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95)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95)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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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뭐 물어보고 글 쓰나? 아무튼 너 만나서 털어놓고 나니까 내가 얼마나 끙끙 혼자서만 앓고 살았는지 실감이 난다.”

“그러니까 동지가 필요하고 소통은 지름길이야. 너네 고종오빠 장 현동씨도 명성이 자자한데, 너들 외사촌 고종사촌끼리 일 내겠다. 폭죽 터뜨리겠어.”

“오빠가 우리를 많이 도와주고 이끌어준 덕이고 앞으로는 니 덕도 많이 입게 될 거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뭐가 돼도 되겠지.”

준비해간 축하금과 선물을 정자에게 전달하고 정자의 저서를 받아 안고 돌아오면서 양지는 자신이 참 많이 변했다는 걸 깨닫는다. 정자와의 만남은 예상 밖으로 툭 트인 상쾌함을 주었다. 전 같으면 누구를 앞서 칭찬하는 것보다 저도 마음만 먹으면 그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차 자신의 입장과 비교부터 먼저 하였다. 뭉친 속내를 툭 털어놓으니 든든한 의논상대까지 생겼다. 새로 발견한 문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듯 싱그러운 맛도 있었다.

양지가 돌아오니 집에는 웬일인지 호남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 없이 굳은 표정으로 양지를 맞이한 호남이 양지가 자리도 잡기 전에 조급한 듯 입을 열었다.

“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으모 바로 말해라.”

“너한테 숨기고 말고 할 게 어데있노.”

“거짓말, 쌩까지말고 실토해라. 혼자서 끙끙거리다 또 몸 상하지 말고.”

“아아도 참, 넘겨짚기는. 아는 게 있으모 니가 먼저 말해봐라.”

“에나 없단 말이쟤?”

“그래 없다. 정자한테 가서 축하 인사하고 온 거 그거 이상은.”

“그라모 하 씨는 와 그런 소리를 하노?”

아, 누수 현상이다. 양지는 깜작 놀라며 재우쳐 물었다.

“하 씨가 뭐라 캤는데?”

“뭐 딴 말은 모르겠고, 언니한테 뭔 소리를 들은 거 없냐고만 묻는데 눈치가 이상했어.”

“그게 오빠도 같이 있었나?”

“그라모 오빠 집 일이가? 그러고 보니 저쪽에 있는 오빠 눈치를 보면서 작은 소리로 물었는데.”

방어막의 한계를 감지한 양지는 저도 몰래 고개를 끄덕거렸다.

“봐라 내 촉이 얼매나 빠른데. 어서 말해봐라 뭐꼬? 오빠네 아들부부 깻박 난 거하고 관계 있는 거 아이가?”

자긍심 배인 웃음을 걷으면서 호남이 관심을 기울인다.

“니가 그런 것 까지 우찌 아노?”

“참 언니도 내가 마당발인거 모르나. 향내도 비린내도 남이 먼저 안다. 언니가 생병 나서 저러는데 시장 사람들 말은 안 해도 다 안다. 그런데 오빠는 엊그제도 만났는데 다른 심각한 건 없는 것 같던데?”

“그러기를 바라고, 하 씨 아저씨하고만 비밀로 하고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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