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우즈벡에 K-고속철 사상 첫 수출

현지 철도 환경 최적화 설계로 객차 등 7량 구성 6편성 공급

2024-06-16     황용인
한국형 고속철도차량이 국산화 착수 30년 만에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대로템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민관 합동으로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철도청(UTY·Uzbekistan Temir Yo’llari)이 발주한 2700억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고 16일 밝혔다.

국내의 KTX-이음(EMU-260)과 유사한 이번 고속차량은 250㎞/h급 동력분산식 차량으로 총 6편성이 공급되며 편성당 6량에 객차 한 칸이 추가된 7량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총 좌석은 389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지난 14일(현지시간) 첫 해외 수출이 발표된 이번 고속차량에는 우즈벡 철도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설계도 이뤄진다.

한국처럼 표준궤(1435㎜)가 아닌 궤도 폭이 넓은 1520㎜ 광궤를 현지에서 사용하는 만큼 이에 적합한 광궤용 대차가 적용되고 현지 전력에 호환되는 동력 장치도 탑재된다.

우즈벡의 역사 플랫폼 높이가 200㎜로 낮은 점을 고려해 차량 내 계단도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사막 기후의 높은 고온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내고 외부 먼지나 모래를 차단하는 방진 설계에 집중하는 등 쾌적한 승차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번 고속차량은 우즈벡의 수도 타슈켄트~부하라(590㎞) 구간과 개통 예정인 부하라~히바(430㎞) 구간, 미스켄~누쿠스(196㎞) 구간 등 총 1216㎞에 달하는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수출되는 고속철 차량은 오는 2027년 4월 1편성이 처음으로 운행에 들어간다. 현대로템은 오는 9월부터 10개월간 차량 설계를, 16개월간 생산을 진행한 뒤 오는 2027년 9월까지 6편성을 모두 공급할 계획이다. 각 열차는 운행 전에 운송(2개월)과 시운전(3개월) 절차를 거친다.

현대로템은 이번 수주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벡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고속철 등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에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한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속차량 국산화는 해외 수출을 장기적 목표로 착수돼 약 30여년간 연구개발과 안정화 단계를 거듭하면서 2조7000여 억원 이상의 민관 자본이 투입됐다.

현대로템은 향후 국내는 물론 우즈벡에서의 안정적인 납품과 유지보수 경험을 바탕으로 K-고속철의 높은 기술력과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민·관 합동으로 이뤄낸 고속차량 국산화 성과가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게 돼 자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최근 국내 KTX-청룡 개통에 이어 우즈벡에서도 국산 고속차량이 현지 시민들의 교통 편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수출 계약이 향후 중앙아시아는 물론 10조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폴란드, 태국, 모로코 등 세계 고속철 차량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핵심부품인 전기 추동 장치를 비롯해 전체 부품의 87%가 국내 생산돼 128개 국내 중소 부품 공급사가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용인기자 yongin@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