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오타이산’보다 ‘까스 활땡수’가 낫더라

김성찬 창원총국 취재부

2024-06-24     김성찬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준비하는 동안 소문이 좀 난 터라 부탁이 꽤 쇄도했다. 조향(調香)에 푹 빠진 매제의 향수 부탁 외에는 대부분 약을 원했다. 파스, 위장약, 소화제, 안약 등등. 나 역시 소화제 정도는 좀 사 올 요량이었다. 일본약이 효과 좋다는 얘기는 들었던 터라 (거기다 현지 가격이 더 싸다는 이유로) 그러기로 한 거다. 초등학생 시절 일본에 사셨던 친척이 한국에 올때면 에비오스나 정로환, 용각산 같은 일본 약들을 가져와 친지분들께 나눠주시곤 했는데 어른들이 꽤나 흡족해 하셨다. ‘한국약보다는 좋은 일본약’이라는 사대주의가 아마 그 때 생겼을런지도.

어쨌든 귀국길에 드러그 스토어에 들러 ‘보따리상’이라도 된 거 마냥 주섬주섬 (물론 수입통관 기준에 부합하도록) 쟁여서 한국에 들어와 지인들에게 싹 배분했다. 고마워하는 그들 앞에서 뿌듯함을 느끼며 그렇게 깔끔하게 끝나는 줄 알았다. 웬걸.

최근 기사가 떴다. 부산서 일본 국민 감기약 ‘파브론골드A’를 불법으로 판매하던 약국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단다. 다행히 내 보따리에는 이 약이 없었지만 좀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친분있는 약사한테 연락해 들어보니 일본에서 일반의약품이더라도 ‘카베진’ 정도를 빼면 대부분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단다. 오남용·부작용 방지를 위한 식약처 조치라더라. 문제의 감기약 역시 장기·과다 복용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마약성분이 소량 함유돼 있어서 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했다. 약사 말이다. “일본 약이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더라도 장기 복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작용이 생겨도 구제대상이 아닌 탓에 곤란을 겪을 수도 있고요.” 내가 사 온 ‘오타이산’이라는 소화제도 그렇단다. 투석요법을 받는 사람은 절대 금물이고, 신장질환이나 갑상선 기능장애가 있는 사람도 전문가 상의가 필요하단다. 또 발진, 피부 가려움증 같은 부작용도 있다고 했다. 대화 말미에 약사가 이랬다. “형님, 우리나라 식약처의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도 미국 FDA나 일본 후생노동성만큼 까다롭습니다. 일본 약이 우리나라 약보다 무조건 좋았던 시절은 5공화국 때 얘깁니다. 하하.”

그러고보니 어째 출장길에 사와서 먹고 있는 일본 국민소화제 ‘오타이산’ 효과가 영 시답잖다. 속이 불편할 때마다 복용하고는 있는데 뭔가 ‘까스 활땡수’ 정도의 화끈한 뚫림이 없달까. 역시 국창 박동진 선생 말마따나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 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