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초소 할아버지의 친구 '암호명' 솔잣새
산불초소 할아버지의 친구 '암호명' 솔잣새
  • 경남일보
  • 승인 2014.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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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생명신비여행 <29>솔잣새

물먹는 솔잣새들
물먹는 솔잣새들


함안군 산인면 소재 자양산 정상에 화려한 산새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에 나섰다. 산 정상에는 산불을 감시하는 초소가 있고 초소 앞에는 큰 바위에 물이 고여 있었다. 이곳에서 7년 동안 산불 감시를 해온 할아버지가 근무 중으로 2년 동안 무심코 보냈는데 어느 날 물이 고인 바위에서 화려하고 예쁜 산새가 물을 먹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이후 할아버지는 그곳에 물이 마르면 물을 다시 부어주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자 10여 마리가 찾아오던 녀석들이 지금은 30여 마리로 늘어났다. 오늘의 생명여행의 주인공은 이곳 자양산 정상에 인기 톱스타 솔잣새다. 새벽 일찍 이곳을 찾았을 때는 벌써 전국에서 찾아온 사진작가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 솔잣새가 찾아온다는 소문이 벌써 전국에 퍼진 듯 했다.

새를 기다리는 동안 산불감시원 할아버지의 무선통화를 들을 수 있었다. 무전기에서 “솔잣새 3번 초소 이상 없습니다”라고. 이곳 산불감소 초소의 무선호출 암호명이 솔잣새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곳에 찾아오는 새가 솔잣새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솔잣새가 찾아오는 산 정상 무선호출 암호명이 솔잣새라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나뭇가지에 앉아 차레를 기다리는 암컷 솔잣새
나뭇가지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암컷 솔잣새
솔잣새 우두머리가 물을때까지 기다리는 수컷
솔잣새 우두머리가 물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컷


산 정상 바위 위의 물은 생명수이면서, 솔잣새에게는 오아시스다. 겨울철 산 정상에서 물을 찾기 어려울 때 마음 좋은 할아버지의 배려가 이곳 자양산을 솔잣새 명소로 만들었다. 녀석들은 아침 일찍 무리를 지어 정상 주변을 날아다닌다. 물이 고인 바위 주변 나뭇가지에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잡고 주변을 경계한다. 한참을 기다리자 녀석들은 나뭇가지를 징검다리 삼아 아래쪽으로 조금씩 내려온다.

우두머리 격인 수컷 녀석이 먼저 내려와 물을 먹으면 이어서 우수수 내려와 물을 먹는다. 무척이나 예민한 녀석들이라 바위 위에 오래 머물지 않고 목을 축이자 마자 다시 날아가 버린다. 하루에 3~4 차례 반복되는 솔잣새의 방문을 촬영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진작가들은 이 모습을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려 댄다.

몸길이는 참새 보다 조금 큰 16.5cm정도며, 머리는 몸에 비해 크고 꼬리는 짧다. 수컷은 몸통이 전체적으로 적갈색이고, 날개와 꼬리는 갈색을 띤 검은색이다. 암컷은 연한 회색을 띤 노란색으로 수컷에 비해 수수한 편이다. 부리는 잣이나 솔방울을 까먹기 용의하게 날카롭고 어긋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월동하는 흔하지 않은 겨울철새지만 대부분 산 정상에서 확인되기 때문에 무척이나 만나기 어려운 녀석이다.

숲 사이를 파도 모양을 그리며 떼 지어 날아다니는데, 주로 나무 위에서 살고 숲 가장자리에 둥지를 튼다. 먹이로는 소나무과 나무의 열매를 부리로 쪼갠 뒤에 안에 있는 씨앗을 먹는다. 장미과나 국화과식물의 씨앗이나 나무의 눈도 먹으며 동물성 먹이로는 나비의 유충이나 딱정벌레, 파리 등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솔잣새와 짧은 만남이지만 여운은 오랫동안 남았다. “솔잣새 3번 초소 이상 없습니다”이라는 무선호출 음성이 지금도 산 정상에서 들어오는 듯하다. 오랫동안 솔잣새와 인연을 함께 해온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솔잣새 식구가 부쩍 늘어났다. 대부분의 솔잣새가 번식지로 돌아가고 텅 빈 산 정상에 할아버지의 오랜 벗 솔잣새가 다시 찾아오는 겨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경남도청 공보관실
솔잣새 수컷01
솔잣새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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