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해법은 없나

2024-10-02     경남일보
[경일시론]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해법은 없나

변옥윤 논설위원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우리의 정치판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를 연상케 한다.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가시화되면서 ‘탄핵 빌드업’을 구체화, 국감을 전열을 붙태우는 전장으로 삼고 있다. ‘국정농단 제보센터’를 개설, 면책특권을 앞세워 무차별 폭로전을 예고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과 입법 러시를 실행해 궁극적으로는 탄핵을 목표로 전력투구하고 있는 양상이다.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좌파단체들은 매주 토요일 옥외집회를 갖는 카드를 꺼내 야당에 힘을 보태며 조심스레 국민여론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10월 위기설이 나돌고 그 도화선이 국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1월에 들어서면 이재명 대표의 위증과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 나와 정국주도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정국위기설을 더욱 부추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과 지상군 투입으로 확전이 가속화하고 있는 중동전은 우리에게도 경제위기와 안보 후폭풍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미국이 대선으로 영향력에 틈이 생긴 점을 이용, 이스라엘은 강경일변도로 이 참에 주변국들의 군사적 역량에 치명타를 줄 심산이어서 확전은 불가피한 양상이다. 새로 부임한 일본 총리는 우리지역에도 나토에 버금가는 군사동맹이 필요하다면서 ‘핵공유’를 그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어 안보가 새로운 국제적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상황은 우리의 국론을 하나로 모아 일치된 힘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대응해야 할 절대성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전략적 국제관계 설정은커녕 경제와 안보가 우리의 앞길을 막고 그동안 쌓아온 위상을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는 멈출 줄 모르니 국민만 불안할 따름이다. 대통령은 범법자가 정치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고집(?)을 꺾지않고 야당은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특검과 탄핵으로, 다수의 힘에 편승해 입법독재로 돌파하려 들 뿐 누구 하나 이에 제동을 걸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을 폄하하는 욕설과 비방, 야유, 선동, 괴담으로 경쟁하듯 몰아붙여 정국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총리는 ‘모욕과 능멸의 정치를 멈추라’며 정국경색의 잘못을 야당 탓으로 돌리고 있어 정치회복의 실마리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국감이 제대로 일 리는 없다. 더욱 가열차게 상대방을 몰아붙일 궁리만 하고 있으니 국민만 피해를 본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탄핵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벌이는 정치놀음(?)이니 그같은 전망이 현실이 될게 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이제는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 우선 정기국회부터 상호비방과 고함소리, 선동, 욕설, 괴담을 중지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 국감장에서도 TV중계를 의식, 의사진행발언으로 선명성과 충성심을 경쟁하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수준 낮은 행동을 삼가야 한다. 국무위원들을 불러놓고 호통치는 나쁜 관행 대신 정책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국감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 내년도 예산을 법정기일내에 통과시키되 쪽지예산과 예산 뒷거래 등 나쁜 관행도 근절시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가 멈추는 첫걸음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정국을 탄핵이 아닌 정치력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방안 중 하나는 연합정부의 구성이다. 정치선진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정치행태다.헌법을 개정하고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정치체제를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온 의회정치의 단점을 보완하고 극한적 정치상황을 돌파하는 돌파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브레이크 없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를 멈추게 하는 제동장치이기를 기대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