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65] 시(윤선 시인)

2024-06-13     경남일보


단단한 몸 한 채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영혼을 녹 안에 감추고

하늘을 파헤쳐

초록의 시를 심는다

-윤선 시인, ‘시’


어떤 우주 만물이라도 시인의 사유 안에서라면 뜻밖의 전혀 다른 것으로 탄생한다. 보라. 윤선은 저 풍경을 ‘시’라고 한다. 관목과 들꽃 사이 보호대를 차고 우뚝 선 저 나무를 시라고 한다. 그러니까 육화된 시가 저 ‘몸(나무) 한 채’라는 것인데, 저 나무는 온전하지 못하여 보호대에 묶인 채로 저만큼 자랐다. 기실, 온전한 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하늘에 푸른 시를 써야 하므로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나무를 잘 보호해야 함은 당연한 일일 터. 사람의 영혼은 또 어떤가. 시인의 영혼이 온전해야 초록 시를 쓸 수 있지 않겠나. 시의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혼을 감추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시는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니. 시인·계간 ‘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