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2> 오대산 주변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2> 오대산 주변
  • 경남일보
  • 승인 2017.10.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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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서 보는 단풍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국립공원은 호령봉, 비로봉(1565m),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이 연꽃모양을 그리며 이어져 있는 다섯 봉우리 사이로 많은 사찰들이 자리한 평창의 월정사지구와 진고개를 지나는 6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노인봉(1338m)을 중심으로 하는 강릉의 소금강지구로 나눌 수 있는데, 소금강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사계절 언제나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인기가 있으며, 가을 단풍은 일시에 불타오르는 듯한 것이 일품이고 색상이 뚜렷하며 진한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당일로 오대산을 다녀오는 것은 꿈도 못 꾸었지만 나날이 발전한 도로교통으로 새벽에 길을 나서 합천 고령 충주 원주 진부를 거쳐 월정사로 달린다. 양평해장국에서 얼큰하고 진한 육수의 내장탕으로 생김치를 곁들여 맛있게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하여 공원지역으로 접어드니 길은 온통 주차장이다. 시간을 아낄 요량으로 우선 월정사 아래에 주차를 하고 일주문을 지나 먼저 전나무숲길을 걷는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9㎞의 선재길은 여기부터 시작되는데, 탐방객들의 울긋불긋하게 다채로운 복장과 아름답게 물든 단풍이 한데 어우러진 절경 속을 가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행복한 모습이다. 월정사를 지나 회사다리 섶다리 연화탑 동피골 상원교를 걸으며 선재의 의미도 새겨보았다. 불교에서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보살이 문수보살인데, 이런 지혜를 시작으로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향해가는 분이 선재(착한사람)라 이 길을 걸으면 세상사의 고뇌와 시름을 풀어버리고 새로운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상원사 경내


소풍 나온 다람쥐를 불러보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족탕까지 즐기는 여유도 부려보며 바람소리 물소리 가득한 길을 걸어 어느 듯 상원사에 다다랐다. 이제 등산로로 들어서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인 오대산 적멸보궁을 거쳐 왕복 7㎞의 비로봉을 오른다. 상원사에서 수호암자인 중대사자암 용안수샘터를 지나 적멸보궁까지의 등산로는 견치석으로 잘 다듬어져 있어 샌들로 걸어도 좋을 만큼 편안하고, 특히 더 이상 자연을 해손하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여기 적멸보궁에 모셨기에 불단만 있지만 참배는 했다.

적멸보궁을 지나 잠시 휴식을 하며 집에서 정성들여 준비해준 도시락으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정상으로 오르는데 단풍은 거의 사라지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가파른 낙엽길이 이어진다. 건너편의 노인봉과 황병산을 비롯한 오대산국립공원을 둘러보며 이마에 흐른 땀을 연방 훔치면서 걸어 오르니 어느새 사방이 탁 트인 비로봉이다. 오대산 정상에는 기념촬영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어 늘어서 있어 돌아올 시간을 생각하며 표지석만 담아서 하산이다.

상왕봉까지 둘러올 계획이었지만 교통상황이 원활하지 않아 선재길부터 걷기 시작했고, 그래도 나름대로 서둘렀으니 이정도의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라올 때 못 본 것들을 챙겨보면서 여유 있는 발걸음이다. 적멸보궁을 뒤돌아보며 용안수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은은한 불경소리가 흘러나온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돌 스피커를 지나면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리에 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오대산을 상징하듯 다섯 개의 지붕을 가진 중대사자암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중요한 포인트다.


 
적멸보궁 가는 길


중대사자암 아래에서부터는 등산로를 걸었는데 정겨운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다. 상원사로 들어서 목조 달마대사를 만나 소원을 빌어보고 연꽃이 지구를 받치고 있으면서 자비를 베풀고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경내를 둘러본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세웠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국보 제36호인 동종이 보존되어 있고, 세조가 직접 보았다고 하는 문수동자의 모습을 조각한 문수동자상, 상원사를 중창하기 위해 세조가 쓴 친필어첩인 중창권선문이 있다. 입구에는 세조가 계곡에서 목욕을 할 때 옷을 걸어놓은 것을 기념해 만든 관대걸이도 있다.

한국전쟁 당시 절을 지키면서 수행 정진하던 고승 한암이 “이곳에 불을 지르면 나는 화장되는 것이다”는 말로 상원사를 지켰다는 얘기를 되새기며 버스를 타고 차로 내려와, 산채1번가에서 상다리가 휠 정도로 나온 다양한 나물들의 산채정식을 주문해 곤드레전병, 감자전, 도토리묵, 더덕구이, 황태구이, 된장찌개 등으로 폭풍흡입하고, 아직 안전하게 완수해야 할 큰 미션인 돌아올 400㎞의 길이 남아있음을 기억하며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한 오대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도시락
산채1번가 산채정식
산채1번가 산채정식1
양평해장국 내장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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