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의 알천, 토박이말
겨레의 알천, 토박이말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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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득자 (배영초등학교장)
오늘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로부터 억척스럽게 우리의 말과 글, 그리고 민족혼을 지켜내며 감격스러운 해방을 맞이한 광복절이다. 이로부터 70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발전, 민주화, 문화대국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어렵게 지켜낸 우리의 말과 글을 대하는 요즈음의 우리 모습을 살펴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말은 토박이말, 한자어, 토박이말과 한자어의 합성어, 외래어, 외국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토박이말보다는 한자어를, 한자어보다는 외래어나 외국어를 더 선호하는 말글살이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어휘를 분석해 보면 토박이말의 비율은 25.9% 정도인데, 우리 국민의 말글살이에서 토박이말의 사용 빈도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자리에는 외래어, 외국어, 뜻도 알기 어려운 신조어로 채워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우리의 말글살이가 우리 겨레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자라나는 세대의 국가관 형성과 인성교육에도 부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의 뜻을 가진 윤슬, 맨처음의 꽃등’과 같이 예쁘고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우리의 말글살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역으로 외래어나 한자어를 토박이말로 바꾸어 사용하는 의도적인 말글살이를 실천해 보면 좋겠다. 지역의 구성진 사투리도 그 몫을 담당하는 중요한 언어자원이다. ‘사고 대응의 성패를 좌우하는 초기 시간’을 이르는 ‘골든 타임’을 ‘황금 시간’으로 순화하여 보급하는 등의 노력도 매우 값진 일이다.

토박이말은 우리의 말글살이를 풍부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토박이말은 우리의 언어생활에 유창성, 독창성, 표현력을 향상시키고 말하는 이와의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하며 감성을 자극한다. 우리가 문학작품에서 감동을 받고 작품성의 갖게 하는 원동력이 작가의 아름답고 구수한 토박이말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토박이말을 가르치는 역할을 우선 학교가 담당하여야 한다고 본다. 올해부터 진주교육지원청에서는 토박이말 협력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배영초등학교를 비롯한 관내 초등학교에서 토박이말 교육이 확산되고 있는 데 이러한 맥락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다음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매체에서 외래어나 한자어를 대신하는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계몽적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 그 다음은 가정에서 부모님의 역할이다. 부모님이 토박이말을 즐겨 사용함으로써 자녀가 자연스럽게 토박이말을 배우는 모습이면 좋겠다.

‘알천’은 재산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물건이나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뜻한다. 토박이말은 우리 겨레의 알천이다.

박득자 (배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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