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좌절의 하루, 4월30일
지난 월요일에 펼쳐졌던 프리미어 리그 36라운드, 맨유와 맨시티의 경기는 세계 축구팬이 주목하는 말 그대로 최고의 흥행경기였습니다. 불과 승점 3점 차이로 앞서가던 맨유는 이날 2위 맨시티에게 발목이 잡혀 그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죠. 이제 우승은 맨시티가 약간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 경기 결과로 30년 동안 맨유와 맨시티의 자존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던 어느 전문가의 말처럼 치열한 전투의 현장인 맨체스터의 분위기를 오늘 전하고자 합니다. 4월 30일 오전부터 맨체스터의 거리마다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바로 밤 8시에 있을 맨체스터 더비전을 보기 위해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펍을 예약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이었죠. 다행히 그렇게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행운이었죠. 긴 행렬 사이로 경기장 입장권을 파는 암표상들도 눈에 간혹 뛰었는데 그 표가 무려 한국돈으로 200만원이 넘게 거래가 되고 있었습니다. 원래 가격보다 20배가 넘게 껑충 뛰어넘었죠.
오후 3시를 전후해서는 도로에는 차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도 조기퇴근을 허락하여 이 역사적인 경기를 즐기도록 해주었다죠. 그리고 경기 시간이 2시간 정도로 가까워지자 맨체스터의 상점에는 맥주를 사기 위해 또 다시 사람들의 줄은 끊임없이 보였습니다. 축구와 맥주,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죠. 경기 시작 한 시간 정도를 남겨놓고 대부분의 마트들은 맥주가 동났고 많은 가게들은 경기 관람을 위해 일찍 영업을 마쳤습니다. 저녁 7시가 가까워오자 맨체스터 거리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죠.
맨체스터 시의 크기는 진주와 비슷하죠. 이처럼 좁은 도시에 맨유 팬들과 맨시티 팬들의 신경전은 밤이 깊어질수록 계속 되었으며 두 팬들간의 충돌을 짐작하게 하는 경찰차의 출동모습이 보였습니다. 정말 환희와 좌절이 공존하는 도시였던 맨체스터의 하루였습니다.
이 날 경기는 세계 6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번 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으며 지역 라이벌 맨유와 맨시티에게 있어서 절대 져서는 안되는 경기였죠. 따라서 자존심에 큰 타격을 받은 퍼거슨 감독은 다가오는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선수 구성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다만 한국인의 자존심, 박지성 선수가 그 희생양이 안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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