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뇨는 자원이다<3>
축산분뇨는 자원이다<3>
  • 강진성
  • 승인 201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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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비료 인식개선돼야
액비살포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에서 만들어진 액비를 사료용 옥수수 밭에 살포하고 있다. 액비는 가축분뇨를 재활용한 천연비료로 순환농법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공동취재단
 
 
함양군 함양읍 이은리에 위치한 천령포크는 돼지를 7000마리 사육하고 있는 대형 농장이다. 이중 흑돼지가 60%로 흑돼지전문농장으로 이름 난 곳이기도 하다. 축사는 노정만 대표가 직접 개발한 3층 아파트형 건물 2동으로 직원 20명이 관리하고 있다.

노 대표가 고안한 아파트형 축사는 네덜란드 등 외국서도 견학을 다녀올 만큼 관심을 끌었다. 축사에는 돼지를 옮기기 위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으며 방화시설을 갖췄다. 축사 온도는 돼지에게 쾌적한 18~22도를 유지하는 환기시설도 갖췄다. 또 발효사료와 특수물질을 배합해 냄새제거를 노력을 기울였다.

함양에서 흑돼지를 전문사육하고 있는 천령포크 노정만 대표

■소용돌이 이용 신기술로 액비제조시간 단축

노 대표가 축사환경만큼이나 분뇨처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천령포크의 7000마리 돼지가 쏟아내는 분뇨만 해도 하루 30t, 매월 900t에 달한다. 이중 80%는 오줌이다. 워낙 많은 양이다 보니 노 대표는 1/3만을 자체 처리하고 있다. 나머지 1/3은 함양군이 위탁한 축산폐수공동처리장에서 t당 5000원의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위탁처리장에선 정화해 하천에 방류된다. 또 1/3은 노 대표와 축산농가들이 영농법인으로 만든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에서 t당 2만원에 처리한다. 이곳에선 액체비료(액비)로 만들어 탱크에 보관한 다음 농지에 살포한다.

천령포크에는 특허기술이 적용된 액비화시설이 들어서 있다.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이곳에 설치된 ‘고농도 가축분뇨액비화 신기술 연구시설’은 미생물 분해를 빠르게 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액비 제조시간을 대폭 줄였다.

특허기술의 비밀은 ‘와류’(소용돌이)다. 와류 속의 산소가 미생물과 고루 섞이면서 기존에 2~3개월 걸리던 발효시간이 10일 정도로 짧아졌다.

1/6로 단축된 시간 덕분에 전기료 절감효과를 가져왔다. 또 처리속도가 빨라져 기존에 처리하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액비화하게 됐다.

저장탱크만 더 있다면 외부에 위탁처리하는 분뇨량을 줄일 수 있다. 처리된 액비의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는 10ppm이하로 정화돼 있어 방류시설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자체 처리한 액비는 살포를 원하는 농가가 있을 경우 무료로 뿌려준다. 대신 함양군으로부터 보조비를 지원 받지만 운반, 살포에 드는 실제비용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노 대표는 “보조비가 적더라도 살포하는게 낫다. 액비를 외부에 맡겨 처리하면 더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가 계획중인 액비 방류시설은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이다. 액비가 비료효과는 좋지만 화학비료에 길들여진 농가들이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액비를 폐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뒤 하천에 방류하는 것은 훌륭한 퇴비를 돈을 들여 버리는 것과 같다” 며 “사용이 조금 번거롭고 손이 가더라도 농가들이 농지와 환경보호를 위해 액비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액비를 활용한다면 농가는 유기농재배는 물론 퇴비를 무상으로 얻어서 좋고 축산농가는 처리비용을 아껴서 좋다”고 말했다.

■가축분뇨 고민 해결 위해 공동분뇨처리시설 준공

축산분뇨처리에 관심이 많던 천령포크 노정만 대표는 지난 2009년 지역 양돈농가와 함께 출자해 ‘함양친환경자연순환농업영농법인’을 만들고 공동분뇨처리시설을 준공했다. 25억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정부보조금이 절반 투입됐다. 1일 처리용량은 100t으로 각 농장이 자체 처리하고 남는 분뇨는 이곳으로 보내진다. 회원은 20명으로 이들은 t당 2만원으로 처리하고 있다. 함양군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축산폐수처리장 비용(t당 5000원)보다 비싸긴 하지만 외부에 위탁처리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군에서 운영하는 폐수처리장은 저렴한 비용때문에 농장별로 반입량이 제한돼 있다.

가축분뇨 해양투기 금지로 인해 공동분뇨처리시설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민원으로 인해 쉽게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장성기 본부장은 “농민 반대로 어렵게 지었다. 현재 공동자원화시설들이 가지는 공통된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농가가 공생하기 위해 농민들이 시설의 필요성을 인식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공동자원화 시설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보조금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에서 시설유지보조금을 늘리면 처리비용이 내려가기 때문에 더 많은 농가의 분뇨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가는 비료값 아끼고 분뇨처리비용 줄이는 '순환의 길'

함양친환경자연순환농업영농법인은 함양군에서 액비살포비를 지원받아 무상으로 농가에 살포하고 있다. 마침 한 농장의 요청을 받아 액비살포차량이 지곡면 보살리의 황무지로 향했다. 1만6000㎡ 규모의 이땅은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개간중인 곳이다. 액비살포차량이 액비를 뿌리기 시작하자 농장주는 황무지 구석구석을 가리키며 액비 뿌릴 장소를 지휘했다.

인근지역에서 소를 키우고 있는 농장주는 “비료를 사서 뿌려서는 답이 없다. 액비 덕분에 비료값 수백만원을 아꼈다”고 말했다. 그는 액비의 효능을 이미 느껴서 알고 있다. 그는 “액비를 뿌려야 옥수수가 2m이상 자란다. 돈 안들고 효과 좋은 이런 비료가 어디있나”고 반문했다.

그는 “가축의 분뇨가 땅으로 그리고 곡식을 키워 다시 가축에게 먹이는 자연순환농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액비살포지원비로 연간 7000만원을 지원받지만 사실상 유류비, 차량유지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액비를 처리하기 위해 외부에 맡기는 것보다는 살포를 하는게 더 경제적이다. 장성기 본부장은 “지자체에서 액비 살포지원금을 늘리고 액비사용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액비기계
함양 천령포크 노정만 대표가 와류를 이용해 액체비료화 시간을 단축시킨 고농도액비화기술연구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이 시설은 국내 처음으로 이곳에 설치돼 시범가동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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