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자원개발, 부화뇌동은 말아야

이동민 진주교대 교수

2024-06-11     경남일보


근간의 언론 지면을 살펴보면, 마치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산유국이 된 듯이 보일 정도다. 어떤 언론사는 포항을 한국판 두바이라고까지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어느 회사가 포항 영일만 일대에 대량의 석유 매장 가능성을 타진한 데 근거한 언론 보도다.

우리나라가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세계적인 산유국이 되는 것 자체를 거북해하거나 잘못이라고 여길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판 두바이’와 같은 기사가 한 치의 틀림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으로서 이보다 더 기쁜 일을 찾기도 어려우리라 본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따져 보면, 근간의 언론 보도에서 보이는 행태는 냉정히 말해 부화뇌동에 가깝다. 애초에 영일만 일대에 석유가 실제로 매장돼 있는가의 여부 자체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가설일 뿐인 데다, 지하자원의 개발에는 수많은 변수가 개입되기 때문에 설령 영일만 해저지각 아래에 석유가 실제로 매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산유국의 꿈’으로 반드시 이어진다고 보증하기도 어렵다. 해저 자원의 탐사와 개발에는 큰 비용이 소모됨은 물론, 이러한 활동이 환경에 미칠 영향 또한 고려해 봐야 한다.

몇 년 전 해외 자원개발을 미끼로 한 800억 원 대의 사기극이 우리 사회에 파문을 던진 바 있다. 수많은 사람이 해외 자원개발 사기극으로 재산을 잃었다. 따지고 보면 실제로 황금이 나왔던 미국의 황금광 시대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황금을 찾아 미국 서부로 갔다가 되려 재산은 물론 목숨까지 잃은 사람들의 수가 황금 덕분에 팔자를 고친 사람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 확인되지도 않은 자원이 인생을 반드시 역전해 주리라는 잘못된 믿음이 불러오는 비극이다. 자원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가야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땅속에서 나온 자원이 하루아침에 개인의 팔자를 고치고 나라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는 설레발은 자칫 자원이 없느니만 못한 상황을 마련할 위험성도 가진다.

국정과 국가 경제의 운영에서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자원의 개발에는 큰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며, 그 전에 자원이 실제로 부존하는가의 여부, 그리고 자원개발의 타당성 여부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아직 확인도 검증도 되지 않은 영일만 석유 이야기를 갖고 마치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산유국이라도 된 마냥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좋은 소식일수록 신중하게 검토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다.