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3> 만추의 소풍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3> 만추의 소풍
  • 경남일보
  • 승인 2017.11.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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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터널
전통혼례


함께하자는 얘기만 꺼내면 좋아라고 잘 모이는 오랜 친구들이, 겨울을 재촉하는 늦은 가을날 모처럼 소풍을 가기로 뜻을 모았다. 일정을 예고하여 잘 계획한 회장과 총무 덕분에 버스 한 대를 가득 채우는 행복을 싣고 드디어 출발이다. 매달 만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지만, 모처럼 함께한 친구도 있어 그간의 근황을 물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안전하게 달리는 차 안에서 나누어준 악보를 보며 편안한 음악수업으로 만추의 소풍 이야기는 시작이다.

친구 아내이자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선생님의 선창에 따라 부르는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는 신나고 그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아모르라는 말은 에로스의 의미를 갖는데, 그리스신화 중에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신인 큐피트와 관련된 이야기로, 에로스는 육체적인 사랑을 뜻하기도 하며 신화에서 프시케에게 처음 사랑을 느낄 때 꼬마의 형상이었던 큐피트가 성인 남성의 모습인 에로스로 변하게 되어, 이와 맥락을 같이 함으로 아모르파티의 뜻은 “사랑하리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하며 아모르파티 노래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첫 탐방지 선암사에 도착했다. 선암사로 가는 길은 조계산에 고루 드리운 짙은 나무들의 단풍으로 인해 아름답고 상쾌하다. 마음속까지 깨끗이 씻어줄 듯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은 포장되지 않아 더 좋고, 기분 좋은 숲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왼편에 계곡을 가로지르는 작은 무지개다리가 나타난다. 이 다리를 건너 모퉁이길을 따라 돌면 반원형의 큰 무지개다리가 나오고, 두 무지개다리 중 큰 무지개다리가 보물 제400호로 지정된 승선교이다.

선암사 승선교 강선루 등으로 보아 선암사는 선녀와 얽힌 듯한데, 이름에서부터 선녀가 내려와 계곡에서 목욕하고 놀다가 하늘로 올라가는 선경이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풍경으로 살아나 더 신비롭다. 강선루에서 모퉁이를 돌면 만나는 연못 삼인당은 집착 욕심 탐욕 등을 버려야 극락의 세계에 이른다는 심오한 불교사상을 전하며, 입구가 절의 얼굴이라면 경사지에 축대를 쌓아 여러 단으로 오르며 각각의 단에 전각 20여 동을 밀도 있게 나누어 배치한 공간구성 또한, 선암사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강선루
선암사대웅전


선암사의 가람 배치를 통하여 남다른 격조와 고풍스러움을 느껴보고, 서둘러 경내를 빠져나와 절 아래 향토가든에서 생소한 염소떡갈비를 만났다. 염소떡갈비를 구리석쇠에 올려 숯불에 구워 깻잎장아찌에 싸 먹는 조합은 예술이고, 염소떡갈비라면 누린 냄새를 걱정하며 꺼려하는 사람들도 맛을 보니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며, 다음에 또 먹고 싶다는 말씀에 신난다. 좋은 숯불로 육즙이 터져 나오도록 적당하게 구워 먹으면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오래 구우면 질겨지고 맛이 떨어지는 것은 이치인 것 같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먹은 염소떡갈비는 너무 맛있었다는 얘기로 행복을 나누며, 조계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후 낙안읍성으로 향한다. 낙안읍성은 고려 후기부터 흙으로 성곽을 쌓기 시작하여 석축으로 1450년경에 마무리 하였으며, 현재 모습은 성벽의 축조나 적대의 존재 등에서 조선 초기 성곽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성벽의 둘레는 1.385㎞로 동문터의 남쪽 부분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으며 높이는 4.2m이고, 위쪽 너비와 아래쪽 너비는 각각 3~4m, 7~8m로 아래쪽에 커다란 깬돌을 이용하여 쌓아 올리면서 위쪽으로 갈수록 석재의 크기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낙안읍성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시간이 멈출 듯한 돌담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마을을 둘러보며 수백 년을 거스르는 시간여행은 정말 즐거웠지만, 여덟 가지의 귀한 재료의 별미는 다음으로 미룬 채 순천만으로 달려가, 갈대밭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건너편 작은 산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갈대밭 사이를 걷는다. 옛날에 용이 승천하다가 순천만을 내려다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여의주를 바다에 던지고 산이 되었다는 용산전망대까지는 못 올라 아쉬웠지만 그곳에 올라 순천만을 내려다보면, 전설 속의 용이 보았던 것처럼 자연이 만든 생명의 정원 그 경이로운 풍광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갈대밭 사이를 더 걷고 싶어 아쉬운 석양의 순천만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낙조에 정신을 팔다가 저녁식사를 위해 일품뻘낙자를 찾았다. 전라도에서는 낙지를 낙자라고 부른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얘기하며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손님으로 초만원이다. 메인인 연포탕이 나오기 전에 찬들은 바닥이 나고 미나리 등의 야채와 낙지가 어우러진 연포탕이 상에 오르자 금방 바닥이 난다. 조금 모자라는 듯하지만 시원한 연포탕 국물을 쭉 들이키며 친구들과 함께한 즐거운 만추의 소풍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연포탕
염소떡갈비
순천만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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