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교단] '교사 존중' 사라진 학교
[흔들리는 교단] '교사 존중' 사라진 학교
  • 정희성 기자
  • 승인 2015.05.13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①학부모 등쌀에 휘둘리는 교사들
[흔들리는 교단] “자녀에 대한 과도한 집착 교권침해로 이어져”

올해로 서른네번째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일선 교사들의 마음은 어느 해보다 복잡하다. 명예퇴직이 주된 화제가 될 정도로 동료 교사들이 대거 교단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개혁에 따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교권 추락으로 교사로서 사명감 상실이 더 큰 이유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흔들리는 교단의 실태를 점검하고 교사들이 어깨를 펼 수 있도록 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주

①학부모 등쌀에 휘둘리는 교사들
②교사들의 어깨를 펴게 하자



A교사는 올해 학기초 학부모로부터 휴대전화 메시지로 지속적인 욕설과 협박을 당했다. 이 학부모는 “학부모가 복도에 서 있는데도 수업 중이라는 이유로 담임이 나와보지 않는 등 불친절하고, 아이가 장애 학생이랑 같은 반이 되어서 불쾌하다”는 이유로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A4 용지 서너 장 분량의 메시지를 매일같이 보내며 고발하겠다고 위협했다. 수업을 하는 A교사를 교실 밖 복도에서 몇 시간씩 지켜보기도 했다. 교무실에서 소란을 피우며 교장과 교감에게도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견디지 못한 A교사는 악몽과 불안 증세 등을 호소하며 학교에 병가를 내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 다른 지역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B교사는 몇 년 전 급우들끼리 가벼운 몸싸움을 한 것을 가지고 한 학생의 부모가 교사의 징계와 교장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교육청·교육부 등에 투서를 일삼았으면서 심적이 고통에 시달렸다.

교육청 조사 결과 B교사의 학급 관리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 일로 교사 생활을 계속해 나갈지 자신감을 상실했다고 B 교사는 토로했다.

◇ 학부모·학생 폭언 등 교권 침해 심각=교육부가 집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09년 총 1570건에서 2012년 7971건으로 3년 사이 5.1배로 불어났다. 이후 2013년 5562건, 지난해엔 4009건으로 주춤했다. 2013년 이후 다소 감소한 것은 정부가 2012년 교권 침해에 엄정히 대처하는 내용을 담아 교권보호종합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09년 11건에서 2012년 128건으로 열 배 이상 급증했다. 시·도교육청에 접수된 사건만 접수하기때문에 실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에서는 지난 2013년 3월 새 학기 첫날에 학부모가 아들의 담임교사를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 학부모는 아들이 다니는 사립 고교에 찾아가 교사를 무릎 꿇리고 폭력을 휘둘렀다. 교사가 지도 과정에서 아들을 때렸다는게 이유였다. 재판에 넘겨진 학부모는 자신이 폭행한 담임교사로부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까지 받아 법원에 제출했지만,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교권 침해의 대표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사건이다.

교육 일선에서 이처럼 교사의 권위가 갈수록 떨어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안양옥 회장은 “교권침해 사례가 늘면서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권위와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며 “교권 침해 사건의 피해자는 교원뿐만 아니라 학습권 피해를 보는 학생과 학부모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며 교원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 “자녀에 대한 과도한 집착 교권 침해로 이어져”=“굳이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 들어가며 훈계·지도하는 선생님들은 정말 책임감이 강하고 직업의식이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정성과 진심을 알게 되면 서서히 변해가는데 그런 마음을 학부모들이 몰라줄 때 속상하고 답답합니다.”

교직 경력 3년차인 한 중학교 교사 C씨는 자식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하는 일부 학부모들 때문에 현장 교사들이 힘이 빠질 때가 잦다고 했다.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 애가 당했으니 그대로 갚아주겠다’는 생각에서 학부모가 먼저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다는 것이다.

C씨는 “가정에서 교사의 역할을 부정하면 아이들이 그대로 배워와서 학교에서 교사를 낮춰 보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된다”며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불신과 자녀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교권 추락의 중요한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출산의 여파로 핵가족화가 더욱 가속하면서 하나밖에 없는 자녀에 대한 애정 과잉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다.

◇ “학생인권향상이 교권 위협” vs “학생인권과 교권 동반적 가치”=사회 변화에 따라 학생들의 인권의식이 지나치게 높아져 교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보수성향 교육단체들을 중심으로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학생과 학부모의 폭행·폭언으로 교사의 학생지도권이 무너지는 현상이 일부 지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교원과 학생 간 갈등이 확산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의 교육권보다 학생 인권과 학부모 요구를 더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교권 추락의 원인인 것 같다”며 “학교에 있는 교권보호위원회는 유명무실해 존재조차 모르는 교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인권 향상과 교권 추락을 인과관계로 연결짓는 것은 근거 없는 오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직 30년차인 한 교사는 “교권 침해 사례들은 사회가 변하면서 기존에 지나치게 권력을 가진 교단이 조금씩 불필요한 권위를 내려놓으며 빚어지는 과도기적 현상일 수 있다”며 “학생인권과 교권을 충돌하는 가치처럼 여기는 주장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과 교육단체들도 교권 추락의 해법을 교육여건 개선이나 학교폭력 예방 등 근본적인 원인에서 찾아야지 학생의 인권의식 향상과 연결짓는 것은 비약이라고 지적한다.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시켜 볼 게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인권 감수성을 함께 높여가야 한다는 점에서 동반적 가치로 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희성기자·일부연합

 
제34회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일선 교사들의 마음은 어느 해보다 착잡하다. 떨어질대로 떨어진 교권추락때문이다. 흔들리는 교단앞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