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과 광우병 수입 쇠고기 문제
학교 급식과 광우병 수입 쇠고기 문제
  • 경남일보
  • 승인 2012.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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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객원논설위원,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제법 오래 전의 일입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학교 급식 종사자들이 업체로부터 와인을 한 병씩 받았다가 이것이 문제가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학교 급식 종사자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알려진 것과 내용은 달랐지만 그 당시에 제가 그분들을 두둔하고 나설 수는 없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여 수입 소고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4년 전에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하면 즉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을 한 바 있습니다. 수입소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정부의 이 입장발표로 상당히 해소가 되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음에도 소고기 수입을 계속하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집회에서 필자는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국민 모두가 광우병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지만, 학교 급식은 이런 두 가지 점에서 안전합니다. 하나는 수입 소고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또 하나는 화학조미료를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 이 두 가집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칭찬은 신뢰가 바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행위입니다. 필자는 교육위원 8년을 하며 바뀐 학교 급식에 대한 편견이 하나 있습니다. 필자는 이 말씀을 드림으로써 학교 급식이 신뢰를 회복하고 급식 종사자들이 학부모와 지역사회로부터 칭찬을 듣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필자는 교육위원을 하는 동안 학교 급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덕에 급식 담당자는 참 고생을 많이 했을 것입니다. 국회의원, 지방의원도 마찬가지지만 교육위원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 자료요구권입니다. 필자로서야 제대로 알기 위해 요구하는 자료지만, 도내 950개 학교의 자료를 받아서 취합해서 교육위원에게 전달하고 설명도 곁들여야 하는 교육청의 담당자는 일과 자료에 눌려 죽을 맛이었을 겁니다.

사람들의 관계에서 흔히 쓰는 말로 미운 정이란 것도 있습니다. 이 분들과는 미운 정도 정이라고 지금도 자주는 못하지만 가끔씩 밥도 한 그릇씩 합니다. 이렇게 서로 부대끼는 과정에서 제게 큰 변화가 있었다면 그 중 가장 큰 것이 학교 급식 종사자들에 대한 편견이었습니다. 교육위원을 시작하면서 제게는 온통 학교 급식의 부정적인 인상뿐이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적지 않은 양의 물품이 트럭으로 드나들고 제도와 규정이 아직 정착되어 제자리를 잡기 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필자가 8년을 지켜보고 확인한 바로는 이제 학교 급식 공간이 금전적인 면에서 결코 밖에서 보는 그런 부도덕한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0년 이전의 과거는 모르겠습니다.

필자가 신뢰하는 한 기자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 분은, 지금은 중앙 일간지로 옮겨 갔습니다만 한동안 지방의 신문에서 학교 급식을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기사를 손이 아닌 발로 쓰던 충실한 기자였습니다.

“검수단계에서부터 배식까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지만 규정을 벗어난 것을 찾을 수 없었고, 비싸서 집에서는 먹일 수도 없는 믿을 만한 브랜드의 식재료로 아이들을 먹이는 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나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습니다.”

필자는 교육위원으로 활동할 때 특별히 약속이 되어 먹는 점심이 아니면 되도록 학교에서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초등학생이 안 먹으려고 하는 김치를, 젓가락을 들고 다니며 먹이려는 영양교사를 보며 저들에게 벗기 어려운 편견의 굴레를 내가 벗겨주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한 날도 많았습니다. 아이들 좋아라 하는 튀김, 돈가스를 많이 먹이면 평가는 잘 나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했던, 그런 젊고 다부진 영양교사는 우리 주변에 아주 많습니다.

다소 생뚱맞은 이야기지만, 비정규직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학교 급식 종사자들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필자에게 있다는 것을 애써 숨기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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