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피폐한 땅에 희망 전해주고파
전쟁으로 피폐한 땅에 희망 전해주고파
  • 임명진
  • 승인 2013.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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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대 안선미 학생의 러시아 소수민족 탐방기
 
▲안선미 학생 등의 ‘평안을 위한 노래’ 봉사활동이 소개된 현지 신문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젊음을 무기로 드넓은 세상에서 자기 꿈을 실천하고 있는 지역 대학생들이 있다. 한국국제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에 재학중인 안선미(4학년·25)학생은 종교 봉사단체인 인터콥을 통해 체첸 내전으로 알려진 러시아 소수민족을 찾아 무려 8개월 간 현지 체류를 하며 봉사활동을 했다.

본보는 진정한 특수교사가 되고 싶어서, 고통받는 그 곳의 아이들을 위해 먼 길을 다녀온 안선미 학생의 사랑의 여정을 게재한다./편집자 주
 
◇러시아로 향한 사랑의 발걸음

2009년 한국국제대 초등특수교육과 학생이 되었던 나. 어느 날 ‘어떻게 하면 학교의 이름처럼 국제적으로 세계적으로 특수교육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생각하게 된 것은 ‘먼저 국제인이 되어야겠다’ 였다.

국제인이 되기 위해서는 전 세계 많은 민족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특별히 특수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수 민족들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소수 민족을 위해서 봉사하는 동아리 단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봉사 동아리 단체에서 ‘체첸’ 이라는 러시아 소수민족을 알게 되었고, 전쟁으로 인해 장애가 된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체첸’ 민족의 특수아이들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났었다. 지금 당장 학생으로서 그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 줄 수는 없더라도, 그들과 같이 지내면서 필요를 채워주고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살면서 그들에게 사랑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고, 섬김과 봉사를 통해 그들도 또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고 싶었다.

세계적인 특수교사라는 더 큰 꿈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의 발걸음을 한 걸음 내딛어 보기로 결심했다. 많이 고민한 끝에 그 곳에서 2012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살기로 했다.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청년들이 전국에서 모여서 5명이 한 팀이 되어서 준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체첸’ 이라는 곳은 외국인 거주가 안 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근처에 또 다른 러시아 자치공화국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까바르딘발카르’ 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 보석, 그러나 아픔 많은 러시아 내 170개 소수민족

‘까바르딘발카르’ 근처에는 ‘체첸’ 을 포함한 또 다른 6개의 자치공화국이 더 있다. 총 7개의 자치공화국에는 전에는 듣지 못했던, 170개의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7개 자치공화국은 ‘북 카프카즈’로 불린다. 이 곳은 감탄할 만한 신이 만든 아름다운 자연과 많은 천연지하자원들이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곳이었다. 게다가 170개 소수민족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북 카프카즈 지역의 민족들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기를 원하지만 이렇게 보석 같은 땅을 러시아가 놓아줄 리가 없었다. 이 곳의 민족들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강대국으로부터의 침략과 공격으로 인해 전쟁을 당했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또한 러시아로부터 몇몇의 민족들은 강제이주와 강제개종을 당하면서 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억압받고, 무시당하고, 소외되고, 가난한 민족들…. 이 민족들의 역사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이 민족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이 민족들을 위해 봉사하고, 교육의 혜택을 제공하기에 더욱 충분한 이유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체첸’ 민족을 위해 갔지만, 더 큰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다게스탄의 레즈긴민족들
◇ 열악한 특수교육의 혜택

북 카프카즈 곳곳에 다니다가 특수아동들을 자주 만나곤 했다. 만날 때 마다 항상 눈 여겨 보았고, 이 곳에 특수학교나 특수아동들을 위한 혜택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예상했던 대로 혜택이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대학 내에 특수교육과가 극소수이니, 혜택이 열악한 것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교육의 혜택뿐만 아니라, 자치공화국의 가난한 소수민족들이다 보니 사회나 국가적으로 지원받는 것 또한 열악했다. 아니, 개인적인 혜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부모들은 더 나은 교육과 치료를 위해 좋은 환경을 찾아서 먼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은 급기야 특수아동 자녀들을 고아원으로 보내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래서 장애고아원이 따로 있을 지경이었다. 그 곳의 80%는 부모가 있지만, 자녀들을 장애고아원에 보내놓고 찾아오지는 않는다. 장애고아원 같은 경우에는 공공기관이어서 공산주의 시스템이 남아있기 때문에 100% 국가에서 지원을 해준다.

하지만 그 지원이 교육적인 혜택이나 치료가 아닌, 세 끼 밥을 주고 보살펴 주는 정도…. 겨우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보육 시설기관일 뿐이었다. ‘북 카프카즈’ 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장애고아원 아이들을 방문했지만, 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해서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특수교육과 치료의 혜택 지원을 위한 보조와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 무모해 보이지만, 위대한 청년의 열정!

어느 날, 처음 내가 가고 싶었던 ‘체첸’ 민족의 공화국에 지방 여행을 가게 되었다. 수도 ‘그로즈니’에서 한 시간 거리의 지방에서 어떤 가정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가정의 한 아이가 정신지체를 가진 특수아동이었다. 그 아이와 하룻밤을 지내면서, 그 아이와 놀아주고, 소규모 공연을 할 때, 오히려 내 마음 가운데 사랑이 더욱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는 정말 이 곳에서 특수교육을 하리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 지역의 아주 열악한 특수교육의 실정을 보며 마음이 아파서 무모하게 도전하는, 한 청년의 열정만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 스스로 객관적으로 보아도 특수교사로서의 자질과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과 통로로 그 지역에 특수교사로 나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아직은 더 많은 배움과 경험이 필요한 나이지만, 더욱 노력하여서 국제적인 특수교육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니, 훌륭한 특수교사가 될 수 없더라도 그들과 삶을 같이 하며 사랑하며 지내고 싶다. 그런데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함께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특수교사 동료들을 세워나가려고 한다.

특수교사를 꿈꾸는 분들, 함께 갑시다! 부족한 나이지만, 세상에 한마디 던지고 싶다. “청년들이여! 안정적인 삶만 추구하지 말고, 꿈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라!” 우리의 도전으로 희망이 없는 그 땅의 특수아동들이 삶의 소망을 발견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정리=임명진기자
 
▲잉귀시에서 한 아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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