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사천 통합, 공동체 화합이 우선이다
진주·사천 통합, 공동체 화합이 우선이다
  • 이웅재
  • 승인 201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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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취재2부 차장)
기자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초 한 강좌에서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성공신화를 화제에 올렸다. 당시 미국의 한 저명 칼럼니스트가 신문에 포철의 성공신화를 기고하며 고(故)박태준 회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신문은 박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불모지 한국에서 포철의 성공을 이뤄냈다고 평가한 뒤 말미에 ‘박태준이 포철이 아니라 다른 업종을 맡았어도 성공신화가 가능했겠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당시 우리는 군부에서 자리를 옮겨온 박태준 회장이 그냥 자기 방식대로 군대식 경영을 조직에 적용했지만 업종과 맞아 떨어졌다는 시각과 철강업의 생리를 꿰뚫어본 박 회장이 군대조직식 운영방식을 도입했을 것이란 평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최근 사천시와 진주시의 통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부경남의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효율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양 지자체 통합의 당위성이라면 규모의 경제 또는 시너지 효과란 포괄적 단어로는 지역갈등만 부추길 뿐 통합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반대론이다. 이러한 논란의 선두에 시민단체가 나서면서 지역간 찬반 의견이 고착화되고 있다. 진주측은 “당초 한뿌리인 진주와 사천이 통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통합하면 경남국가항공산업단지 지정 등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고, 교육과 항공, 해양 인프라 등 자원이용의 극대화로 도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천측은 지난 95년 사천군과 삼천포시의 강제적 통합으로 겪은 후유증을 거론하며, 2013년 도민체전개최로 겨우 민심화합의 기틀을 마련한 이때 또다시 진주와 통합하면 지역갈등 등 악순환만 반복될 뿐 득이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사천공항 국제화와 삼천포신항만 중심 해양 물류 사업 등 독자 발전이 충분한 사천이 왜? 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1년 대통령 직속기구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이하 행개위)를 발족했고, 올해와 이듬해 6월 대통령과 국회 보고를 거쳐 2014년 6월 마무리할 계획이다. 행개위는 지난 4월 양지역 의견청취 간담회 파행을 겪은 후 정부와 국회 보고 자료용 주민대상 직접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행개위의 이 보고서를 양 지역 모두가 인정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없다. 만약 박태준 회장의 포철을 꼬집었던 미국 언론이 이 문제를 거론한다면 ‘이명박의 지방행정체제개편 성공할까’란 제하에 ‘이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지금 한국 사회를 갈등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진행형이지만.

맹자 공손축하(公孫丑下)편에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란 문구가 있다. 천시가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로 병가에서는 때를 잘타 공격해도 지리의 잇점을 취하지 못하면 성공이 어렵고, 지리의 잇점을 얻어도 사람들이 단합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것으로 ‘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지금 사천·진주 통합을 두고 양지역 어른격 인사들을 축으로 전개되는 이전투구는 바람직하지 않다. 공동체의 오피니언 리더격인 이들의 다툼은 지역사회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지도층 인사간 반목은 금전적 환산이 불가능할 정도의 사회적 손실이다. 인화가 배제된 강제통합 추진이 무리 또는 시기상조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독일의 사회학자 F. 튀니어스는 사회현상을 설명하면서 게젤샤프트(이익사회)와 게마인샤프트(공동사회)란 말을 사용했다. 게마인샤프트는 대인관계가 전통사회의 풍습에 따라 정해지고 규제되는 농촌사회가 배경이다. 또, 선택의지로 결정되는 이익사회는 이기주의와 타산적 이해관계로 설명되는 도시가 배경이다. 사천·진주 통합은 단순히 행정과 정치 논리만이 아닌 수백년 수천년을 형성해온 지역간의 가치와 문화적 공감대로 따져볼 수도 있다. 행정통합과는 별개로 양지역 문화와 전통, 관습를 아우러는 공동체가 지향할 바를 창출하는 것은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화합을 이끌어 낼 문화적 공감대 형성과 공동체가 지향할 참으로 가치있는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지금은 빨라 보여도 바른길이 아니라면 간만큼 손해다. 돌아올 길이 그만큼 더 멀기 때문’이라는 말을 지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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