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 전신 ‘진주농과대학’ 최초 설립기록 찾았다

진주농림학교 토대 1948년 10월 20일 진주농과대학 설립 성재정 밀양 미리벌민속박물관장이 경상국립대에 기증 권진회 총장 “경상대·과기대 한뿌리 출발 상징적 자료”

2024-10-14     임명진
경상국립대학교 전신인 ‘진주농과대학’ 설립과 관련한 최초의 역사기록이 발굴돼 관심을 끌고 있다.

밀양 미리벌민속박물관 성재정 관장이 관련 자료를 경상국립대에 기증했는데, 기증 자료는 갱지 1장(24.8cm×17.8cm)이다.

앞면에는 ‘진주농과대학 설립동지회 취지서’가, 뒷면에는 ‘진주농과대학 설립동지회 회칙’이 인쇄돼 있다.

관련 자료는 지난 4일 밀양 미리벌민속박물관을 방문해 고문헌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돼 성재정 관장으로부터 기증받았다.

성재정 관장은 진주시 대곡면 출신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랑이 남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평생 우리나라 목가구를 수집하여 미리벌민속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성 관장은 “대학의 역사 기록을 해당 대학에서 소장해야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기증을 결정했다.

‘설립동지회 취지서’에 따르면, “서부 경남의 심장이라고 할 만한 진주에 아직까지 고등교육기관의 설립이 없음은 실로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라며, “진주농림학교를 토대 삼아 그 시설 확충에 노력한 결과 각 지방 유지 제현의 막대한 협조로 교사 일부를 증축하게 되었음은 참으로 축하하는 바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1948년 1월 당시 진주농림학교의 시설을 확충해 진주농과대학 설립 기반을 구축했음을 알 수 있다. 취지서에는 또한 “그러하오나 대학으로서 교사 기타 시설을 구비하려면 아직 거액의 기금이 필요하옵는데 과거와 같이 소수 독지가의 힘만 기다려서는 도저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에 비추어 진실로 국가 장래를 걱정하고 교육열에 불타는 강호 유지 제현의 꽃다운 희사를 목표로 하여 금번에 동지회를 조직하게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농과대학의 완성과 불우한 자녀의 육영장학사업의 취지에 찬동하시는 아름다운 뜻으로 금액의 다과를 막론하옵고 깨끗한 재물을 던져 조국 건설에 성스러운 공헌이 있으시기를 앙망하옵나이다”라고 했다.

진주농과대학 설립동지회 취지서는 ‘설립동지회 발기인 일동’의 명의로 단기 4281년(1948년) 1월 1일 발표된 것으로 돼 있다.

또한 ‘설립동지회 회칙’에서는 진주농과대학 설립 목적을 “심오한 학문을 연구하며 민족문화산업 재건에 희생하는 영재를 육성하여, 조국 건설의 초석이 될 선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설립동지회 회칙에서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영재를 육성함에 필요한 이론과 실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하여 교사 실험사 농기구 축사 및 식당의 건축 제실험 실습 용구 관련 부속 농림중학교 설치 등의 시설을 함 ▲실력과 신념을 양성하기 위하여 농장을 운영함 ▲빈곤으로 인하여 재학 도중에 학업 계속이 불가능한 자에 한하여 학자금을 보조함 등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밝혀 놓았다. 임원으로 회장, 부회장, 이사, 감사, 자문 등을 둔다고 돼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설립 취지서와 회칙 등을 제정하여 단기 4281년(1948년) 1월 1일 설립동지회가 창립되었고 이들의 활동 덕분에 진주농림학교를 토대로 삼아 1948년 10월 20일 경남도립 초급 ‘진주농과대학’이 설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료만으로는 당시 누가 진주농과대학 설립동지회를 주도했는지, 동지회 회장·부회장·이사 등 임원은 누가 맡았는지, 동지회 설립 이후 지역민의 참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이후 진주농림학교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되고, 진주농과대학는 종합대학으로 승격해 경상대학교가 되었다. 2021년 3월 1일에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경상대학교가 통합해 경상국립대학교로 출범했다. 진주농림학교 개교기념일 4월 30일은 현재 경상국립대학교의 ‘건학기념일’이 되고, 진주농과대학 개교기념일 10월 20일은 ‘개교기념일’이 되었다.

권진회 총장은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한 뿌리에서 출발하였음을 알 수 있는 자료다. 이 자료는 대학 통합의 상징적인 역사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