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6]

지멸있다 아름차다 터울거리다 애면글면하다 암팡지다

2024-06-12     경남일보
날이 가고 달이 가다보니 어느덧 여름으로 가득 차는 온여름달 6월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덥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될 것이고 찬 것, 시원한 곳을 더 자주 찾게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더위와 사이좋게 지내시기를 바라면서 나날살이에서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 ‘토박이말 나들이’ 꼭지를 언제부터 했는지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똑똑하게 생각이 나지 않아서 찾아 봤더니 처음 글을 쓴 게 여섯 해 앞이더라구요. 여섯 해 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이 꼭지에 글을 싣고 있는데 이처럼 ‘꾸준하고 성실하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지멸있다’입니다.

이 말의 어찌씨꼴(부사형)이 ‘지며리’인데 ‘차분하고 꾸준한 모양’을 뜻합니다. 여섯 해 동안 토박이말을 널리 알릴 수 있게 해 준 ‘경남일보’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말을 한다면 “여섯 해 동안 지며리 토박이말을 알릴 수 있도록 ‘토박이말 나들이’ 꼭지를 마련해 준 경남일보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처럼 쓸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토박이말 살리는 일을 한 지 스무 여섯 해가 넘었는데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매인 일이 있고 그 일을 하고 난 뒤에 이 일을 하다 보니 쉽지 않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둘레 사람들에게 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힘에 겹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이 바로 ‘아름차다’입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토박이말 살리는 일은 몇 몇 사람이 하기에는 아름찬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힘과 슬기를 모아서 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힘과 슬기를 모아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토박이말 살리는 일을 해 온지가 스무 여섯 해가 넘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 동안 저 혼자 일을 할 때를 떠올리면 가슴 아픈 일들도 많습니다. 혼자 토박이말을 살려 보겠다고 애를 몹시 쓰며 살았지요. 이처럼 ‘어떤 일을 이루려고 애를 몹시 쓰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로 ‘터울거리다’가 있습니다. 비슷한말로 ‘터울대다’, ‘터울터울하다’가 있지요.

이 말과 비슷한말이면서도 좀 더 느낌이 센 말에 ‘애면글면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갖은 애를 쓰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이 말의 본디 말이자 어찌씨인 ‘애면글면’은 그나마 알고 쓰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터울거린다’도 말에서 뭔가 애를 쓴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토박이말에 그 말의 뜻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말이 더러 있습니다. 그런 말 가운데 하나가 ‘암팡지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몸은 작아도 힘차고 다부지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둘레에 보면 이런 사람이 꼭 있거든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이 말을 알고 있으면 바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알려드린 말 가운데 이미 알고 있는 말도 있을 수 있고 처음 알게 된 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떻든 이런 토박이말을 말을 하실 때나 글을 쓰실 때 알맞게 살려 쓰시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비손합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