육
물짜장
간짜장
화심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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