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랑노래 동심초

김정규 사천시 사남면 월성1길

2024-08-06     경남일보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나/한갓되이 풀잎만 맺어려는고/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지니 세월 덧없어/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나/한갓되이 풀잎만 맺어려는고/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동심초’는 김억 작사, 김성태 작곡의 우리 가곡으로 많이 이들의 사랑을 받는 노래이다.

그러나 원래 시는 김소월의 문학 스승이었던 안서(岸曙) 김억(金億)이 당나라 때 유명한 여류시인 설도가 지은 춘망사(春望詞)의 4수 중 제3수를 번역한 것이다.

‘동심초’는 1959년과 개봉한 신상옥 감독이 만들고 최은희가 출연했던 유명한 영화 제목이기도 하며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은 한 미망인과 약혼자가 있는 한 남자가 서로 깊이 사랑하였지만 결국은 헤어지게 되는 것이 주된 스토리이다.

1967년에는 이상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성일, 김지미, 남정임이 주연으로 같은 제목과 비슷한 스토리의 영화로 재개봉되기도 했다. 이 역시 한 미망인과 중년 남성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영화를 담은 이 영화의 관람평을 보면 두편 모두 남성이 여성보다 훨신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었일까? 잘 모르겠다.

동심초는 꽃 이름도 풀 이름도 아니다. 동심초란 여류시인 설도가 사랑하는 한 남자를 잊지 못해 대답 없는 남자에게 많은 연서를 보내게 되는데 그 편지 종이를 접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러브레터인 셈이다.

천년도 훨씬 넘는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 이국의 한 여인의 연시(戀詩)가 우리의 노래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남녀의 사랑이란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 때로는 목숨을 걸기도하고 모진 수고도 감내하며 인생의 전부를 희생하기도 하니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또 먼 미래에도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계속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